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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쥬 공원숲
밭 가장자리 새 상자 선생님과 후우 쥐 쳇 쥐 흥 쥐 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 주문 많은 음식점 은행 열매 첼로 켜는 고슈 |
글미야자와 겐지
관심작가 알림신청Kenji Miyajawa,みやざわ けんじ,宮澤 賢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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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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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햇살과나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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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쥬가 헛간에서 벌레 먹은 콩을 골라내고 있는데, 숲 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났습니다. 구령 붙이는 소리, 손나팔 소리, 발 구르는 소리, 그리고 마치 주변의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겐쥬는 깜짝 놀라 숲 쪽으로 가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학교에서 돌아오던 아이들이 50명이나 모여서 한 줄로 나란히 발을 맞추어 삼나무 숲 사이를 걸어가고 있지 않겠습니까!
--- p.14 “얘, 후우야. 거기 섰거라. 너는 왜 그렇게 흘끔흘끔 주위를 살피며 걷는 게냐? 사나이는 앞을 똑바로 보고 걸어야 해. 곁눈질 따위는 절대로 하면 안 돼.” “하지만 선생님, 내 친구들은 다들 흘끔거리는걸요.” “네 친구들이 누군데?” “거미랑 이랑 지네요.” “아직도 그따위 하찮은 것들과 너를 비교한단 말이냐? 이런 시원찮은 놈. 너는 장차 훌륭한 쥐가 될 터이니 그런 생각은 깨끗이 지워 버려.” --- p.38 네 명의 농부들은 저마다 저 좋은 쪽에 대고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여기에 밭을 일구어도 괜찮소오?” “괜찮소오.” 숲은 일제히 대답했습니다. 네 사람이 다시 외쳤습니다. “여기에 집을 지어도 괜찮소오?” “괜찮소오.” --- p.79 “그럼, 당신이 모르는 거예요. 우리 뻐꾸기는 뻐꾹 하고 만 번을 울어도, 그 만 번이 저마다 다른걸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게 잘 알면, 나한테 올 것도 없잖아?” “하지만 저는 도레미파를 정확하게 노래하고 싶어요.” “쳇, 도레미파 좋아하네.” “음, 외국에 나가기 전에 꼭 배워야 해요.” “외국은 무슨 외국!” “선생님, 제발 도레미파를 가르쳐 주세요. 선생님 하시는 대로 따라서 노래할게요.” --- p.136~137 |
◆ 일본 판타지 문학의 젖줄, 미야자와 겐지
세대를 초월하여 일본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작가, 일본 판타지 어린이 문학의 큰 줄기, 미야자와 겐지는 처음 작품을 발표했을 당시 문단이나 독자들에게 이해받지 못했다. 파격적인 발상과 풍부한 상상을 포괄한 작품이 너무나 낯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군국주의와 침략 전쟁의 시기에 자연, 생명, 평화를 노래한 신비로운 작품들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겐지가 죽은 뒤 사람들은 마침내 그의 작품이 내뿜는 광채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 문학 세계의 매력에 눈을 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겐지 붐’을 일으키고 있다. 겐지 작품에 대한 느낌은 대부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읽고 나서 아주 강한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감동은 매우 익숙한 감각이면서도 때로는 강렬한 불안이나 뜻밖의 기쁨이 되어 온 몸을 휘감는다고 한다. 〈주문 많은 요리점〉 서문을 보면, 겐지의 신비로운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원하는 만큼 얼음사탕을 먹지는 못해도 맑고 아름다운 바람을 먹고 아름다운 복숭앗빛 아침 햇살을 먹을 수 있습니다. 나는 다 해진 옷이 밭이나 숲속에서 가장 멋진 우단이나 비단, 보석이 박힌 옷으로 변하는 것을 이따금 보았습니다. 나는 그런 아름다운 음식이나 옷을 좋아합니다. 여기 나의 이야기들은 모두 숲과 들판과 철로에서, 무지개와 달빛한테서 얻어 온 것입니다. 떡갈나무 숲의 푸른 저녁을 혼자 거닐거나 11월의 산바람 속에 떨며 서 있으면 왠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을, 나는 쓴 것뿐입니다. 