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8쪽 \| 409g \| 15322420mm
ISBN13	9788968171208
ISBN10	89681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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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와 담론

담화/담론 분석을 위해서는 먼저 ‘discourse’를 정의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은 생각보다 쉬운 작업이 아니다. discourse에 대한 정의는 일종의 “말 또는 글 모음”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것에서부터 언어학, 철학, 사회학과 같은 학문적 입장에 따라 구별되는 전문적 정의에 이르기까지 서로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각자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discourse의 정의가 달라지면서 다양한 정의들이 난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discourse라는 개념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담화’와 ‘담론’이라는 두 가지 표현이 병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언어 연구에서의 discourse는 담화로 번역되어 왔으며, 후기 구조주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철학 및 사회과학 연구에서는 담론이라는 표현이 선호되고 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1960년대 이후 프랑스의 푸코 Foucault나 독일의 하버마스 Habermas 와 같은 학자들의 담론 이론에 힘입어 담론의 이데올로기성 및 담론에 내포된 권력과 지배/피지배 관계에 대한 학문적 논의를 중심으로 담론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푸코는 사회에서 권력이 행사되는 과정이 물리적 억압의 방식에서 점차 담론을 통한 생산적인 방식으로 변하고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담론 연구의 중요성을 천명한다. 그는 사회 깊숙이 편재되어 있는 권력망을 모세 혈관에 비유하면서 권력에 대한 비판 작업은 권력이 국지화된 만큼 국지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투쟁 과정의 중심에 담론 연구를 내세운다. 담론 연구야말로 지배 담론을 통해 교묘히 구현되는 권력의 이데올로기성을 구체적으로 밝혀내고 권력을 해체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언어학 분야에서의 담화 연구는 위의 사회과학적 배경과는 거리를 두고 진행되었다. 주로 영미 언어학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담화 분석의 초점은 언어 사용에 맞춰진다. 기존 구조주의 언어학이 실험실에서 존재하는 추상적이고 이상화된 언어 연구를 중심으로 하였다면, 담화 분석은 실제 발화된 언어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언어 사용에 대한 연구는 담화가 발생하는 상황 맥락에 기초하여 사회학, 인류학 등의 인접 학문과 상호 연관성을 맺으면서 화행론, 화용론, 대화 분석, 변이 분석, 상호 작용 사회언어학, 의사소통 민족지학 등과 같은 다양한 조류들을 형성하며 발전해오고 있다.

해외 연구의 활성화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도 담론/담화 연구가 진행되었다. 한국에서의 담론 연구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오랜 기간에 걸쳐 군사 독재 정권이 검열과 폭력적 억압을 통해 사회 전반-특히 정치의 장-에서 담론 생산을 통제하고 있던 상황을 반영하여 담론 생산의 외적 강제에 대한 비판적 분석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 영향을 받아 담론 연구는 해석학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거대 담론 분석이 그 주류를 형성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면 순수 학문적 성격이 강했던 담화 연구는 영미 언어학적 전통 위에서 나름대로의 학문적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담론/담화 연구의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사회과학/언어학 사이의 학제 간 소통이 활발하지 않은 탓인지 이 두 연구 사이의 결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대 담론 중심의 사회과학 분야에서 권력의 생산이 담론을 통해서 생산(및 재생산)되고 있음을 오래 전부터 지적하였으나 그것을 일상적 담화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연구하려는 언어학적 시도는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거대 담론 차원에서 이론적으로만 지적되어온 지배 담론의 이데올로기성이 일상 언어 차원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제까지 서로 떨어져있던 담화와 담론 연구가 서로 만나는 의미있는 장(場)을 열어 보이고자 한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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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 이 책은 언어와 사회에 대해 호기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특히 대학 초년생-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담화 분석 연구서이고자 한다. 그래서 언어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언어학 내용은 최소화하였다. II절에서는 담화와 담론 연구를 서로 연결시키는 시각을 제공하는 비판적 담화 분석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먼저 CDA가 기존 언어 연구들과 어떠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 뒤 페어클로가 담화 분석에 적용하는 세 가지 차원인 텍스트-담화 수행-사회문화적 수행으로 구성되는 각 과정의 특징 및 역할에 대해서 소개한다. III절은 CDA의 문제의식을 다양한 정치 및 광고 담화에 적용한 담화 분석 사례들로 구성하였다. 각 장은 담화 분석에 있어서 중요한 언어학 주제들을 다루게 된다. 