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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위험한 심부름 (큰글자책)

1958, 위험한 심부름 (큰글자책)

김일광 | 단비 | 2024년 04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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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10*290*20mm
ISBN13 9791163501145
ISBN10 11635011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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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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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불, 불이야!”
들녘에는 거센 불길이 마구 날뛰고 있었다. 우리가 소작으로 부치던 보리밭이었다. 확실했다.
“난데없이 뭔 소리야?”
“장흥 들판이야. 우리가 부치던 밭 맞지?”
“맞네. 어! 저쪽 솔안에도.”
그러고 보니 또 다른 곳에서도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아니, 몇 군데나 난 거야?”
밤하늘이 검붉게 타기 시작했다.
“아, 무서워라. 전쟁 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엄마는 포격으로 온 마을이 불타던,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6.25를 생각하며 몸서리쳤다.
--- p.8

내 머릿속으로 지난 선거 때 우리 가족이 당한 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괴한들을 피해 보리밭에 숨어 있던 아빠에게 몰래몰래 밥을 나르고, 도둑질하듯 아빠가 준 쪽지를 순이 아버지와 종만이 아저씨에게 전하는 일도 내 몫이었다. 우리 골목에는 늘 괴한들이 어슬렁거렸다.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밤중에도 불쑥불쑥 방문을 열고는 아빠를 찾았다. 불안, 불안한 나날이었다. 그들 뒤에는 언제나 경찰들이 어슬렁거렸다.
--- p.25

“쯧쯧쯧, 이를 어떡한다.”
“불을 지른 게 맞아?”
“글쎄요, 소작 빼앗긴 데 앙심을 품고 불을 질렀다는 소문이….”
“설마….”
“알 수 없지요.”
“지서에서 증거를 갖고 있겠지. 그러니까 저렇게….”
“그렇다면 빨리 나올 수 없겠네.”
마을 사람들은 아빠와 순이 아버지가 불을 질렀다고 아예 믿고 있었다.
--- p.26

“순이야! 도망치자. 사람들이 와.”
하지만 순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아이고, 이 답답아! 쪼그리고 있어도 소용없어. 너 지금 들켰다고.”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었다. 갈대를 헤치며 순이를 잡아 일으켰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순이 바지가 온통 피로 젖어 있었다. 너무 놀란 나는 순이를 놓아 버리고 한 걸음 물러났다. 순이가 갈대 위로 비스듬히 쓰러졌다.
“수, 순이야! 너….”
순이가 총에 맞았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 p.39

“학교 가서 기미 독립선언문 풀이한 것을 찾아서 새기면서 읽어 봐. 그러면 아빠가 소작 땅을 잃어 가면서, 괴한들에게 쫓기면서 왜 선거운동을 했는지 알게 될 거야. 아빠의 누명을 풀 수 있는 증거도 하나하나 찾아봐.”
--- p.54

‘아니, 저건 또 뭐야?’
이상한 모습이 또 눈에 들어왔다. 기표소 위에 큰 창이 있었으며, 그 창으로 투표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안쪽에는 면장이 앉아 있었다. 그 옆에 아는 얼굴이 보였다. 바로 지주 손 영감이었다. 누가 어느 후보에게 찍는지를 그들은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고함 소리가 들렸다.
“이게 비밀투표야!”
투표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종만이 아저씨였다. 투표소 안으로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종만이 아저씨를 둘러싸더니 입을 틀어막고는 다짜고짜 두들겨 팼다. 종만이 아저씨는 머리를 감싸 안고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 p.98

“분함을 억지로 삭히려고 하지 마라. 쌓아 가야 한다. 분노를 쌓고 또 쌓아서 힘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존중받지 못한다.”
--- pp.116-117

한동안 학교에서 보이지 않던 그 형이 나타났다. 몇몇 선배들과 함께 우리 교실로 들어왔다. 그 형이 내 앞으로 와서 의자를 돌려 앉았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네가 1학년을 맡아 주어야겠다.”
나는 형이 하는 말뜻을 이내 알아챘다.
“그렇게 할게요. 중학생이라고, 아직 어리다고 교실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어요. 우리는 자주민이니까요.”
나는 형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주민!”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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