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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미 선데이 1 (개정판)
eBook

글루미 선데이 1 (개정판)

[ EPUB ]
박샛별 | 가하 | 2014년 04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4 리뷰 110건 | 판매지수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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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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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4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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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4.90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4.4만자, 약 4.7만 단어, A4 약 91쪽?
ISBN13 9791156820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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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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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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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하준은 찬찬히 서경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가 아픈 건 원치 않지만 평소보다 긴장을 푼 모습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문서경이 뭐라고 이다지도 간단히 웃음이 나올까, 퉁명스레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이미 얼굴 전체로 퍼진 미소는 감출 수 없었다.
“내 뭘 믿고 이렇게 경계를 허물고 자버려?”
하준이 그녀의 뺨을 아프지 않게 잡았다 놓았다.
“너 때문에 미치겠다. 이러니까 자꾸 욕심이 나잖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나쁜 새끼로 돌변하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나쁜 새끼?”
잠결에 하준의 목소리를 들은 서경이 눈을 뜨고 작게 중얼거렸다. 아마 본인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왠지 웃음이 나오려고 해서 하준은 입을 다물었다. 눈을 깜박깜박하며 시야를 확보하는 서경의 초점이 어느덧 그에게 맞춰졌다.
“선배님, 안 가셨어요?”
“자는 거 확인하고. 그런데 차라리 잘 깼어. 까딱하면 파렴치한이 되려던 참이었거든.”
그 말에 서경이 작게 실소했다. 하준의 입에서 파렴치한이란 단어가 나오는 게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다. 어, 안 믿네. 하준이 혀를 내두르며 그녀에게 몸을 숙였다. 아직 잠에 취해 있는 서경은 그가 가까워지는데도 경계심을 세우지 않았다.
“문서경.”
하준의 바리톤 음성으로 이름을 부르는 나직한 어투가 귀를 간질였다. 서경은 그를 응시하며 귓불에 손을 가져갔다.
“서경아.”
현실을 직시할 자신이 없어 그의 부름에 차마 대답하지 못하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단지 저를 똑바로 보고 제 이름을 불러주는 상황이 머릿속에서 무척이나 달았다.
눈을 떼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서경에게 하준은 부드럽게 웃고는 작게 속삭였다.
“틈 보이지 마.”
서경의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위험하다니까. 하준이 중얼거리며 그녀에게 입술을 겹쳤다. 처음엔 신사답게 놀란 그녀를 기다려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보기 좋은 위장에 불과했다.
곧 본색을 드러낸 하준은 허기진 짐승처럼 서경의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그에게 삼켜지는 기분에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잠은 빠르게 달아났다. 그가 몸을 누르고 팔을 억압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경은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하준을 밀어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붙잡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다.
입술을 벌리며 하준의 혀가 난폭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입술이 설탕으로 빚어진 양, 천장, 볼, 혀 밑을 가리지 않고 혀로 문질러댔다. 하지만 그도 모자라다는 듯이 하준은 더 깊숙이 파고들 틈을 찾았다. 그녀에 대한 탐욕이 여실히 담겨 있었다.
꾸밈없이 드러난 욕망의 실체에 서경의 머릿속이 비워졌다. 그의 얼굴이 지나치게 가까웠다. 속눈썹 하나까지도 모두 셀 수 있을 것 같은 거리였다.
서경은 아이 같은 순수한 호기심에서 그의 속눈썹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눈을 감고 있어서 긴 속눈썹이 볼에 그림자를 그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속눈썹을 건드리는 순간, 하준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검은 눈동자에 차올라 있는 욕망이 읽히자 순간 머리가 아찔했다.
하준은 너무나도 손쉽게 빗장을 부수고 들어왔다.
키스와는 사뭇 다른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맞닿은 체온에 서경은 이상토록 가슴이 술렁거렸다. 그에게서 떼어낸 손을 내리지 못하고 움츠리고만 있었다. 하준이 고개를 들고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서경은 집요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눈을 마주치다가 하준은 곤란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여전히 미열이 느껴지는 서경의 이마에 고개를 숙였다.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살갗에 입술을 내렸다.
“거봐. 위험할 거라고 했지?”
“왜…….”
서경의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문장을 이루는 단어들은 입 안에서 흩어져버렸다. 하준은 미처 제대로 문장이 되지 못한 그녀의 말의 요지를 단숨에 이해했다. 왜 그녀일까?
“글쎄, 왜 이럴까? 이유를 알았다면 차라리 원인을 아예 없애버렸을지도. 그랬다면 이 긴 괴로움을 겪지 않았을 테지.”
하준은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정작 그런 기회가 있더라도 잡지 않았을 거야. 너 때문에 아무리 속을 애태우게 돼도 네가 아닌 다른 선택지는 보이지가 않는다.”
왜인지 위태롭게 보이는 표정에 서경은 저도 모르게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늘이 진 그의 뺨에 손을 가져가고 손에 체온이 느껴지는 순간, 놀라긴 했지만 이 충동적인 행동이 후회스럽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이때껏 충동적인 행동을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정해진 규율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그녀를 처음으로 충동적으로 움직인 사람이 하준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지금의 자신이 몇 주 전의 자신에게 이 일을 말해준다고 해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손을 거둘 마음이 들지 않았다. 깁스와 붕대로 어쩌면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는 모습을 한 자신에게 저렇게 갈망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하준이 이상스럽다. 그는 자신에게 뻗어온 손이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나한테 왜 이래?”
하준은 조급하게 물었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고 서경의 손 위로 손을 겹쳤다.
“아니. 깊게 생각하지 마. 네가 내민 거니까 나중에 실수였다느니 해도 이거 못 물러. 이 거리만큼은 이제 네가 양보해.”
그럼, 내 인내심이 허락하는 한 신사로 있어줄 테니. 뒷말을 덧붙이며 하준은 그녀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욕망을 갈무리하고 냉담함에 가까운 무표정으로 돌아온 그는 서경의 손에 뺨을 기대었다.
이 사람은 언제나 이렇게 감정을 추슬렀구나. 서늘한 표정에서도 그녀에게 향한 눈길에는 갈애가 묻어났다.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도리어 우스울 정도였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하준은 가만히 그녀를 응시하며 부드럽게 걸린 웃음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입가를 툭툭 두드리는 손길에 서경이 코끝을 찡그렸다.
“서두르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지금처럼 도망가지만 마.”
입술을 겹쳐오는 하준을 받아들이며 서경이 눈꺼풀을 내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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