이들은 비판적 담화 분석이라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지니되 나름의 독립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책의 순서에 상관없이 관심 있는 부분을 먼저 골라 읽어도 이해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였다. 1장에서는 지칭 및 인칭에 대해서 살펴본다. 어떤 지시어를 사용하여 상대를 지칭하는가에 따라 발생하는 언술 효과를 분석하는 작업은 담화 분석에 있어서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다양한 지칭 방식과 인칭대명사(우리/당신/나/너/그들)의 사용을 중심으로 이제까지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르는 행위 속에 숨어 있는 권력 관계 및 이해관계를 분석한다. 2장에서는 문체 및 어휘의 선택과 배제의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둔다. 현대 사회에서 현실을 재구성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준거틀(framework)을 제공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언론 매체이다. 이 장은 여러 매체가 생산해낸 다양한 담화들이 어떠한 이해관계에 따라 현실을 재구성해내고 있는지 구체적인 언어 분석을 통하여 밝히고자 한다. 이를 위해 어휘의 선택 및 문장 구조에 작용하는 이데올로기적 작용을 살펴본다. 어휘 차원에서는 한 단어의 선택(및 배제)이 어떤 힘겨루기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분석한다. 문장의 경우, 수동형/능동형의 선택(및 배제), 명사 구문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담화 효과들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또한 언어 속의 성차별 현상을 문법과 어휘 차원으로 나누어 고찰함으로써 그 속에 숨어 있는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내고자 한다. 3장에서는 전제와 함축을 다룬다. 전제와 함축은 화용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연구 주제로서 언어학뿐만 아니라 철학 및 논리학과도 맞닿아 있다. 기존 언어학 연구들이 주로 전제와 함축의 이론적 정리에 집중되어 왔으므로 이 장에서는 이들이 구체적인 정치 담화를 통해 생산해 내는 담화 효과에 대해 살펴본다. 그 뒤를 이어서는 그라이스 Grice의 대화격률(conversational maxims)을 검토한다. 대화격률이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그라이스는 대화격률이 위반될 경우 발생하는 함축 의미에 대해 주목하였다. 함축은 모든 언어 활동에 등장하나 그것이 특히 강화된 형태로 등장하는 영역으로 광고를 들 수 있다. 여러 광고에서 그라이스의 대화격률을 위반할 경우 발생하는 함축 의미와 그 속에 숨어 있는 광고 전략을 읽어내고자 한다. 4장에서는 이미지 및 기호에 관한 분석을 시도한다. 메시지가 기의라면 그것이 표현되는 양상은 기표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기표와 기의가 합쳐져서 기호라는 종합체가 탄생하게 된다. 1~3장에서 주로 다룬 내용이 메시지(기의)에 대한 담화 분석이었다면 이 장에서는 이미지(기표)를 중심에 놓는 기호 분석을 시도한다. 문화 비평가들은 산업사회에서는 기의가 기표에 우위를 차지하였으나 후기 산업사회에 이르러서는 기표가 기의에 우선시되면서 수많은 이미지 중심의 기호들이 범람하며 소비자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소비 사회로 전환되었음을 지적한다. 이 장에서는 담화/기호, 기의/기표 간의 상관관계를 현대 소비 사회의 대표적 코드인 광고를 통하여 규명하고자 한다. 머리말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는 한국 사회에서 담론 연구가 시작된 시기이다. 당시 군사 독재 정권이 폭력적 억압을 통해 사회 전반에 담론 생산을 통제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사회과학에서는 푸코나 하버마스의 이론들이 소개되면서 담론 생산의 외적 강제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상황이었다. 그에 영향을 받아 당시 불어불문학과 4학년이었던 나는 문학이 아닌 언어학, 그 중에서 사회 문제와 맞닿는 연구가 가능한 담화 분석이나 사회 언어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뜻을 품게 되었다. 그렇게 유학을 떠났으며, 학위를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는 담화 분석이 여전히 주요 관심 분야이기는 했으나 그때그때 관심 가는 주제의 논문을 써내는 식이다 보니 뚜렷한 방향성을 띠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0년 학술진흥재단에 인문저술지원사업을 신청하면서 연구의 방향을 뚜렷이 하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내가 신청한 저술성과 확산지원사업은 기존의 연구 성과를 수정, 보완하여 저술을 출판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이를 위해 그 이전까지 써 온 논문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비로소 내 연구 체계를 구성하고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의 나의 논문들은 서로 다른 영역-정치 담화 및 광고-과 다른 언어학적 주제들-지시, 전제, 함축, 문체, 어휘 연구 등-을 개별적으로 다루고 있었는데, 이들을 비판적 담화 분석이라는 공통된 문제의식으로 통합하여 그 틀 속에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나오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부제를 담화와 담론이 만나는 장으로 설정한 것은 사회과학에서 거대 담론 위주의 담론 연구와 언어학에서 담화 연구가 서로 만나는 접점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권력의 생산 및 재생산이 물리적 방식이 아닌 담론을 통해서 생산된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지적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일상적 담화 차원에서 분석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다. 