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통역이 없었더라면 때로는 웃음 짓고 때로는 진지했던 이 세 사람의 손짓, 이 손놀림들이 아무런 보람도 없이 그저 침묵과 무지 속에서 춤을 췄을 것이다. 나의 무지 속에서. 그리고 그들에게 내 목소리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이런 깨달음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지금 여기서는 누가 장애인이지? 바로 나로군!’
나는 내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아주 묘한 느낌이었다. --- p.6 ‘폴루 할아버지의 이야기’ 중에서
파리, 1874년 7월 7일
생자크 학교에 입학하여, 재빠른 손놀림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였던 그날 이후로, 전 제가 그 아이들과 더불어 특별한 민족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바로 수화를 언어로 사용하는 민족이지요. 상급생들 가운데 한 명인 알리베르, 제가 알리베르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렸었죠. 알리베르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 언어는, 숨을 쉬자면 공기가 필요하듯이 우리 지능에 반드시 필요한 거야.”
유럽 여기저기에서 농아인들을 상대로 말을 가르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세요? 정말이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위지요. --- p.68 ‘장의 편지’ 중에서
“여러분, 이 모든 일, 정말 감사드립니다.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정말로 기뻐요! 여러분이 수화하는 것을 보니 모두 재능을 타고 나셨네요. 여러분에게 수화를 가르쳐 주신 올리비에 씨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여기 도착해서 사람들이 수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제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죠. 남편과 저는 가끔씩 건청인과 청각장애인이 서로 열띤 대화를 나누는 이상적인 세계를 그려 본답니다. 그런데 그게, 그 세계가 존재하네요! 바로 우리 마을입니다!”
--- p.176 ‘폴루 할아버지의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