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지금이 좋은줄 아는 것
전소현 (도서2팀)
2012-06-13
"그때 그 일만 없었다면……"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를 하게 된다" 스물 여덟 해 정도를 살면 이정도 깨달음은 얻는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마냥 '그때 그 일만 없었다면……'이란 후회에 '그래도 그 일이 없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 거야'라고 위로하는 법은 겨우 터득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 하나쯤은 누구나 안고 살아가야 하는 건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원죄일 수 밖에. 그렇기에 이 책 『황금 깃털』은 어린이를 위한 창작동화라고만 한정 짓기엔 달걀 한판을 목전에 둔 나에게도 유효한 그런 동화였다.
"하지만…… 전 너무 많이 돌아와 버렸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동화는 후회스런 '과거를 없앨 수 있다면 당신은 없앨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감당하고 새로운 내일을 시작하겠는가?' 라는 어쩌면 다소 무거운 주제를 어린이의 눈으로 다루고 있다. 매일 자신의 생활을 숨겨둔 일기장에 기록하고 있는 주인공 혜미는 우연히 일기장 속의 세계 '시간의 섬'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짱이란 친구를 만나고, 검은성에 살고 있는 의문의 남자 가탈을 통해 과거의 후회되는 순간을 고쳐 쓸 수 있는 '황금 깃털'을 손에 넣게 된다. 선생님께 친구의 나쁜 행동을 이야기 했다가 따돌림을 받게 되자 자신이 선생님께 그 친구의 이름을 말하던 순간을 황금 깃털로 고쳐 쓴 것을 시작으로 혜미는 자꾸만 후회스러운 순간순간을 고쳐나가게 된다. 이것만 없었다면 문제 없었을 거라 생각한 혜미의 시간은 고치면 고칠수록 더 큰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잇고 점점 더 꼬여갈 뿐이다.
"가탈의 책에 없는 게 뭔지 아니? 현재와 미래가 쓰여 있지 않다는 거야. 그건 네가 직접 만들어 가는 거라고. 현재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거지!"
친구를 왕따 시키려는 상황에 마지못해 끼게 된 주인공 해미가 친구들과의 문제로 혼란을 겪다 느끼게 된 후회를 지우기 위해 더욱 후회할 만한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음속의 갈등은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를 떠나 사람이기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그 갈등구조 속에서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 후회는 또 다른 후회를 낳는다는 사실을 열세 살 해미의 상황을 통해 생생하게 알려주며 어린이들에게 현재의 문제를 피하지 말고 옳은 길로 스스로를 이끌어 볼 것을 권유한다. 한 살, 한 살 더 먹어갈수록 지나온 시간에 후회하는 일은 많아지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책임져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늘어감을 배워야 하듯이.
"그래. 이제 나도 깨달았어. 내가 원래 있던 그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황금 깃털』은 어린이를 위한 창작동화라고만 한정 짓기엔 달걀 한판을 목전에 둔 나에게도 유효한 그런 동화 라고 앞서 말했던가? 그 이유를, 좀더 나은 미래를 위한 끌어당김의 법칙 '시크릿'에 지쳐버린 보랏빛 '피로 사회'의 성인들에게 조금 다른 『황금 깃털』 읽기를 다른 이의 말씀을 빌려 전한다.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 법륜 스님이 나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초등학생이 봤을 때는 중학생이 부럽고, 중학생이 봤을 때는 얼른 대학생이 됐으면 좋겠고 대학생은 또 취업한 사람이 부럽고 또 취업하면 결혼한 사람이 부럽고 그 당시에는 다 힘들지만, 또 그 시기가 지나서 되돌아 보면 그때가 좋았지, 초등학교 다닐 때가 좋았지, 대학 때가 좋았지, 신혼 때가 좋았지- 하고 자꾸 과거를 그리워 하면서 후회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행이란, 행복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 초등학교가 좋은 줄 아는 것. 중학생이 좋은 줄 아는 것 즉, 지금은 지금이 좋은 줄 아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