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해설 작가 연보 |
저헤르만 헤세
관심작가 알림신청Hermann Hesse
헤르만 헤세의 다른 상품
역박광자
관심작가 알림신청박광자의 다른 상품
“자연 그대로의 인간은 예측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속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알 수 없는 산에서 흘러내리는 강물, 길도 없고 정리도 안 된 원시림이나 마찬가지이다. 빛이 들어오도록 원시림을 쳐내고 단단하게 정리해야 하듯 학교 역시 자연 그대로의 인간을 부수고 굴복시키고 강제로 제어해야 한다.”
--- p.57 “오후 내내 한스의 머리에서는 하일너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대체 어떤 아이지? 한스가 하는 걱정이나 소원 같은 것이 하일너한테는 아예 없었다. 그는 저만의 사고방식과 언어를 가지고 있었고 남들보다 더 열정적이고 더 자유롭게 살았다. 그 애는 남들과 다른 고민에 빠져 주변의 모든 것을 경멸했다. 그는 유서 깊은 기둥과 담장의 아름다움을 이해했으며 자신의 영혼을 시로 표현하고 상상 속에서 허구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비밀스럽고도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자유분방한 정신의 소유자로, 구속을 싫어하고 한스가 1년 동안에 할 법한 농담을 하루에 다 했다. 또한 우울한 가운데서도 자신의 슬픔을 낯설고 진기하고 귀한 보물처럼 즐겁게 받아들였다.” --- p.86 “두 소년의 우정은 기묘했다. 하일너에게 한스와의 우정은 즐거움이자 사치, 편안함 혹은 변덕이었고, 반면 한스에게 이 우정은 때로는 자랑스러운 보물이었고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짐이었다.” --- p.92 “좋아, 그럼 됐어. 지쳐서 힘이 빠지지 않도록 해라. 안 그러면 수레바퀴 밑에 깔리게 돼.” --- p.115 “이 초라하고 작은 골목에는 비밀스럽고 이해할 수 없고 어두운 매력을 지닌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금속공 브렌들도 작업장이 망해 엉망진창이 된 뒤에는 이 골목에 살았다. 그는 하루 중 절반은 작은 창가에 앉아서 활기 넘치는 골목을 음울하게 내다보았다.” --- p.153 “그는 이제 가을 들판을 헤매고 다니며 계절의 힘에 완전히 굴복했다. 사라져 가는 가을, 조용히 떨어지는 낙엽들, 갈색으로 변하는 풀밭, 새벽의 짙은 안개, 무르익었다가 지친 듯 시들어가는 초목은 모든 환자들에게 그렇듯 한스에게 무겁고 암울한 기분과 슬픈 생각이 들게 했다. 그는 이런 것들과 함께 사라지고, 함께 잠들고, 함께 죽고 싶었다. 하지만 젊음이 그것을 거부하며 조용한 끈기로 삶에 매달리는 까닭에 그는 괴로웠다.” --- p.158 “집으로 돌아온 그는 자기 방으로 가서 누워 곧바로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는 엄청나게 큰 공간을 지나 심연에서 심연으로 떨어졌다. 고통에 시달리고 탈진한 채 그는 한밤중에 깨었다. 그러고는 아침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누워 있었다. 채울 수 없는 그리움에 사무치고 주체할 수 없는 힘에 이리저리 내몰리며 새벽에 엄청난 고통과 압박감으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한참을 울다가 눈물 젖은 베개에 머리를 묻고 다시 잠이 들었다.” --- p.181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한스는 차츰 푸른 기계공 작업복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이 옷을 처음 입게 될 금요일이 약간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그때가 되면 적어도 무언가를 다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p.185 “그의 모든 환상은 이 답답하고 위험한 덤불 속에 얽혀 용기를 잃고 이리저리 헤매며 집요하게 자신을 괴롭히면서 비좁은 이 마법의 원 밖에 넓고 아름다운 공간이 밝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려 하지도 않았다.” --- p.186 “노래를 다 부르자마자 가슴 깊은 곳이 아팠고, 모호한 상념과 기억들, 부끄러움과 자책의 우울한 물결이 몰아쳤다. 그는 큰 소리로 신음하고 흐느끼며 풀밭에 쓰러졌다. 한 시간이 지나자 주위가 어두워졌다. 그는 몸을 일으켜 위태롭고 힘겹게 산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 p.206 |
젊음의 자화상, 한스 기벤라트
독일 괴팅엔 주에서 수재로 소문난 한스 기벤라트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낚시 도구를 직접 만들어서 할 정도로 낚시를 즐기는 한편 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의 기대와 독려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공부하여 신학교에 2등으로 입학한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성실히 공부하며 걸어가려고 했던 그와는 다른 자유롭고 예술적이며 반항적인 하일너를 만나 우정을 키우며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되고, 공부를 게을리하게 된다. 하일러는 마침내 신학교에서 퇴학당하고, 그 과정에서 점점 마음의 병이 들어버린 한스는 결국 신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질풍노도’라고 불리는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나 자신과 세상은 어떤 곳인지 탐색하며, 장차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상상하고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가야 할 시기에 부모와 교사, 어른들은 그들만의 가치를 강요한다. 그로 인해 피폐해지고 결국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 세상의 수많은 한스 기벤라트에게 들려주는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수레바퀴 아래서』에서는 당시 독일의 사회에서 강조된 교육과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에 뒤늦게 식민지 확보 전쟁에 뛰어든 독일은 애국심, 질서, 절도 등을 강조하며 제국주의적인 교육에 매진하게 되었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신학교가 그런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학교에서는 개인보다 사회, 감성보다 능력이 강조되는데, 그것은 다른 의미에서 우리가 지금 몸담고 있는 능력 위주의 사회, 피 말리는 현대 경쟁사회와 결코 다르지 않기에, 『수레바퀴 아래서』는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거장을 만나는 또 하나의 길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아르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문학 시리즈로, 이에 앞서 문학과 철학과 예술의 거장의 자취를 찾아가는 기행 평전 시리즈로 호평을 받고 있는 ‘클래식 클라우드’의 명성을 잇는 또 하나의 야심 찬 시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공간’을 통한 거장과의 만남을 위한 것이라면, 그 형제 격인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는 ‘작품’을 통해 거장의 숨결을 느껴 보기 위한 것이다. 이로써 거장을 만나는 세 개의 다리, 즉 ‘공간’과 ‘작품’과 ‘생애’가 비로소 놓이게 된 셈이다. 시중에는 이미 많은 종류의 세계문학 시리즈가 있지만, 아르테에서는 우리 시대 젊은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해당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전문가급 역자에 의한 공들인 번역은 물론이고, 고전 하면 으레 떠오르기 마련인 무겁고 진중한 느낌에서 탈피하여 젊고 산뜻한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번역의 질적 측면으로 보나,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의 외관으로 보나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오늘날 젊은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약 5년간의 준비 끝에 2023년 봄과 함께 첫선을 보이게 되는 작품은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평온한 삶』(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 지음, 안시열 옮김), 『워더링 하이츠』(에밀리 브론테 지음, 윤교찬 옮김) 4종으로, 모두 여성 서사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여성 서사가 문화의 흐름을 강력하게 주도하고 있는 때인 만큼 새롭게 번역된 여성 서사의 고전을 만나는 일은 반가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르테에서는 2023년까지 『변신』, 『1984』, 『인간 실격』, 『월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 시리즈 9종을 출간했다. 이어 2024년에도 『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라쇼몬』(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허클베리 핀의 모험』(마크 트웨인) 등의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