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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보드게임

: “여러분의 목적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아무튼, OO-064이동
심완선 | 위고 | 2024년 04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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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168g | 110*178*13mm
ISBN13 9791193044148
ISBN10 119304414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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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을 신뢰한다. 보드게임이 (기본적으로는) 타인과 직접 교류해야 하는 종류의 놀이라 그렇다. 보드게임을 좋아하려면 타인의 존재를 긍정해야 한다. 약속을 잡고, 게임을 고르고, 여가 시간을 소모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경험하기 위해 뜻을 모은다. 게임 안에서는 경쟁하더라도 총체적으로는 하나의 합의를 이룬다. 사람을 만난다는 수고를 들일 만한 놀이를 하자는 합의다. 홀로 즐길 만한 매체와 콘텐츠가 넘쳐 나는 지금 시대에 굳이 보드게임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것이 혼자서는 누리기 힘든 밀도 높은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즐기려면 어느 정도는 타인에게 우호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적어도 내가 믿기에는 그렇다.
--- p.7

아무리 생각해도 내 영혼의 일부는 보드게임에 흡수되었다. 보드게임은 직업과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내게는 독서보다 더 순수한 취미다. 더 심각하게 중독됐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게다가 독서와 보드게임은 내게 뿌리가 같다. 둘 다 타인이 품은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 만남은 때때로 고충을 낳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즐거움과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두 번째 자기실현적 예언이다). 그렇다면 보드게임이 어떻게 즐겁고 어떻게 의미가 있는지 쓰고 싶었다. 더불어 내 삶을 어떻게 구했는지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바꿔 말하면, 보드게임이 당신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도.
--- p.9

처음 ‘훌라’를 배웠을 때 생각이 난다. 초등학생 시절에 참가한 교회 여름 수련회 날이었다. 잠이 안 와서 숙소 지하의 휴게실에 내려갔더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들 3명이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판돈은 물이었다. 점수를 잃은 만큼 작은 물병을 가득 채워 물을 마셔야 했다. 그날 대판 깨진 사람은 한 번에 7병을 마셨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기본적으로는 건전한 놀이판이었다. 그들은 처음 보는 초등학생 여자애를 기꺼이 게임에 끼워주었다. 같이 놀 사람이라면 누구든 환영하는 듯했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것”은 여기에도 있지 않을까.
--- p.24

20세기 영미권 미스터리를 보면 ‘브리지’에 푹 빠진 사람들이 나온다. 브리지는 4명이 하는 카드 게임의 일종이다. 참가자가 더도 덜도 없이 4명이어야 한다. 그러니 게임 좋아하는 사람은 여러 명이 모일 때마다 브리지를 할 기회라고 여긴다. 그들은 죽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밤새도록 카드를 돌리느라 살인 사건이 일어난 줄도 모른다. 이건 내 편견인데, 브리지 좋아하는 사람 중엔 범인이 없다. 그들은 게임하느라 바빠서 범행할 시간이 없다.
--- p.27

우리 중독자들은 점차 세력을 키웠다. 새로운 희생양이 나타나면 “너도 한번 해볼래? ” 라는 말로 늪지대처럼 붙들었다. 마침 동아리방도 지하에 있었다. 그곳은 늘 살짝 눅눅하고, 서늘하고, 끈적거릴 정도는 아니지만 산뜻하지도 않은, 어딘가에 반드시 곰팡이가 있으리라 의심이 가는 곳이었다. 분기별로 대청소를 했지만 꿉꿉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게 좋은지 나쁜지 말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해가 떠 있을 때 집에 가는 날이 거의 없었으니까. 나는 선량한 여행자보다는 늪지의 괴물처럼 살았다. 생각해보니 동아리방에 있던 보드게임 중 3분의 1쯤은 내가 산 것이었다. 같이 할 사람이 있는 줄 아니까 야금야금 샀다. 그중 루미큐브는 정말 질리도록 했다(하지만 질리지 않았다).
--- pp.37~38

게임을 하는 동안 나는 진심으로 이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기지 못하더라도 진심으로 만족한다. 게임에 몰입하는 경험이 충분히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게임 밖으로 물러나서 그 게임이 얼마나 흥미롭고 새롭고 아름다웠는지, 내가 얼마나 정신없이 몰입했는지 곱씹으면 만족감이 차오른다. 승리에 실패한다고 놀이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분투형 플레이어는 게임이 끝나면 목표가 무의미해진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두려움 없이 다음 게임에 뛰어든다. 몰입과 후퇴를 경험해본 사람들에게는 매우 직관적이고 친숙한 과정이다.
--- p.50

장례식에서 그대로 귀가하지 않은 건 우연이었다. 마침 같은 시간대에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 중에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보드게임에 영혼 일부를 내어주었고 서로 그 사실을 알았다. 장례식장을 떠나는 길에 남현경과 나는 자연스럽게 합의를 보았다. 설득하는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 놀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다. 어딘가 가고 무언가 해야 했다. “장례식에서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야.” 그 말이 퇴로를 가려준 느낌이었다.
죽음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p.82

유용한 죽음. 죽음의 쓸모. 게임에서는 그런 말을 해도 된다. 나는 죽음의 서사를 즐기는 데 익숙하다. 내 캐릭터는 효율적으로 죽었다. 그런데 때때로 묻게 된다. 그럼 현실의 죽음은? 누가 죽은 덕분에 우리가 승리했다든가, 적에게 일격을 가했다고 말해도 될까. 어떤 사람들은 사회가 변하길 갈망하며 죽음을 택한다. 무관심에 지쳐 분신을 각오하는 사람이 있다. 메시지를 남기고 뛰어내리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자기의 죽음을 사용하려 한다. 호소력 있는 서사를 창출하려 한다. 혹은 자포자기에 빠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삶에 넌더리를 내며 죽음 이후에 매혹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속을 어찌 짐작하겠냐마는.
살아남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답을 듣지 못하더라도 나는 계속 묻는다. 당신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 p.87

나에게도 많은 까마귀가 있다. 당신들은 나의 까마귀이고 나는 당신들의 까마귀다. 당신은 나를 구성하고 나는 당신을 구성한다. 지금의 나는 나와 친밀했던 사람들 덕분에 존재한다. 누구를 상실하는 경험은 우리가 맺고 있던 유대 관계를 드러낸다. 미처 의식하지 못한 채로도 우리는 서로의 구성 요소가 된다. 나와 당신은 무관하지 않다. 주디스 버틀러는 ‘너’를 향한 애도와 ‘나’의 상실에 관해 말한다.
--- pp.96~97

게임의 규칙은 현실보다 명료하고 굳건하다. 게임은 현실을 잘게 쪼개 우리가 꿀꺽 소화할 만한 것으로 다듬어준다. 게임 속에서 까마귀들은 어디로도 떠나지 않는다. 까마귀 말을 앞뒤로 움직이는 동안 우리는 순전히 게임에 집중했다. 명확한 규칙이 우리를 위로했다. 우리는 애도의 언어가 형성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 p.99

나처럼 방황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해도 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게이머다. 살아 있는 사람은 말하자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상태다. 우리는 다양한 게임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무 게임도 하지 않으면 앉아 있기가 상당히 심심할 것이다. 반면 게임에 몰두하는 경험을 반복할수록 우리는 능숙해질 수 있다. 자, 무슨 게임을 할까?
--- pp.12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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