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회학자가 아니다. 심리학자나 생물학자도 아니고, 정치이론가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집필할 때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더 많은 여성이 공공 생활에서 권력이나 권위를 가지게 되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상상하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여성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아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르기 때문임도 확인할 수 있기를 원했다. 동시에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했을 때 얻어지는 긍정적인 측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거대한 문화적 · 역사적 · 생물학적 영향력,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 그리고 여성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내면의 장벽 등 모든 장애물을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롤로그」중에서
어떤 때는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이 모두 나를 지지해주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전에 내 직무를 담당했던 남성 보좌관 중에는 나보다 훨씬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존재는 종종 내 역할을 제한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되었고, 역할이 제한되니 나라는 사람의 효용성도 저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순환 논리와 그것이 초래하는 실질적인 파문 때문에 나는 비분강개했고, 때때로 차오르는 분노를 제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1장 - 정치적 난관과 공약 사이에서」중에서
여성은 무려 수백 년 동안 사적인 공간에 갇힌 채 그 안에서 아이를 기르고 집안 살림을 돌보며 살아왔다. 사회생활은 남성에 의해,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남성의 영역이었다. 이러한 남성의 영역에 여성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자 남성은 그들의 세계를 원래대로 ‘보존’할 필요를 느꼈다. 여성은 남성의 의례를 체득해야만 그 사회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과 다르다. 그래서 남성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과 실상 그럴 수 없는 현실의 괴리 때문에 여성은 하급 상품처럼 취급되었다. ··· (중략) ··· 여성은 이중구속의 굴레에 갇혀 있다. 남성처럼 행동하도록 요구받으나 그 역할을 너무 잘하면 견제를 받는다. ··· (중략) ··· 남성과 여성 모두 다양한 리더십의 양상을 보이지만 이들 각각의 리더십에 관한 고정관념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 리더가 전통적인 여성 이미지에 부합하면 ‘너무 부드럽고 온화해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깨고 대담한 모습을 보이면 그때는 “너무 세다.” 또는 “지나치게 남성적이다.”라고 하거나 튄다는 지적을 받는다. 잘해도 욕을 먹고, 못해도 욕을 먹는 것이다.
---「2장 - 이중잣대의 굴레」중에서
결국 더 많은 여성이 물리학이나 공학 분야를 추구하지 않는 이유는 선천적인 적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여성이 마주해야 하는 차별적인 현실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관심과 재능이 있으며, 한 인간으로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할 때다. 이를 두고 브리젠딘은 이렇게 말했다. “여성에게는 ‘여성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새로운 사회규약’을 제정할 생물학적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와 우리 자녀들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어요.”
---「3장 - 생물학, 관념, 차이」중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모든 여성의 경험 또는 대다수 여성의 경험은 남성이 함께 경험하지 않는 한 평가절하되고 존중받지 못했다. 이제는 여성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구매할 것인지를 남성이 결정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정책을 세우면서 그의 가장 큰 수혜자 또는 그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세상을 바꿔야 할 때다. 리더십 훈련장이 모성의 삶이 아니라 풋볼 경기장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경험이든지 자기 경험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는 여성이 많아질수록 여성들은 자신의 방식과 자신의 기준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4장 - 동방박사 세 사람이 여성이었다면」중에서
보노보는 다른 무리를 습격해서 살해하지 않는다. 소규모 무리는 종종 큰 무리를 피하고,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웃 보노보 무리와의 만남은 대체로 평화롭고, 심지어 우호적인 경우도 있다. 이때 우호적인 행동은 항상 암컷이 주도한다. 결국 이 모든 행동의 차이는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수컷 보노보는 수컷 침팬지보다 덜 폭력적이다. 바로 암컷 보노보의 힘 때문이다. 희망 사항일 뿐일 수도 있지만 우리도 여기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남성의 폭력성, 여성을 지배하려는 남성성을 긴 세월 동안 겪었다. 하지만 보노보는 우리에게 그중 어느 것도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여성의 힘이 남성의 힘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5장 - 평화는 여성의 얼굴을 닮았다」중에서
전형적인 남성성을 의미하는 특성, 즉 공격성, 야심, 강한 자기주장, 강압성, 과한 자신감은 ‘리더의 자질’로 인식된다. 반면에 많은 사람이 도움 제공, 친절함, 다정함, 공감능력, 애정 같은 자질을 가진 사람을 바라보면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지, 직장 상사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게다가 전형적인 남성성이 항상 여성에게도 통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위협적인 인상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성공 가도에서 가장 신속하게 추락하는 편도 열차에 탑승하게 될 테니까. 그런 여성이 부하직원을 훈육하려고 한다면? ‘남자보다 덜 효율적이면서 공정하지도 못한’ 여성으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다.
---「6장 - 모두의 승리를 위해」중에서
전업주부인 엄마들과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입장 차이로 인해 서로의 우선순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른바 ‘엄마들의 전쟁’은 현실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여성 공동의 이익에 파괴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사실 이러한 갈등은 여성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의 길을 택한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웃집 잔디가 더 파랗다.”라는 논리에 뿌리를 둔 불안감 때문에 촉발된 경우가 많다. 내 친구들 대부분이 그러듯이 나도 때때로 내가 한 선택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러다 보면 직장을 내려놓은 길을 선택한 다른 여성과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여성 직장인이 서로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7장 - 누출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하려면」중에서
여성은 다양한 이유와 다양한 방식으로 “나는 유능하지 않고, 무엇을 이루든 내 성취는 별 가치가 없으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위의 메시지를 주입받았다. 그리고 너무 자주, 여성은 그 메시지를 믿는다. 그 결과 자기 생각을 말하려는 의욕이 약화하고 스스로 앞에 나서기를 꺼리며 무슨 일에서든 남성만큼 자신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적인 가정을 검증해 보지도 않은 채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유능한지를 확인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이다. 여성에게는 이러한 부정적 역학을 바꿀 책임이 있다. 여성은 더 높은 급여와 더 많은 자원, 더 나은 기회를 요구해야 한다. 남성과 같은 방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 여성 나름의 방식이 있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전달하되 자기만의 스타일로 자신의 가치에 부응하는 요구를 해야 한다. 또 자기가 이룬 실적의 공로를 자기에게만 돌릴 줄 알아야 하며 기꺼이, 당당하게 그 공로를 자랑해야 한다. 으스대고 잘난 척하라는 게 아니다. 목표를 달성했음을 확인하고 그 공을 인정하며 적절하게 분배하라는 뜻이다. 엄마들이 자녀의 성취가 정당하게 인정받기를 바라는 것처럼, 자기 자신과 다른 여성의 성취에서도 일관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여성이 자신의 공로를, 그리고 다른 여성의 공로를 당당하게 인정해야 그 공로가 남성의 공로 못지않게, 남성의 공로만큼 가치 있다고 인정받는다. 그래야만 자신감의 격차를 줄일 수 있으며, 그제야 비로소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8장 - 자신감의 격차를 줄이려면」중에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소녀는 성공한 여성을 눈으로 보아야 자신의 성공을 믿는다.
---「9장 - 눈으로 보아야 믿는다」중에서
한 사람으로 족할 때가 있는가 하면 여러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거의 언제나, 수를 세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여성이 모여야 한다. 그래야 여성은 ‘여자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쟁취한다. 그제야 우리는 이중잣대를 없애고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각기 가지고 있는 다른 범주의 경험과 기술, 강점을 공공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존재임을 인정하며, 여성의 다양한 선택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수 있다.
---「10장 -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위해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