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어떤 사람이 보물이 가득 담긴 자루를 가져다 욕망의 발밑에 쏟아놓았다. 욕망은 보물들을 집어들고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고는 인내를 바라보며 비웃고 놀려댔다. 하지만 욕망은 아주 잠깐 사이에 모든 보물을 낭비해버리고 말았다.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이제 보물을 담았던 누더기 자루뿐이었다.
크리스천: “음, 이건 또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해석자: “이 두 소년은 상징입니다. 욕망이라는 소년은 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을 상징하는 거구요. 인내라는 소년은 다가올 세상에 속한 사람들을 상징한답니다. 보셨다시피, 욕망이 하는 말은 항상 모든 것을 ‘지금 당장’, ‘반드시 올해 안에’이지요. 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자기들 살아생전에 좋은 건 모두 다 가지려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야 직성이 풀리니까요. 그 사람들은 절대로 다음 세상까지 기다리질 못해요. 그들은 “손에 쥐고 있는 한 마리 새가 숲 속에 있는 두 마리 새보다 낫다”는 속담을 다가올 세상에서 더 좋은 것들을 얻게 된다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신봉하죠.
하지만 욕망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낭비해버리고 남은 것이라곤 겨우 누더기 자루뿐인 걸 보셨잖아요. 마찬가지로 세상 것들을 욕심내는 사람들은 이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을 때 똑같은 꼴을 당하게 될 겁니다.”
크리스천: “여러 면에서 인내가 최고의 지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겠네요. 첫째로, 그는 가장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기다릴 줄도 아는 것 같아요. 둘째로, 욕망에게는 누더기 자루밖에 남은 것이 없게 될 때 인내는 자신의 영광을 얻게 될 테니까요.”
--- p.55~58
하늘나라로 들어가자마자 황금빛 찬란한 옷을 받아 입었다. 또한 수금과 면류관도 받았다. 수금은 찬양하는 데 쓰는 것이었고, 면류관은 존귀의 상징이었다. 하늘나라의 모든 종들이 다시 한 번 기쁨으로 울려퍼지는 소리를 들었다. 크리스천과 소망에게는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 25:21)” 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러자 그들도 큰 소리로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권능을 세세토록 돌릴지어다(계 5:13)”라고 노래했다.
순례자들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이 활짝 열렸을 때, 나는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하늘나라는 마치 태양처럼 눈부셨고, 거리는 황금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머리에 면류관을 쓰고 손에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금으로 만든 수금 소리에 맞춰 찬양의 노래를 부르면서 거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곳에는 날개 달린 천사들도 있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주님이시여!” 하며 서로 화답하고 있었다. 하늘문은 곧 다시 닫혔다. 하늘나라의 모습을 보자, 나도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 p.243~244
크리스티아나: “세상에는 참 별별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죽기 직전에 회개하면 되니까 시간은 넉넉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용감무쌍: “똑똑한 척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이지요. 일생 동안 한 주일에 30킬로미터씩 가야 하는 사람이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고 하다가, 죽기 직전 한 주간에 평생 달려야 할 거리를 한꺼번에 다 달리겠다는 꼴이나 마찬가지예요.”
정직: “옳은 말일세. 그런데 자칭 순례자라는 사람들 대다수가 사실은 그런 돼먹지 않은 요령을 피우고 있다는 게 문제지. 당신들이 보다시피 나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야. 이날까지 오랫동안 이 길을 걸어오면서 별의별 사람들을 다 보았어.
온 천하를 다 쥐고 흔들 것 같은 기세로 설쳐대다가 며칠 못 가서 죽는 사람도 여럿 보았지. 마치 약속의 땅은 바라보지도 못하고 광야에서 죽어야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말이야. 반면에 처음엔 아무 약속도 받지 못하고 순례길에 나서서 단 하루도 살지 못할 것 같았던 사람이 결국에는 대단히 훌륭한 순례자가 되는 모습도 지켜봤어.
부리나케 달려 나가다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다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되돌아오는 사람, 처음에는 순례자의 생활에 대해 무척 좋게 말하다가 나중에는 언제 그랬냐 싶게 온갖 비난을 해대는 사람도 만나보았지.
낙원은 분명히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하면서 출발해놓고는, 근처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와서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또 있네. 평소엔 큰소리를 잘도 치더니 자기 길을 방해하는 작은 어려움이 닥치니 헛소문에 놀라 믿음이며 순례자의 길이며 전부 다 내팽개치고 도망친 사람도 보았지.”
--- p.378~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