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엄마! 나 자전거 망가졌어.” “뭐? 산 지 얼마나 됐다고 망가져? 어쩌다가!” “응. 애들이랑 놀다가 귀찮아서 길에 그냥 놔뒀거든. 근데 차가 지나갈 때 깔렸나 봐. 바퀴가 찌그러져 있던데.” 엄마는 기쁨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게 더 기가 막혔어요. “넌 자전거가 망가졌는데 속상하지도 않니?” 그러자 기쁨이가 피식 웃더니 대답했어요. “또 사면 되는데, 뭘?” --- pp.12-13
게임장을 한 바퀴 돌며, 온갖 게임을 해 보던 둘의 눈이 슈팅 게임에 딱 멎었어요. “게임의 꽃은 슈팅 게임이지.” 남기적은 게임의 신답게 비처럼 퍼붓는 총알들을 요리조리 다 피해 나갔어요. 기쁨이 역시 남기적 옆에 앉아, 연신 동전을 넣으며 게임을 계속해 나갔지요. “우와! 왕, 왕 나왔다!” 기쁨이가 감격에 찬 눈으로 남기적을 바라봤어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속삭였죠. ‘역시 형은 기적의 사나이야.’ 혼자서 이 단계까지 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으니까요. --- p.43
“기쁨아, 돈 꺼내 봐. 버스 타고 가야지.” 남기적이 뻔뻔하게 말했어요. 기쁨이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꾹 참고, 돼지 저금통 안에 남아 있는 동전을 몽땅 꺼냈지요. 그런데 이럴 수가! “십 원짜리뿐이잖아!” 둘은 얼른 동전을 세어 봤어요. “백육십 원? 야, 이걸로 버스를 어떻게 타?” 이젠 남기적의 얼굴도 울상이 되었어요. “넌 어떻게 차비도 안 남기고 돈을 다 쓰냐?” 기쁨이는 기가 탁 막혔어요. “아까 그만 쓰라고 했는데, 형이 계속 쓴 거잖아.” “나만 썼냐? 그리고 네 돈인데, 네가 잘 관리해야지.” 기쁨이는 억울해서 콧구멍이 꽉 막히는 것 같았지만 뭐라고 따질 수가 없었어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분명 기쁨이 돈이고, 자기 돈은 자기가 관리해야 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