“나는 올해 열일곱 살이 됐어. 열일곱 살은 특별해.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부분 열일곱 살이거든. 제일 반짝거리는 순간이기도 하고, 즐겁고 바보 같고 시끄러운 시기이기도 하지. 슬프고, 안타깝고, 사랑스럽고, 어쨌든 아름답고…… 아주 소중하지. 인생에 그런 시기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모양이야. 그 뒤로 아무리 울고 웃어도 열일곱 살 때와는 다른가 봐. 그만큼 특별하대. 돌이킬 수 없대. 보물이래. 그렇게 배웠어. 다들 그렇게 말했어. 그런 날들을 ‘청춘’이라고 한대. 열심히 청춘을 즐겨야 한대!”
--- p.22
“나하고는 상관없어. 봐주는 건 없어. 난 절대 참지 않을 거고 늘 전력으로 날려버릴 거야. 모든 힘을 다해서, 있는 그대로, 나다운 미친 공붓벌레로 살 거라고. 그러고 싶으니까 죽어도 그럴 거야. 학교에 있을 때만큼은 그냥 나로 있을 수 있으니까.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무슨 말인지 알면서?”
--- p.85
“간다, 우이코! 하나, 둘, 처형!”
일곱 살치고는 너무 작은 몸을 와락 껴안았다. 물론 링거를 건드리는 실수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우이코는 흥분해서는 “꺄!” 하고 괴성을 질렀다. 고타로의 셔츠에 얼굴을 부비며 힘껏 달라붙었다.
자그맣다. 따뜻하다. 여기 있다. 품 안에 있다. 살아 있다. 고타로는 눈을 감고 동생의 머리에 턱을 대고 비볐다. 이게 처형이다. 포옹이라는 형벌. 기시마 집안에서는 강렬한 포옹을 이른바 처형이라고 불렀다.
--- p.96
이 녀석이 나를 찾아낸 것처럼, 나도 이 녀석을 찾아낸 것이다.
어디까지고 쫓아오고, 집요하게 찾아내고, 그러다 결국 찾아낸 녀석. 이런 녀석이 또 있을까. 이 세상에 이 녀석밖에 없다.
--- p.136
“그래, 정말로. 진짜로. 카무이는 지금 여기 있잖아. 분명히 있잖아. 그건 아주 기쁜 일 아냐?”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이렇게 단순한 사실을 왜 나는 잊어버리는 걸까. 단지 그뿐인데, 왜 금방 잃어버리는 걸까.
--- p.230
“어떻게 죽을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지는 선택할 수 있어. 모처럼 살아 있는데, 살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데 굳이 입을 열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그런 거야?”
도모에의 눈이 가늘어졌다.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남자는 창가에 기대 도모에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건 ‘살해당하는 방법’ 중 하나겠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어떻게 죽을지는 선택할 수 없어. 택할 수 있는 건 어떻게 사느냐, 그것뿐이지.”
--- p.250
“알아!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아! 너한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아! 왜냐하면 우리는 같은 곳에 있으니까! 같은 곳에서 몸부림치고, 같은 곳에서 버티고 서서, 우리는 계속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설명하라고 하지 않을 거야. 계속 너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야! 더 좋은 방법이 없을지 계속 찾고 있어! 왜냐면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으니까! 너 혼자만 빠져 죽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 p.290
“어떤 조각이든 다 너야! 나한테는 모두 소중해! 필요 없는 부분 같은 건 하나도 없어! 여기 있는 것들이 모두 모여 ‘진짜’ 네가 되는 거야! 네가 싫어하는 부분도, 네가 용서할 수 없는 부분도…… 그게 있으니까 너야! 난 전부 필요해! 네 모든 게, 계속 여기, 나하고 계속 함께, 있어주길 바라……!”
--- p.442
카무이와 둘이서 평소처럼,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이제 영영 웃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웃었다. 두 사람의 세상은 부서졌다.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괜찮다. 이걸로 괜찮다. 괜찮아. 별이 빛난다. 강렬히 반짝인다. 이 가슴 속에 분명히 살아 있다. 뛰고 있다.
우리는 괜찮아.
--- p.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