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람들 세계에는 ‘그러나’가 있다. 나는 망하는 순간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됐다. 그것은 ‘가진 것, 욕심낼 것, 심지어 버릴 것조차 없어졌으니 얼마나 가벼운가’ 하는 안도감 같은 것이었다. -10쪽
결국 세상의 남녀 관계는 불공평 투성이다. 같이 사는 여자는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고, 사랑하는 여자는 같이 살 수가 없는, 그런 게 짝 없는 남녀들의 외로운 세상이었다. 그런, 바보 같은 세월 동안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언젠간 사랑하는 사람과 실제로 같이 살겠노라고.’ -24쪽
볼이 잔디에 떨어져 구르면 대지가 그 생명을 인계 받는다. 볼이 정지하는 순간 볼과 대지는 하나의 유기체가 돼 서로를 감싸 안는다. 이제 볼이 대지이고 대지가 볼이다. 그 둘은 서로가 영향을 미치는 필연적 관계이다.
굴러가다 멈춘 볼. 그 볼은 대지에 안긴 채 고요하다. 어쩌면 잠시나마 휴식을 누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움직이지는 않지만 조용히 숨은 쉬고 있다. 다시 날아올라야 하는 순간을 기다리며. 결국 골프는 정지된 세상의 침묵 속에서 탄생하는 ‘창조’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런 창조는 없으며 세상이 만들어진 이래 단 한 번도 같은 것이 되풀이된 적도 없다. -45쪽
결국 골프는 ‘비법’이 없다. 골프는 이미 알고 있는 이론, 귀가 닳도록 들었던 이론, 너무 평범해서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었던 이론을 진정으로 깨닫고 몸이 그것을 느끼며 치게끔 만들면 되는 것이다. 많은 골퍼들이 자신은 ‘기본을 지킨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기본 중의 기본조차 간과하며 스윙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121쪽
나를 하루하루 지탱케 하는 힘은 말할 것도 없이 은수의 존재였다. 그녀와 함께 살게 되리라는 희망만이 저 멸망의 기억으로부터 나를 구해주고 있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하며 나를 달랬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줘야 한다. 그래, 회사는 잃었지만 은수를 얻었으면 되는 거야. 내가 엄청 남는 장사를 한 거지. 그거면 충분해!’ -173쪽
“어떻게 치는 줄 알고 쳤는데 미스샷이 났다면 절대 화가 나지 않아요. 웃음이 나죠. 알고도 실수한 거니까 웃음이 나는 거고 다음엔 어떻게 쳐야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웃을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샷을 모르고 치는 경우엔 분노가 치밀죠. 모르고, 확신도 없었지만 그 샷을 해야만 하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생각되는 겁니다.” -221~222쪽
“매일 접하는 작은 것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야. 예를 들어 커피잔이나 물컵, 쿠션, 칫솔 통, 심지어는 콘센트 등 하루 생활을 하며 늘 접하는 물건은 정성을 다해 가장 맘에 드는 것으로 구비해야 한다는 뜻이야. 몇백만 원짜리 보석이나 시계 등은 사실 일 년에 몇 번 차지도 않아.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그런 것을 살 때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그걸 모시고 살지. 난 그것보다는 일상 생활용품이 훨씬 더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것, 그런 물건이 반드시 있거든. 매일 접하는 물건은 반드시 그런 걸 구하자는 것이지.” -228쪽
프로가 이와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스윙하는 것 같은 데도 100야드 안쪽 거리는 기가 막히게 붙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부단한 연습을 통한 ‘자동감지 스윙’을 하기 때문이다. 거리가 59야드면 59야드, 64야드면 64야드 등 거리대로의 스윙을 몸이 알아서 만들어낸다. (…) 프로는 그 5야드 차이를 조정한다. 그걸 못하면 그렇게나 많은 버디가 나올 수 없다. -336~337쪽
골프를 깨닫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시간’이었다. 골프에 소요된 ‘시간의 절대치’가 있어야 골프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라운드를 많이 해봐야 골프라는 게임의 속성을 느낄 수 있으며 연습을 정기적으로 해야 극히 조금씩이라도 스윙의 원리를 알아채기 시작한다.
