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모리 요’이다. 한 달 전, 6학년이 되면서 이 학교로 전학 왔다. 집이 이사한 것도 아니고, 전학 같은 건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엄마가 회사 동료로부터 “그 사립 초등학교에 결원이 생겼대.”라는 정보를 듣고, 편입시험 원서를 접수해 버렸다. 엄마가 내게 편입시험을 보게 한 이유는 바로 ‘아이들의 괴롭힘과 집단 따돌림’때문이었다. 내가 바로 속수무책 ‘늘 괴롭힘과 따돌림 당하는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부터 5학년이 될 때까지 괴롭힘과 집단 따돌림을 당하지 않았던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귀에 찰흙을 쑤셔 넣고, 필통에 지렁이를 넣어 놓거나, 강아지 똥을 묻혀 놓았다. 폭력, 놀림, 언어폭력……. 어쨌든 난 다양한 괴롭힘을 당했다.
“초등학교 애들이 괴롭혀 봤자 뭐 별거 있겠어. 애들이 기껏해야 천진난만하게 서로 장난 좀 치는 거지.”
만약 이렇게 얘기하는 어른이 있다면 그것은 초등학교 때 괴롭힘과 집단 따돌림을 당했던 끔찍했던 기억이 없었던지, 아니면 기억력이 너무 나빠 어렸을 때 일들을 완전히 잊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잠자리 날개나 메뚜기 다리를 뜯어내고, 개미집을 엉망진창으로 후벼 뒤집어 놓고, 불꽃놀이 다발에 개구리를 묶어 하늘로 쏘아 올리고…….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잔인한 생물이기 때문에 친구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아이라면 아마 이보다 훨씬 더 잔인한 생물일 것이다. ---p.14~15
“네가 창피해할 일이 아냐.”
아저씨가 말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어른들은 괴롭힘을 당하는 쪽도 나쁜 점이 있다고 말해요.”
“그렇지 않아.”
아저씨는 고개를 크게 저으며, 강하게 말했다.
“90퍼센트도, 99퍼센트도 아니야. 100퍼센트 괴롭히는 쪽이 나쁜 거야.”
“맞아! 그렇지요?”
나는 기뻐하며 아저씨에게 확인했다.
“굳이, 괴롭힘을 당하는 쪽의 나쁜 점을 얘기한다면…….”
아저씨는 내가 똑똑히 알아듣도록 천천히 말했다.
“그것은 괴롭힘에 굴복하는 거야.”
“괴롭힘에 굴복하는 거?”
나는 아저씨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 잘 들어. 괴롭힘을 견디는 것이 괴롭힘에 지는 것은 아니야. 어떤 종류의 괴롭힘을 당해도 저항하지 않고 꾹 견딜 수 있었다는 것은 차라리 이겼다고 할 수 있어.”
“괴롭힘을 참는 것이 괴롭힘에 이기는 것이라고요?”
“그래.”
아저씨의 이야기는 내게 조금 어려웠지만,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는 왠지 모르게 전해졌다. 무엇보다 내가 어른에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어른이 나를 향해 말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럼 괴롭힘에 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글쎄……. 괴롭힘을 당했던 것을 평생 마음에 품고 살거나 어른이 되어서 그 원한을 풀려고 하거나……. 괴롭힘 당한 것을 원인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비뚤게 갖고, 자기 자신이 또한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 되는 그런 사람이지.”
“음…….”
아로가 벤치 앞을 지나는 개를 향해 으르렁거렸기 때문에 나는 아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덩치가 크고 혈통 좋은 개는 모른 체하는 얼굴을 하고, 그대로 지나쳐 갔다.
“유감이지만…….”
아저씨는 계속했다.
“괴롭힘이나 따돌림은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종류의 집단에서도 있어. 따돌림 없는 세상 따위는 없단다.”
모처럼 기분 좋게 얘기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결국 나는 앞으로도 계속 몇 년 동안이나 괴롭힘을 견뎌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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