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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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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15*188*12mm
ISBN13 979115662695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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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내부를 그려보고 싶었다// 내 안에서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다// 저 꼬리는 얼마나 즉물적인가// 공중이 혼자 돈다// 깜박깜박 흰 눈동자가 켜질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엄마가 웃었다
--- 「세계의 고아」 중에서

땀이 멈추지 않는 건 여름만 충실하다는 증거입니다// 나는 있어도 잊지 않아서 지겨운 말들뿐// 내가 보낸 말들은 철새처럼 돌아보지 않았어요// 더운 사람들이 태어나는 더운 지하철 입구에서// 나는 다른 이들과 다른 방향으로 악수를 합니다// 초벌로 데운 소매를 쉽게 버리지 못해요// 외롭기 위해 악수하는 사람 같아요
--- 「그날 단지 여름만 살았네」 중에서

굴러떨어지는 말들을 그냥 내버려 둔다. 크게 숨을 참고 한숨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살다 보면 숨쉴 수 없는 곳에서도 숨쉴 수 있게 된 말들이 있다. 수몰된 자리에서 이토록 따듯한 지붕들을 이해하기 위해 쉬운 감탄사보다 욱신거리는 종아리가 좋았다.
--- 「피랑」 중에서

노인들은 서로의 비석이 되어 등을 쓸어준다. 마주 보고 웃고 등을 대고 웃고 굽은 등을 만지고 손바닥이 볼록해지면 햇빛이 부드럽게 모일 것 같았다. 손을 뒤집으면 눈물도 받아줄 작은 종지가 될 것 같았다. 서로에게 무엇이든 될 것 같았다. 남의 이로 섭식을 하고 남의 이로 발음을 만든다. 이 골목에 모여 남은 입술로 휘파람을 분다. 기록되지 않을 말들을 주워 담아 돌 위에 새겨주고 싶었다.//결국/나는 묘지기가 되기로 했다
--- 「직업」 중에서

이런 말들을 좋아하고 내가 슬퍼하는 것들을 존중하기 위해 사람보다 더 좋은 것들이 탄생하고 허약한 사람이 나를 붙잡고 그런 나는 사람에게 먹히고 사람의 식사를 관찰하는 고양이 고양이 사랑하는 것들을 먹을 때 나는 소리 고양이 고양이
--- 「초대가 늦어서 미안해―그만하자 말한 후 피우는 담배는 어떤 맛이야」 중에서

카페 큰 창 앞에 서면 알 수 있다. 무수한 엽록소가 유리를 키운다는 것을. 채광이 잘될수록 투명의 세계가 사람들을 몹시 껴안았다. 창은 넓은 투명으로 햇빛을 통과하고 그림자는 사람들 주변으로 흩어졌다. 행복한 사람들은 다시 도란도란 앉아 행복하지 않은 것들을 서로 나누고 있었다.
--- 「투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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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탁은 타인과 사물과 자신을 낯설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어떻게 어우러져 범상하지 않은 사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시로 구현해낸다. 바로 이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가 후보작 가운데 제일 '좋은 작품'임에 동의하였다. 이와 같은 판단이 일시적으로만 적용되지 않음을, 송용탁이 이후의 시 쓰기로 꾸준히 증명하기를 기대한다.
- 김근·안현미 시인, 허희 평론가 (심훈문학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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