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결국 둘다 10년이 가까운 세월을 초조하게 서로를 생각하며 지낸거군요'
'시랑만큼 좋은 결혼의 조건은 없는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그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동감이오'
--- p.382
'당신 드레스가 멋있다고 내가 말했던가?'
그녀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두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고, 그녀를 돌려 자신과 마주보게 했다.
'그리고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다는 말은?'
'윈스턴을 생각하라고.'
레이프가 그녀를 부드럽게 품에 안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느린 음악에 맞춰..... 그는 그녀를 안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그녀는 어떤 것도 이성적으로 따질 수가 없을 정도로 온 정신이 마비된 듯했다.
--- p.174
'난 장난이 아니오. 나에겐 진짜 청혼이란 말이오.'
레이프가 간절하면서도 부드럽게 말했다. 그가 그녀의 시선을 집요하게 붙잡았다.
'대답을 해 주겠소, 한나.'
그러자 그녀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윽고 그녀의 눈가에 물기가 스미는 걸 본 그는 매우 당황했다. 떨고 있는 그녀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젠장.'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가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면, 절대 나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그는 얼른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한 팔로 휘감았다.
--- p.352
그려는 시간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한 듯, 모든 감각이 흐릿했다. 막간 여흥과도 같은 이 황홀한 기분이 지속되지 않을 거란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현실 속으로 나오기가 싫었다.
--- p.181
그녀가 식품점에 들어간 짧은 시간에 레이프는 그녀의 개를 포섭한 것이다.
"흠."
그녀는 벌써 유대감이 형성된 윈스턴과 레이프의 모습을 보며 빨리 걷느라, 낡은 트럭에서 내려 곧장 그녀에게 걸어오는 커다란 몸집의 남자를 미처 보지 못했다.
"너와 레이프가 마을로 돌아왔다는 얘기는 들었어."
델 새들러가 한나에게 말했다.
"예전처럼 해변가를 휘저어놓으려고 돌아온 거야?"
미끄러지듯 멈춘 한나는 간신히 그와의 충돌을 피했다. 그러나 그녀가 들고 있는 쇼핑 봉투 안에서 포장된 토마토가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 p.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