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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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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94g | 130*205*12mm
ISBN13 9791170611110
ISBN10 117061111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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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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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대로 정화로 세상을 바꿀 순 없어. 그래도 그 하루로, 그 한 번으로 한 사람의 세상을 구할 수도 있잖아? 기사님이 5층 계단을 올라와 우리 할머니를 구한 것처럼.”
사람들의 다홍색 구름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중엔 아예 회색빛으로 변한 구름도 있었다. 하나가 커지는 먹구름 밑에서 말했다.
“정화도 이런 어두운 구름처럼 퍼져나가거든. 너 혼자서는 못 하겠지만 네가 정화한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내가 할머니의 짐을 들어드리게 됐듯이.”
--- pp.37-38 「그 많던 마법소녀들은 다 어디 갔을까」 중에서

동참은 핥듯이 소주를 홀짝거렸다. 술은 허무맹랑한 얘기도 그럴싸하게 만들어준다. 억제제를 고안해냈듯이, 치료제도 개발되고 점박이는 다시 예찬이로 돌아온다. 예찬이는 과거는 잊고 월급을 받는 일을 하다가 붙임성 좋은 여자와 살림을 꾸리고 엉덩이가 투실하고 눈이 맑은 손자를 동참에게 안겨준다. 하지만 그런 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동참의 몸속에서 암 덩이만 무럭무럭 자라났다. 예찬이의 살점은 계속 떨어져 나가고 해골 모형처럼 뼈다귀만 남겠지. 좀비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좀비는 치유 대상이 아니라 처리 대상이니까. 보건소에서는 동참에게 끼니처럼 먹을 진통제만 처방하고 큰 병원에 가라는 말을 더는 하지 않았다.
--- p.60 「내림마단조 좀비」, 중에서

기계가 부르르 떨고, 슬롯이 팽팽 돌다가 차례로 멎었다. 띵, 7이었다.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지켜봤다. 띵, 다시 7. 이쯤 되자 식은땀마저 배어 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띵. 또다시 7이었다. 축하한다는 듯 전구가 현란하게 빛났다. 엄마는 배출구 안에서 나는 둔탁한 소리에 뛸 듯이 기뻐했다. 엄마가 쪼그려 앉아 지폐 다발을 꺼내면 내가 차곡차곡 쌓았다. 손에 쥘 때면 든든한 그 무게감이 좋았다. 슬롯머신, 아니 아버지와 함께라면 모든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겼다. 물론 믿음, 소망, 사랑, 그중 제일은 잭팟이라.
--- pp.93-94 「슬롯파더」 중에서

은재는 눈앞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펄펄 끓어 넘치며 덜그럭거리는 냄비에서 분명 아이가 절망에 차서 우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장롱에 숨어 있던 곰 인형과 거실을 기어다니는 애벌레 인형, 현관에 버티고 있는 고릴라 인형까지……. 은재는 봉제 인형들에게 완전히 포위당했다. 남은 건 삭아 문드러진 토끼 인형이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해서 토미라는 이름을 붙여준 인형. 은재는 뜨거운 줄도 모르고 떨리는 손으로 홀린 듯 냄비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 있는 걸 본 순간, 은재는 단두대에서 순식간에 목이 잘린 듯 얼어붙고 말았다.
--- p.127 「인형 철거」 중에서

“율은 여자도 남자도 아니야.”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이야?”
“제발, 엄마. 성별이라는 건 자연에만 존재하는 거야. 생식하고 번식하기 위해서. 그걸 우리 좋자고 안드로이드에도 적용하는 건 진짜 웃기는 일이야. 율은 율 그 자체야.”
“왜 그러고 사니?”
알아요. 그 말만은 참았어야 했는데. 1년 만에 찾아온 애한테,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 p.159 「문을 나서며, 이단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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