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가족이 ‘평범한 하루 일과’를 갖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집에 치매 환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일상과 신경이 온통 환자와 돌보는 삶에만 집중되기 때문이죠. 〈전성기 자기돌봄캠프〉는 치매 가족에게 그 어렵던 ‘평범한 하루’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편하게 쉬면서 기분은 어떤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살핌받고 대접받는 시간을 통해 지금까지 치매 환자를 돌보면서 만성피로처럼 달고 살았던 좌절감, 우울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치매 덕분에’ 이런 여행에 초대받았다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치매 돌봄이 시작된 이후부터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 못했다는 이들에게 ‘하루쯤 쉬어도 괜찮다’는 마음의 쉼과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준 〈전성기 자기돌봄캠프〉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자기돌봄캠프를 말하다」중에서
아픈 가족을 돌보다가 조용히 환자가 되고 있는 사람들, 이렇게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만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고령화사회의 현실은 그동안 시니어들의 더 건강한 삶을 지원해온 재단에게 더 아프고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 간 ‘우리 사회 곳곳의 건강한 삶을 함께 만들어 갑니다’라는 미션 아래 다양한 과업을 전개하면서 우리가 깨달은 것은 노년기의 질병을 치료하여 건강을 되찾는 것보다 애초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노년기를 맞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개인의 행복한 노년기 삶을 넘어, 아픈 노인을 돌보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미래의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인 방편이 되기 때문입니다. ‘간병 실직’, ‘간병 파산’, ‘간병 지옥’, ‘간병 살인’과 같은 가슴 아픈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염려가 짙은 우울감이 되어 중장년기를 병들게 하지 않도록, 고령화 사회의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은 돌봄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낼수 있도록, 우리는 돌보는 사람을 돌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돌보는 사람을 돌보기로 했습니다」중에서
1박 2일 캠프에서의 경험이 잠시의 힐링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내 20년 의 돌봄을 되돌아보고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상담 프로그램 중 나를 위한 문구를 뽑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뽑은 건 ‘헌신하지 않아도 돼’라는 문장이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캠프에서 돌아온 후에도 나는 그 문장을 우리 집 벽에 붙여두었다. 그동안 손녀와 어머니를 무조건 잘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만 몰두해 있었는 데, 지금은 그 글귀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나에게 맞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자.’ 예전에는 두 사람을 돌보는 동안 한시도 쉰 적이 없었다. 활동보조 선생님이 오셔도 옆에서 항상 거들고 일을 찾아서 했다. 하지만 지금은 틈이 나면 방에 들어와 쉰다. 그렇게 나를 돌봐야지만 내 소중한 사람들을 더 잘 돌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걸 캠프를 통해 배운 것이다. 캠프는 20 년 동안 한결같았던 나의 돌봄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켜주었다.
---「자기돌봄캠프에서 만난 사람들」중에서
돌봄 일상에서 가장 어려운 점 중에 하나가 ‘끼니를 챙기는 일’입니다. 아픈 가족의 컨디션과 입맛에 따라 돌보는 사람의 끼니는 대충 때워지거나 그 마저도 거르는 날이 많지요. 가장 기본적인 먹는 일조차 자신이 아닌 아픈 가족을 먼저 챙기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돌봄가족들을 위해 캠프가 끝나고, 작은 밥상으로 초대 했습니다. 이름하여 ‘자기돌봄밥상’입니다. 사실 절집의 음식은 초라합니다. 고기도 없고, 마음을 어지럽힌다는 오신채(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도 넣지 않습니다. 그 대신, 여름에는 햇볕을 가득 머금은 잎채소를 먹고, 겨울에는 따스한 땅의 기운을 담은 뿌리채소를 먹습니다. 신선한 제철채소를 다양하게 먹는 것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좋은 방법이지요.
---「나를 돌보는 건강한 한 끼 ‘자기돌봄밥상’」중에서
우울감과 부양부담감의 변화가 1박 2일의 짧은 캠프 기간 동안에 가능했던 것은 〈전성기 자기돌봄캠프〉가 ‘정서 돌봄’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일상을 벗어난 짧은 휴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주변 가족과 사회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돌봄가족 개개인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 주는지 새삼 느끼게 하는 결과입니다. 특히 22~25년 동안 장기간병을 하고 있고, 하루 돌봄 제공시간이 16~18시간이며,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2시간 이하로 극도의 수면 부족을 겪고 있는 집단에서 우울감과 부양부담감이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시간, 장기간 돌봄을 하면서 건강상태에 적신호가 온 돌봄가족에게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돌봄가족으로 산다는 것」중에서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고 오는데 어느 날 한 친구가 ‘치매 이야기 좀 고만해!’라고 말해서 상처를 받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는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도 제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함께 눈물 흘려 주시네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돌봄가족들을 위한 이런 캠프가 매주 열린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안심했습니다. 돌봄으로 지치고, 아무도 나를 몰라준다는 생각으로 우울해질 때마다 이 캠프를 떠올리면 좀 나아질 것 같습니다.
---「나의 자기돌봄캠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