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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더 많이 적힌다

걷는사람 시인선-11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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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32g | 125*200*8mm
ISBN13 9791193412367
ISBN10 119341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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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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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 간조롱히 맺힌 이슬이 네 글씨 같다
오디별이 뜬 시냇물벼루에 여치 소리나 갈다가 가끔 눈썹에 이는 바람결 시린 바람결 간추려 풀잎의 눈을 틔웠으리
사는 게 뭔지 밤 깊도록 구슬구슬 맑아지는 글씨들
--- 「글씨」 전문

시냇물 속에 누가 별빛 한 점 내걸었다
바람이 닦아 놨을 잔물결 소리 만지작거리며
별은 반짝반짝 빛난다
시냇물은 오래된 기억일수록
더 맑게 닦아 놓는다

지푸라기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또옥똑 떨어지는 짚시랑물을
손바닥에 받아내던 가시내 눈알 속에도
저렇게 별이 반짝였다
--- 「별」 중에서

나 죽으면 ‘祝 사망’이라고
봉투 써 오겠다던 친구
녀석이 비운 작업실에서
불을 끈 일밖에 없는데
소주 적셔진 식빵엔 약간의 소금기가 묻어 있다
살아갈수록 가슴에
이별이 더 많이 적힌다는
뜻으로 읽히므로, 내 시간을 외등처럼 켜 놓고
벽에 손톱금 내고 있을 가시내의 밤도
더는 서럽지 않다

내 죽음을 물음 뜨러 갔는지
친구는 영 소식이 없고
--- 「내 시간을 외등처럼 켜 놓고」 중에서

어스름 깔리는 시냇가에 앉아
내 귓속 파먹는 새소리에
성냥불 켜 주며 잠시
환해졌다가 캄캄해지는 순간을 즐겼다

물병아리 두엇이 시냇물 속에
고개 처박을 때마다 눈 뜨는 잔물결들을
밤의 여객선이 찍어내는 판화라고 믿었던 날은
얼마나 멀리 가 버렸나 생각하며
성냥개비를 또옥똑 분지르곤 했다

(중략)

물결이 반짝일수록
더 맑아지는 새소리
머릿속을 일직선으로 빠져나가는 새소리에
성냥불 켜 주며
몸을 가만히 기댔다
--- 「가만히」 중에서

오늘 밤에도 눈이 내린다
잠들지 말자고 잠들면 죽는다고
꽁꽁 언 손발 맞비비며
열아홉 숨결이 빨아들이던
그 불씨에 목숨 기댔던 밤처럼
송이송이 어둠살 펴 주듯 눈이 내린다
소주가 차갑게 빛난다
무덤 속 같은 헛간을 빠져나와
어금니 거덜나도록 떠돌았어도
여태 아랫목을 못 찾았다
그만 자자고 불을 끈다
보고 싶은 얼굴이 소복소복 쌓인다
--- 「눈 내리는 밤에」 중에서

학교 가려고 전봇대 뒤에서 버스 기다리는데 그는 보도블록에 맨몸을 깔았다 내가 담배를 빼무니 저도 담배를 빼문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니 저도 땀을 닦는다 바닥이 지글거려도 물 한 모금 달라는 소리가 없다 녹다 만 쓸개간장을 더 납작하게 지지는가 보다
--- 「내 그림자」 전문

고구마 캐낸 밭에 시금치 씨를 삐고 갈퀴로 긁어 놓으니 마음이 한갓지다 벌건 대낮인데도 떡갈잎 뒤를 자꾸 들이받는 굴뚝새 소리 가위로 오려내 창에 걸어 두면 방이 환해지리라
--- 「가을나기」 중에서

옥이는 대문을 나섰을까 이마빡 쓸어 올리며 무릎을 폈다 접었다 하며 교련복 윗주머니에 성냥알들 쏠리는 소리가 지푸라기에 긁히고 눈발 사이로 팥죽 냄새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옥이 모르게 죽음이 다녀가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귀를 바깥에 뽑아 놓고 짚벼눌 속에 새는 빛에 눌려 숨이 막혔다
--- 「옥이·2」 중에서

밥은 잘 먹냐는 말에
녀석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가리키며
수돗물 냄새가 나서
보리차도 못 넘긴다고 했다

녀석은 입을 조금 벌린 채 잠들어 있다 소주로 간암을 캐내고 싶었던 시간조차 동이 났는지 얼굴이 검다 프레스에 뭉툭 잘려 손가락이 세 개만 붙은 오른손이 눈에 아프다

누가 다녀간 흔적이 없는 병실
생(生)은 누구 것이냐고
링거액이 저 혼자 또옥똑 새고 있다
--- 「생(生)은 누구 것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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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는 물음이 하나 있다. “어디까지 갈 건디?”(「동진강 달빛」) 물음은,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부터 이 시집의 페이지들을 차례차례 넘기며 섬세한 언어로 빚은 사람과 풍경 들을 거쳐 내게로 온다. 몸도 마음도 “유배지” 같고 그저 “허수아비”처럼만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 “살아갈수록 가슴에/이별이 더 많이 적히”(「내 시간을 외등처럼 켜 놓고」)고 “칼 한 자루 못 얻고”(「밤길」) 온통 덜컹거리기만 했던 “소금기 밴 어저께들”(「탈옥수」)에 회한의 한숨만 보내고 있을 때, 그래서 이제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 이제 그만 무너지고 싶을 때, 물음은 “구슬구슬 맑아지는 글씨”(「글씨」)로 가슴께를 가만히 두드린다. “어디까지 갈 건디?” 한데, 이 느닷없는 물음에 답을 찾으려 어지러운 가슴속 서랍들을 여기저기 뒤지다 보면 어느새 알게 된다. 내게도 “죄다 들켜 버리고 싶”(「동진강 달빛」)은 시절이 있었음을, “심장이 찔리고 싶은 별”(「내 시간을 외등처럼 켜 놓고」) 하나 아직 반짝거리고 있음을. 그리고 깨닫게 된다. 가슴에 “목판화” 같은 시간 하나 지워지지 않은 채 여태도 살고 있다는 걸. 그 마음이면 됐다 싶다. 아랫목 하나 못 찾았어도 “성냥불 켜 주”(「가만히」)는 마음이면, “긴 겨울잠을 털어 버린 듯/는실날실 봄바람 타는 버들가지들”(「버들가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이란 글씨를 입고” “종이배처럼 반짝반짝 접히”(「적벽강 가는 길」)는 파도 소리 한번 더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시냇물벼루에 여치 소리”(「글씨」)를 갈아 써 내려간 듯한 이병초의 시를 읽은 밤 이리 “속도 없이” 한껏 “야들야들”해진 마음이면 더더욱.
- 김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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