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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태 (하)

유의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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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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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1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835128
ISBN10 898883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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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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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거창, 진주, 하동, 순천, 보성을 거쳐 장흥으로 들어섰다. 안광익이 유의태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양예수에게 끌려가면서부터 혜빈의 병시중을 들기까지 피곤한 몸을 추스를 새도 없었던 그가 이 무더위를 견디어낼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게다가 밤에 잠을 제대로 자는 것 같지도 않은데 새벽이면 일어나 길을 떠날 준비를 하니 너무 무리한다 싶었다.

저 멀리 민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안광익은 속으로 안도의 함숨을 쉬었다. 아까부터 지켜본 유의태의 걸음새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서였다.

"자, 저쪽에 민가가 보이니 가서 좀 쉬세."
유의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안광익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와 동시에 유의태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안광익이 깜짝 놀라 그를 붙잡았지만 무게를 이기지 못해 놓쳐 버리고 말았다. 안광익은 유의태를 일으켜 등에 업었다.

"아이쿠 이 사람, 보기보다 무겁군!"
안광익은 유의태를 업고는 더욱 심하게 절뚝거리며 눈앞에 보이는 초가집을 향했다. 유의태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다리를 힘껏 움켜잡은 안광익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숨이 턱에 차 당도한 집 앞에서 안광익이 사람을 불렀다.
"뉘 계시오? 길가는 나그네올시다! 뉘 계시오?"

방문이 삐걱거리며 요란스럽게 열리더니 험상궂은 사내가 벌거벗은 상반신을 내밀었다. 귀찮아하는 태가 역력했다.


--- p. 110-111
내 이 한몸뚱이를 세상에 바치고자 한다. 병으로 죽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바치는 것이다. 내가 부족했던 바를 허준 너는 채우리라 믿는다. 나를 갈ㄱ리 헤쳐서라도 인간의 모든 것을 낱낱이 눈으로 보고 기억하거라. 그래서 부모를, 자식을 고통 속에서 죽게 내버려두는 일이 없도록 네가 힘써 도우거라. 저승에서도 너를 지켜보겠다. 병자를 긍휼히 여기는 의원이 되거라.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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