그러므로 이 책은 거대 담론 차원에서 이론적으로만 지적되어온 지배 담론의 이데올로기성이 우리가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는 일상 언어 차원에서 어떻게 교묘하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제까지 서로 떨어져 진행되어온 담화와 담론 연구가 만나는 의미있는 장(場)을 열고자 하였다. 이 책은 내가 진행해 온 연구를 총정리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수록된 내용은 주로 나의 기존 논문에서 다룬 내용들이다. 그러나 기존 논문을 단순히 복제한 것은 전혀 아니다. 기존 논문들이 대개 시의적인 주제들에 대한 분석이었다면, 이 책은 그 논문들을 언어학적 지표들을 중심으로 새로 구성하는 형태로 집필하였다. 또한 이전 논문에서 사용한 프랑스의 사례들을 적당한 한국 사례들로 바꾸거나 상호 비교하는 방식으로 분석 사례들을 확대하였으며, 담화 분석 작업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언어학 내용을 축소하고 설명을 쉽게 하는 등의 대대적인 수정 과정을 거쳤다. 무엇보다도 기존 논문에서 없거나 부족하였던 비판적 담화 분석의 시각을 분석 내내 일관되게 적용하여 통일성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책을 쓰는 내내 가능한 한 다양한 언어학적 지표들이 여러 영역에 걸쳐 고루 분산되기를 시도하였으나 끝내고 보니 부족한 부분이 아직 많은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언어학의 화용론 부분에서 중요한 개념인 인칭대명사 분석을 통한 직시의 문제, 전제 및 함축에 관한 부분 등은 나름대로 구체적 분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고 여겨진다. 반면 음성/음운론 관련 분석이 빠져있으며 통사/의미론 분야에서도 좀 더 다양한 분석 사례들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향후 여러 분야에서 보완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먼저 이 책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조언을 아끼지 않은 선후배, 동료 연구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나마 이 책이 읽을 만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모두 그분들의 덕택이다. 출판을 선뜻 결정하고 도와주신 한국문화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끝으로 항상 부족한 엄마이자 아내인 나를 묵묵히 감당해준 내 가족에게 이 책을 바친다. 책속으로 추가 비판적 담화 분석 이 책에서 담론과 담화의 만남은 기본적으로는 페어클로 Fairclough에 의해 대표되는 비판적 담화 분석(Critical Discourse Analysis, 이후 CDA로 약칭하기로 함)의 입장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담화 분석 앞에 ‘비판적’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은 그것이 전통적 담화 분석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정치적 담화 분석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담화 분석 방식은 페어클로를 비롯하여 반 데이크 Van Dijk, 워닥 Wodak과 같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발전된 이론 틀로서 사회과학의 담론 연구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기존 담화 분석 연구가 대체로 가치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며 진행되어온 반면, CDA는 사회의 익숙한 곳에 숨어 있는 담화의 권력 관계, 지배/피지배 관계를 찾아내고 그것의 힘의 관계를 들춰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입장은 “푸코가 각 시대별 에피스테메에 기초하여 권력이 행사되는 과정이 물리적인 힘을 통해서라기보다는 담론을 통해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권력과 담론과의 관계에 주목”하였던 문제의식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CDA는 푸코 등에 의해서 제기된 거대 담론 이론을 구체적 언어 분석에 적용하고자 하는, 즉 담론과 담화 연구를 접목시키고자 하는 접근 방식이다. 그 결과 CDA는 방법론에 있어서 언어학적 담화 분석을 토대로 하여 “담화가 어떻게 사회적 조건들을 생산/형성하고 현 상황을 영속화, 재생산 또는 정당화하는데 기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변화의 시작과 전개 및 공고화 과정에 어떻게 개입”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어 분석을 통하여 밝혀낸다.담화 연구와 담론 연구가 만나는 장을 소개하고자 하는 이 책이 CDA의 관점을 채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분석대상: 정치 담화 및 광고 담화 이 책은 담화 연구와 담론 연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만나는지 실제 분석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정치 담화와 광고 담화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데 그 이유는 이 두 장르가 담화의 이데올로기성을 잘 드러내주는 대표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치 담화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이데올로기들이 대립하기 마련이며, 광고의 경우는 자본의 이해관계가 정교하게 숨어 있다. 정치 담화와 광고 담화는 둘 다 상대를 설득하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범주에 속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나 실제 분석 과정에서는 그 유사성보다는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정치 담화는 -최근 들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점차 중요시되고는 있으나- 이성적 설득을 그 근간으로 한다면, 광고는 제한된 시공간 내에서 소비자를 구매로 이끌려는 감성적 소구가 그 주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서로 유사하면서도 차이를 드러내는 정치 담화와 광고 담화의 특징이 본 작업에서 목표로 하는 담화 속에 숨어 있는 권력 관계 및 이해관계의 실상을 보다 잘 드러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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