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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글 / 길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4년 04월 1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9 리뷰 25건 | 판매지수 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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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20g | 152*195*11mm
ISBN13 9791167031082
ISBN10 1167031083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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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데리고 가.”
나와 대장 그리고 번개와 미소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데 뭉치가 졸랐다.
“제발 좀! 나도 가고 싶다고. 나는 여기에 온 후로 단 한 번도 시내에 가 본 적이 없다고. 아, 답답해.”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 졸라도 소용이 없자 뭉치는 소리를 빽빽 지르기도 했다.
“다리도 길어지고 좀 더 자라면.”
대장은 다른 때와 같은 대답을 했다.
“나는 이게 다 자란 거야.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뭉치도 다른 때와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대장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나는 대장의 마음을 알고 있다. 뭉치가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의 눈에 보이면 곤란한 일이 생길 거다. 어린 뭉치는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의 속임수에 홀딱 넘어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흰 개 파도가 걱정했던 일이 일어난다. 뭉치는 제2의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가 되어 거짓말 대마왕이 될 거다. 남을 속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할 거다. 대장은 그걸 걱정했다. 뭉치의 다리가 길어지고 덩치가 커지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었다. 누구의 속임수에도 단박에 넘어가지 않는, 마음이 단단한 개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였다.
--- pp.13~14

“그 애는 꿈이 있는 아이야. 버려지던 날 생긴 꿈이라고 하더군. 내 옆에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야. 축제에 올 때 뭉치도 데리고 와. 뭉치는 영리하고 약삭빠르지. 나는 영리하고 약삭빠른 개가 참 좋더라고.”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는 말을 마치고는 쏜살같이 골목을 빠져나갔다.
“꿈이 뭐야?”
나는 번개에게 물었다.
“우리 주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꿈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생각나는군. 우리 주인은 방이 열 개쯤 되는 넓은 집에 사는 게 꿈이라고 늘 말했거든.”
먼 하늘을 바라보는 번개 눈이 어쩐지 슬퍼 보였다.
“가자.”
번개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주인의 기억을 떨쳐 내는 듯했다.
--- pp.29~30

고개를 든 나는 짧은 비명 소리를 냈다. 저만큼 어둠을 뚫고 번득이는 불빛이 있었다. 나무숲 사이였다.
‘멧돼지는 아니고 그럼 뭐지? 아, 산은 정말 위험한 곳이구나.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겠다.’
나는 한참을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돌아섰다. 그러자 번득이는 불빛이 쌩하니 내달리더니 내가 가려던 곳으로 갔다. 그러고는 그쪽 나무 사이에서 또 번득이는 불빛을 보냈다.
‘일단 도망치자. 산속으로 더 들어가든 어쨌든 지금은 도망치는 게 중요해.’
나는 원래 걷던 쪽으로 부지런히 걸었다. 온몸의 뼈가 내려앉을 듯 아팠다. 하지만 아프다고 해서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오르막이 이어졌다. 이러다 천개산 맨 안쪽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자 어느 순간 내리막이 나왔다.
“이 길이 내려가는 길 맞는구나.”
계곡을 따라 또 한참을 내려가자 낯익은 냄새가 코를 밀고 들어왔다.
“천개산 산66번지 냄새야.”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살았다!
천개산 산66번지에 도착했을 때 어둠은 서서히 물러가고 있었다.
--- pp.110~111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는 혀를 찼다.
“좋아. 억울함을 벗기 위해서라도 자세히 말해야겠군. 내가 뭉치를 뻥튀기 있는 곳으로 데려가며 말했지. 힘이 센 개가 되기 위해서는 천개산보다 내 옆에 있는 게 낫다고. 내가 떠돌이 개의 대장이 되면 내 다음 대장은 뭉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지. 뭉치 걔, 덩치는 작아도 보통 개가 아니거든. 내가 잘만 키우면 대장이 될 자격이 충분하지. 사실 뭉치의 꿈이 아무도 얕잡아 볼 수 없는 개가 되는 거거든. 내가 ‘뭉치 너를 그런 개로 만들어서 대장을 시켜 주마.’ 그랬더니 뭉치는 ‘아, 맞다! 나는 그런 개가 되고 싶었지. 깜박 잊고 있었네’ 이러더군. 그러더니 그런 개가 되기 위해서도 천개산이 더 좋다고 하더군. 그게 끝이야. 뭉치는 곧 뻥튀기에 홀딱 빠져서 나와 더 이상 말도 하지 않았다고. 으아악, 이게 무슨 소리야? 개장수 트럭 소리다.”
--- p.123

그때 구름이 달을 가렸다. 한순간 주변은 깜깜해졌다. 바로 앞에 있는 번개 모습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요, 요, 용감아. 저, 저, 저기 벼, 벼랑 위.”
번개 목소리가 떨렸다.
“헉.”
벼랑 위에 불빛이 번득이고 있었다.
“저, 저, 저 불빛은…….”
낯익은 불빛이었다. 계곡을 따라 천개산 산66번지를 찾아갈 때 본 바로 그 불빛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불빛이 허공을 차고 올랐다. 쌔애애애액! 바람 소리가 들렸다. 허공 높이 치솟았던 불빛은 한순간 저만큼 앞에 나타났다. 순간 달을 가렸던 구름이 비켜 가며 주변이 달빛으로 밝아졌다. 번개가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나는 너무 놀라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번개와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시커멓고 거대한 물체가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멀지 않은 게 아니라 가까웠다. 시커멓고 큰 물체가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나와 번개를 덮칠 수 있는 거리였다.
--- pp.15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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