겐지의 작품들은 발표작이나 미발표작 모두 오랜 기간에 걸쳐 개정되고 개작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작품 수나 완성 연도가 확실하지 않고 내용이나 표현도 다채롭다. 그중에서 《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은 《新版 宮澤賢治 童話全集》(전12권/岩崎書店 刊)에서 9편을 뽑아서 최대한 원문을 살려 번역했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생명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깃든 작품을 가려 뽑은 것으로, 빼어난 하이쿠(5·7·5의 글자 수로 운율을 맞추어 쓰는 일본의 짧은 시 형식) 시인이었던 겐지의 아름답고 절제된 문장을 살려 우리말로 옮기도록 애썼다. ◆ 신비롭고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생명과 자연의 신비에 이끌려 보자! ‘지난 1천 년간 일본 최고의 문인 10인 중 한 명.’ [아사히신문] 〈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 겐지는 이 작품의 자필 광고문에 “사람과 숲의 원시적인 교섭에서 자연의 순위(順違) 양면이 농민들에게 안겨 준 오랫동안의 인상입니다. 숲이 아이들이나 농기구를 숨길 때마다 사람들은 ‘찾으러 가겠소오.’ 외치고 숲은 ‘오시오.’ 하고 대답했습니다.”라고 썼다. 늑대 숲은 아이들을 이끌고 숲으로 가서 즐겁게 놀게 해 주고 사례로 좁쌀떡을 받고, 그것을 부러워한 소쿠리 숲의 산도깨비는 농기구를 숨겨 자기도 좁쌀떡을 달라고 조른다. 맨 처음 자연과 인간의 더없이 순수한 교감, 옛날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이상한 이름을 지었는지,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느낌을 즐겁게 들려준다. 〈겐쥬 공원숲〉에서 겐쥬는 항상 싱글벙글 웃으며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데, 남들이 볼 때는 바보 같다. 하지만 겐쥬는 삼나무 묘목을 심고 아름다운 푸른 숲을 가꾸어 오래도록 많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한다. 나무가 없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마음이 메말라지고 인간다움을 잃는다. 일반 상식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심오한 덕성(德性)의 결과를 깊이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숲을 지켜 온 겐쥬네 가족의 따뜻한 마음에 세상은 사랑으로 지탱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밭 가장자리〉의 개구리들은 길게 늘어선 옥수수 줄을 보고는 부스스한 머리털에 이빨이 70개, 푸른 망토를 여섯 겹이나 걸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떤다. 또 다른 개구리는 토끼 귀는 하늘까지 닿고 돼지 코는 나팔 같고 사람은 머리 위에 손이 열여섯 개나 달려 있다고 한다. 개구리가 땅에서 올려다보는 시선이 우스꽝스럽고 이상하고 엉뚱하다. 〈주문 많은 음식점〉에서 도시의 두 신사는 산속을 헤매다 한 서양 음식점에 들어가 특별한 일을 겪는다. 심심풀이로 생명을 죽이고 생명에 값을 매기는 사람들, 비현실적으로 기묘한 내용에 생명에 대한 존중이 담긴 풍자와 해학의 작품이다. 〈첼로 켜는 고슈〉는 만년에 완성한 판타지와 현실이 조화된 걸작이다. ‘샛별 음악단’의 첼로 연주자 고슈는 실력이 별로라서 늘 지휘자한테 꾸지람을 듣는다. 그런데 밤마다 얼룩 고양이, 너구리, 뻐꾸기 등 동물들이 찾아와 함께 첼로 연습을 한다. ‘고슈’란 프랑스어로 ‘서툰’이라는 뜻인데, 겐지는 직접 첼로를 배우고 작사 작곡도 하는 등 음악을 사랑했다고 한다.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는, 진정한 예술에 대한 이야기로 고양이, 뻐꾸기, 너구리, 쥐 등과의 의견 교환이 인상적이다. 〈새 상자 선생님과 후우 쥐〉, 〈쳇 쥐〉, 〈흥 쥐〉는 쥐나 개구리 같은 작은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재미있는 우화이다. 좁은 시야로 자기가 보는 세상이 다인 줄 알고 잘난 척하다가 큰코다치는 모습들이 풍자적으로 묘사된다. 〈은행 열매〉는 엄마 나무를 떠나는 은행 열매의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서정적으로 그렸다. 이 작품들은 환상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일찍이 독자 자신이 경험했던 감각을 생생하게 일깨움으로써 리얼리티를 환기시키고 있다. 나아가 인간에 대한 한없는 애정이 일관되게 흐르면서, 수많은 생명체가 서로 사랑하는 세계, 곧 이상향의 세계를 끝없이 추구하고 있다.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 생명의 소중함과 그 거룩한 연대를 찬미하는 우주관이 미야자와 겐지 문학의 바탕인 것이다. 자연, 인간, 우주…… 우리 마음속에 깃든 고귀한 감정들을 성찰하며 생명과 자연의 신비에 이끌려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