프로들 스윙이 좋고 그들이 골프를 잘 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쏟아 붓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 깨닫는 것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골프를 잘 치려면 골프에 절대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난 연습은 안 해’ 라든가 ‘연습을 하든 안 하든 스코어는 마냥 비슷해’ 라고 말하는 골퍼가 있는데 실상 그들의 골프에는 별 얘깃거리가 없다. 그들은 늘 ‘그 수준에서의 골프’에 만족하고 있는 셈이니까. -343쪽
결국 남녀 간의 관계에 대해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절대로 제삼자는 그들의 관계를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 그들만의 세계를 가질 수 있을 저도의 깊이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 모두는 그들이 창조한 둘만의 세계이다. -369쪽
“골퍼들은 1미터 퍼팅이 아주 어렵다는 관점이 있어. 칠 때마다 처음 치는 것 같이 생경하고 어떤 때는 공포스럽기도 해. (…) 문제는 실패 이후야. 골퍼들은 자책이 심해. 넣어야 당연한 거리를 못 넣었다며 괴로워하지. 그러면서 ‘그래 역시 1미터 퍼팅은 어려워’ 하면서 마치 그 어려움을 당연한 것으로 굳히는 거야. (…) 그리하여 1미터 퍼팅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골프가 되고 말아. (…) 반면 골프를 모르는 사람에게 퍼터를 주고 1미터 퍼팅을 시킬 경우 그는 실패해도 전혀 자책이 없어. 그저 ‘에이, 안 들어갔네’ 하고 말지. 상처가 전혀 없는 거야. 그에게 ‘1미터 퍼팅을 못 넣은 것이 참 신비롭지 않아요’ 하고 물으면 그는 어안이 벙벙할 거야. ‘그 까짓것 못 넣을 수도 있지 뭘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냐’ 면서.
골프는 모든 샷이 그와 같아. 백지 상태에서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신비할 것도 없고 어려울 것도 없어.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임을 인정하면 되는 거야.” -377~378쪽
“여자는 나이에 민감하죠. 그런데 나는 늘 생각해온 것이 있어요. 여자로서 가장 아름다운 나이가 언제인지를. 나는 여자의 이십 대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외모는 예쁘고 싱싱할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나이’는 결코 아니라는 거죠. 지금은 삼십 대나 사십 대가 가장 멋진 나이라는 생각이에요. 진심으로 그래요. 무언가 진실이 있는 시기, 어떤 절실함을 품에 안고 가는 시기. 그때가 이 나이라는 거죠.” -445쪽
골프의 각 영역 중에서 순서를 정해 볼을 칠 줄 알게끔 만다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숏 어프로치를 잘하면 퍼팅이 좋아지고 퍼팅이 좋아지면 다음 홀의 드라이버 샷에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골프의 모든 샷은 전부가 연결돼 있기에 우선은 ‘한 가지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골프는 몰려다닌다. -456쪽
좋은 스윙폼은 당신 가슴 속에 있다. 자신이 칠 수 있는 샷의 범위 내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칠 수 있다면 그 스윙이 최고인 것이다. 그러니까 골퍼로서의 일생을 ‘보여지는 껍데기’에 신경 쓰며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464쪽
“골프엔 항상 탐욕이 있어요. 능력 이상의 결과를 바라는 끝없는 탐욕. 그 탐욕을 누르며 ‘자신이 살아온 인생대로만 스윙하는 한’ 그 골프는 아름다운 거예요.” -465쪽
“오로지 볼만 보는 자, 볼만 보이는 자는 골프가 급해진다. 먼지보다 작은 존재가 뭘 그리 급하게 사는가. (…) 욕심이나 서두름, 조급함. 그런 ‘조작’이 없는 당신 고유의 스윙. 자연속의 평온한 스윙. 당신의 영혼이 깃든 스윙. 그 이상의 스윙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골프는 그게 전부다. 그 이상 무엇이 있겠는가.” -5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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