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앙생활을 오래 해 온 분들은 호흡이 빠르고 자극이 강한 설교에 누구나 익숙해 있다. 그런데 여기, 이 책에서 우리는 느리고 더디고 가던 길 멈춰 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하는 설교를 접하게 된다. 이 설교를 나는 성경 말씀 하나하나 빛을 내게 하며, 엉킨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 주며, 보이지 않던 길이 문득 눈앞에 드러나게 하는 설교라 부르고 싶다.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저자이지만, 오랜 세월 목회자로 말씀을 손에 들고 삶 속에서 씨름해 온 흔적이 각 주제를 다룰 때마다 선명하게 보인다. 느리게 읽고, 귀 담아 듣고,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보여주신 말씀과 믿음과 겸손과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함께 깨닫고, 받은 은혜와 사랑을 이웃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 강영안 (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 교수,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이 책은 목회적이며 신학적인 성찰이 깃든 차분한 설교집이다. 믿음, 소망, 사랑의 주제를 각각 두 번씩 다룬 여섯 편의 에세이는 성경과 기독교가 말하는 신앙생활의 여러 면모를 찬찬히 살피고 점검하고 있다. 이 여섯 개의 주제들은 언뜻 보면 하나의 책을 구성하기에는 다소 우활(迂闊)한 주제들이지만, ‘질그릇에 담은 보배’라는 바울 사도의 메타포에 의해 무리 없이 응집성을 이루고 있다. 저자는 지극히 천한 죄인 속에 담긴 지극히 존귀한 하나님의 복음과 구원의 깊이와 장엄함을 섬세하게 짚어가며 하나님에 대한 경배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다소 잘못 알려진 신앙 통념들을 바로잡아 주고자 하는 목회적 권면을 적절하게 글 중간중간에 배치하고 있다. 헌금, 정의 없는 사랑과 용서, 친이스라엘 중심의 종말론 등에 대한 이 책의 논의는 아주 유용하다. 그런데 더 자주 저자는 기독교 신앙의 세 기둥인 믿음, 소망, 사랑이 얼마나 장엄하고 보배로운 하나님의 선물인지를 천착한다. 종교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이지만 이 책 어디에서도 자신의 학문을 자랑하거나 지적 성취를 암시하지 않는다. 이 책은 지극히 쉬운 한국어로 신학적 훈련이 덜 된 독자들에게도 잘 읽히는 은혜로운 책이다. 신앙 입문자들이나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기 원하는 독자들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다.
- 김회권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구약학 교수)
이 책의 저자가 낯선 독자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권수경 목사는 젊어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사람인데, 긴 세월 미국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며 목회를 하느라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솔직히 그가 묻혀 있는 것이 안타까워, 몇 년 전 그를 만났을 때 책을 쓰라고 권했다. 그런데 드디어 기다리던 그의 첫 책이 나왔다. 오랜 기간 훈련된 철학적 사고와 풍부한 목회 경험과 험한 인생의 질곡에서 체득한 지혜가 한데 응축되어 영롱한 보석처럼 빛나는 작품을 탄생케 했다. 복음을 질그릇에 담은 보배라는 틀에서 풀어 보려는 책의 의도답게, 현란한 철학적 지식으로 질그릇 자체를 빛나게 하기보다는 평이한 언어의 질그릇을 사용함으로 그 안에 담긴 복음을 더 빛나게 했다. 하지만 저자는 누추한 질그릇 같은 언어를 통해 복음의 보배가 더 밝히 드러나게 하는 지혜와 비결을 선보인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한국교회를 풍성케 할 그의 저작들이 줄을 잇기를 기대한다.
박영돈 (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