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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

걷는사람 시인선-113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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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50g | 125*200*10mm
ISBN13 9791193412350
ISBN10 119341235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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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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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도 얼마 동안, 귀는 싱싱한 이파리처럼 살아 있다고 한다. 심장도 멎고 팔다리도 고무처럼 축 늘어졌는데 듣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눈도 뜨지 못하고 입술은 또 거멓게 변해 가는데 신기하게 살아 있다고 한다. 친구들 발자국 소리? 엄마가 부르는 소리? 무슨 소리가 귓바퀴를 타고 흘러들기를 기다리는 건지, 대체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것인지, 모든 불이 꺼지고 칠흑 같은 어둠만 깃들어 차갑게 숨이 식어 가는 빈집에서 귀는 끝내 고집을 부리며 저 홀로 남아 도둑고양이처럼 세상을 엿듣고 있다고 한다.
--- 「귀」 전문

울음은 먼 곳까지 잘 들리는 환한 문장
지붕에 부뚜막에 창고에 잠든
슬픔의 정령이 일제히 깨어나는 저녁
나는 안다 마당의 개도 목련도
뚝 울음을 그치고
달도 구름 뒤에 숨는 오늘 같은 날엔
귀먹은 뒷집 노인도
한쪽 손으로 울음을 틀어막고
저녁을 먹는다는 것을
--- 「고라니가 우는 저녁」 중에서

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라는 시를 쓴 미얀마의 한 시인이
무장 군인에게 끌려간 다음 날,

장기가 모두 적출되고 심장이 사라진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어느 컴컴한 건물에 심장을 남겨 두고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어리처럼
거죽만 헐렁헐렁 남은 몸이 돌아왔다

심장이 사라진 몸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뉴스에선 말해 주지 않았다
--- 「사라진 심장」 중에서

그날 복지사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 노인이 느닷없는 울음을 터뜨렸을 때 조용히 툇마루 구석에 엎드려 있던 고양이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단출한 밥상 위에 내려놓은 놋숟가락의 눈빛이 일순 그렁해지는 것을 보았다. 당황한 복지사가 아유 할머니 왜 그러세요, 하며 자세를 고쳐 앉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흐느낌은 오뉴월 빗소리처럼 그치지 않았고 휑하던 집이 어느 순간 갑자기 어깨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과 벽시계와 웃옷 한 벌과 난간에 기대어 있던 호미와 마당가 비스듬히 앉은 장독과 동백나무와 파란 양철 대문의 시선이 일제히 노인을 향해 모여들어 펑펑, 서럽게 우는 것이었다.
--- 「독거노인이 사는 집」 전문

영화가 끝나자 사람들은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한동안 검고 흰 허공을 보다가
빈 팝콘 박스를 들고 뿔뿔이 흩어졌지만, 나는

아이들 어깨 너머로 천천히
얼굴과 심장이 흘러내리며 비로소 웃던
없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없는 사람이 끝까지 보고 있던 것이
사람이라는 생각도
이 어둡고 쓸쓸한
영화관 복도를 지나면
곧 마주칠 햇살에 금방 녹아 버릴 테고

그렇게 없는 사람은
처음부터 세상에 없었던 사람으로
눈부시게 완성되는 것이겠지요
--- 「눈사람」 중에서

긴 줄을 기다릴 수 없어 간
옆집은 한가하고
옆집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마음을 고쳐먹고 일어서려다 마침
물병과 메뉴판을 들고 나오던
주인 여자와 마주치고 말았다
눈이 마주칠 때 세상은 수평이 된다
우리는 동시에 앉았고
어른들이 읽는 동시처럼 무척 슬펐다

(중략)

누군가 찾을 때마다
수학 문제 정답처럼 알려 준
맛집의 옆집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여자에게
숟가락을 든 채 돌아보며 나는
찌개가 참 얼큰하고 맛있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고 대신 눈이 시리도록
차가운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한 번도 맛집이 되어 본 적 없는
옆집의 날들이 있다

나도 맛집 옆집에 산다
--- 「맛집 옆집」 중에서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
나는 나로부터 멀리멀리 걸어가야 합니다
자꾸만 삶을 향해 흔들리는 나를 잊으려
당신을 따뜻하게 안습니다

그러니까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죽음이 슬픔을 우아하게 맞이하도록,

태도는 끝까지 엄숙하게,
--- 「수의」 중에서

멸치로 태어나 멸치는 서럽다
어이없이 그물에 떼로 잡혀 서럽고
눈앞에서 서로의 죽음을 목도해서 서럽다
선창가에서 멸치가 툭툭 튈 때
모두들 정신없이 공중으로 떠오를 때
아, 멸치는 비로소 세상을 배우지만
그다음이 없어 서럽다
삽으로 퍽퍽 떠서 박스째 차곡차곡
트럭에 실리는 멸치들
코를 감싸 쥘 만큼 비린내가 심한 것은
멸족의 굴욕에 치를 떨기 때문이다
--- 「멸치는 힘이 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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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먼 바다, 먼 곳, 먼 길, 먼 산, 먼 수평선. 멀리서 오는 그 ‘멂’이 행간마다 겹을 이루며 주술처럼 굽이친다. 멀고 아득한데 선명한 슬픔이 울음의 발톱을 세우고 걸어온다. 먼 산 뒤에 숨어 있던 저녁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삶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걸어, 아무도 모르는 먼 길을 다녀오는 중일까. 은하수 깊은 데를 항해한 느낌이다. 시집 전체가 거인 우주가 서러운 영혼에게 보내는 한 장 두루마리 같다. 모든 순간에 도착하는 그 안부들은 죽음이라는 정직한 배경을 입고 몰래, 감쪽같이, 모른 척, 귀먹은 귀신들과 유령들로 친밀하다. 살아 있는 귀신들의 눈망울에서 울음의 자세를 다시 배운다. 삶으로부터 얻어맞은 흔적과 부름받지 못한 굴곡은 얼마나 지극하고 절실하게 살아남는가. 슬픔과 싸워 이긴 슬픔, 그 밀봉된 슬픔이 던지는 존재 증언이란 얼마나 강렬한 순수인가.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는 고백에서 맨땅을 딛는 단단한, 멍든 뒤꿈치가 보인다. 참 멀다. 죽음을 완성하는 삶의 간절함. 그 응시에서 드러나는 사회 곳곳, 주름진 표정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질문이다.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다만 도전한다. 그 물음에 출렁이는 한쪽 손으로 울음을 틀어막은 얼굴들의 심연. 심연은 위대한 철학이 아니라 울음과 쓸쓸함과 서러움과 슬픔, 외로움과 미안함과 식은땀으로 엮은 그물망이리라. “나는 나로부터 멀리멀리 걸어가야 합니다”(「수의」)라고 각오하면 “없는 사람이 끝까지 보고 있던”(「눈사람」) 근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성실한 그의 비극들은 슬픔으로 마모될 수 없는 빛나는 동공을 가지고 있다. 멸치가 힘이 센 것을 믿는 그 씩씩함이 어떤 스위치처럼 다가온다.
- 김수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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