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픔으로 깨달은 건 감사였습니다. 밥을 삼키기 어려워졌을 때 그나마 음식물을 삼킬 수 있음에 감사했고, 숨쉬기가 힘들어졌을 때 그래도 숨을 쉴 수 있음에 감사했고, 지금은 볼펜을 끼워서라도 시를 쓸 수 있는 성한 손가락 몇 개가 남아 있음에 감사해합니다. 그렇게 그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를 깨달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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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볼 것이 없고 들을 것이 없고 그래서 세상이 재미없다고 말할 때 이해가 안 갑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자신에게도 이렇게 세상은 늘 새롭게 다가오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까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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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순자 님은 사랑을 믿습니다. 부모님의 뜻을 어기면서까지 선택한 사랑. 물론 남편은 자신만 놔두고 일찍 가 버렸지만 사랑을 원망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 사랑 하나로 힘든 세월 버텨올 수 있었고, 지금 그녀가 억척 꼼장아 아지매로 살아갈 수 있는 힘도 다 그 사랑 때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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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는 터널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그가 지나는 지점은 터널의 출구일 수도 있고, 어쩌면 터널의 입구 쪽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되고 싶은 것이 없던, 꿈이 없던 시절보다 꿈이 있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에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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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살짝 귀띔해 줍니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내가 더 행복해진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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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은 알고 있습니다. 열 명 중 아홉이 행복하고 단 한 명이 불행하다면 그것은 열명 모두 불행한 것이라고. 처음부터 그가 가진 것은 없었습니다. 이미 가졌던 것도 그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고픈 적도 없었고, 잘 곳이 없어 떠돈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누렸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받은 모든 것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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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는 것을 두려워 말고, 가다가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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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해서 번 돈일수록 의미 있게 써야 한다는 신복균 이정구 부부. 그들이 말하는 '의미있게 쓰는' 목록엔 자신들을 위한 게 하나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남들은 자식들을 위해 돈을 번다고도 하는데 그 목록엔 자식들도 빠져 있습니다. 그 목록을 채우고 있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피 한 방울 나눈 적이 없는 타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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