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드리는 자기도 이제야 처음으로 안 것이지만, 애정도 지나치면 때로는 병이 된다는 사실을 실비네에게 이해시키려고 했다
--- p.34
“세상에는 이런 행복한 처지에 있으면서 자신의 행복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데트처럼 가장 불행한 처지에 있으면서도 늘 명랑하고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
--- p.50
“나는 마법사가 아니지만 네가 발로 밟고 있는 아무리 보잘것없는 풀이라도 어디에 쓰이는지 잘 알고 있어. 그 효능을 알게 되면 자세히 바라보게 되고, 향이나 모양으로 깔보는 일은 하지 않게 돼.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네가 어떤 걸 좀 생각해주었으면 하기 때문이야. 그건 사람에게도, 정원의 화초에도, 이 채석장에 있는 가시나무에게도 해당되는 것인데 겉모양이 예쁘지 않고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을 다들 너무 하찮게 여긴다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음에도 그것을 보고도 놓쳐버리는 거지.”
--- p.79
“나는 아이들 상처나 병을 치료해주고 약을 만드는 법까지 가르쳐주고, 그리고 돈도 받지 않아. 그런데 사람들은 그에 대해 감사 인사는커녕 마법사라는 소리를 해. 뭔가 용건이 있을 때는 정중하게 부탁하러 오지만 그 일이 끝나면 바로 등을 돌리지.”
--- p.81
“내가 여태 네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거야?” 랑드리는 초조한 말투로 대꾸했다. “지금도 잘 보이거든. 달빛에 비치잖아. 뚜렷하게 다 보여. 이렇게 보니 못생겼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난 네 얼굴이 좋아. 난 너를 좋아하니까. 이게 내 진심이야,”
--- p.90
여자의 마음이란 그런 법이다. 풋내기인 줄로만 알았던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면 갑자기 그가 어엿한 한 남자로 보이는 것이다.
--- p.95
“본디 세상 사람들은 이런 식이거든. 두세 명이 뭉쳐서 누군가를 공격하면 다른 사람들은 왜 그러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께 돌을 던지며 안 좋은 이야기를 해대잖아. 맞설 힘도 없는 약자를 괴롭히는 게 즐거운 사람들처럼 말이지.”
--- p.127
그러나 감격은 찾는다고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감격할 준비가 되었을 때 찾아오는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해 보려고 하지만 자기 자신 안에서 싹 틔우기에는 아직 충분히 인생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는 이 시련에 고독의 공포를 느꼈다.
--- p.185
“저런! 마흔이 좋은데! 쉰이라면 더 확실하고요. 쉰 살 먹은 귀족들은 서른 명의 여자보다 어린 아가씨를 선호하죠. 그들에게 머리가 있다면 신중해질 게 분명해요. 서른 살 먹은 귀족이라면, 우리 딸들 가운데 하나가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쉽게 믿겠죠. 모든 건 거기 달려 있어요. 내 말을 믿으라니까요. 귀족들은 명가든, 막대한 재산이든, 빼어난 미모든, 오로지 자존심에서 결혼하는 법이니까. 막대한 지참금이 없다면 불타는 정열이 있어야 해요. 만족한 귀족들은 젊은 여성이 사랑에 빠져 죽지 않도록 결심하게 되죠.”
--- p.287
“친구에게 말하듯이 제발 나한테 진실을 말해줘요.”
“절 놀리지 마세요, 나리. 우린 서로 거의 모르는 사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친구처럼 말하라는 거죠?”
--- p.334
“이 집에서는 모두 제게 결혼 이야기를 하는군요. 정말 이상해요. 정작 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고, 조금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말이에요!”
--- p.335
“모든 것에 동의할 만큼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
“아니요, 나리. 그렇지 않아요.” 잔이 말했다. “그런 사람은 없어요. 제가 보증해요. 행여 누군가가 제 생각에 동의한다 해도, 약간의 타산적인 생각에서 언젠간 분명 그걸 후회하게 될 거예요!”
--- p.336
사람은 이런 식으로 착각을 하는 법이다. 욕망에서 비롯한 감동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애정으로 착각하고, 어떤 일에도 견딜 수 있는 애정에서 비롯한 평정심을 조롱한다.
--- p.369
한가한 사람은 대부분 전원도, 목장도, 자연의 정경도, 그를 위해 금화로 변할 수 있는 운명의 가축도, 그 자체로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신선한 공기와 건강을 위해 시골에 와서 며칠씩 머물고는 대도시로 돌아가 자기가 고용한 사람들이 땀 흘려 일해 얻은 소득을 소비한다.
--- p.480
사랑이 갑자기 찾아와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막연한 생각을 했다. 사랑 말고 달리 위로받을 방법은 없을 테니까. 사랑은 구할 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예기치 않을 때 우리 곁에 온다.
--- p.494
“하지만 어머니가 저에게 늘 말씀해 주신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여자가 예순 살이 됐을 때, 남편이 일흔이나 일흔다섯 살로 더 이상 부양할 수 없으면 너무 불쌍하대요. 남편은 몸이 불편해지고, 아내는 자신도 보살핌을 받고 쉬어야 할 나이에 남편 시중을 들어야 한대요. 그래서 결국은 가난해지는 거죠.”
--- p.528
"하지만 저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마음이 따르지 않는데. 전 제르맹 씨를 좋아해요. 나이를 먹어도 당신은 못생겨지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당신의 나이가 무서워요. 당신이 아저씨나 대부 같아요. 제가 존경해야 할 것만 같고, 당신은 저를 아내나 짝보다도 딸같이 대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친구들은 저를 비웃을 거예요. 그런 일에 신경 쓰는 것은 어리석지만, 결혼식 날 부끄럽고 조금 슬플 듯하네요.”
--- p.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