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사랑하는 여덟 가지 조언을 관통하는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주의다. 개인의 자유, 선택, 창의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발적인 협력을 통한 공공재 창출 능력을 신뢰하는 것. 자유주의자라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큰 집단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자율적으로 성장한 골목길의 변화에도 유연해야 한다. 골목길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야 하기에, 개인이 선택한 결과로 발생한 골목길의 변화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자유주의자가 골목길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36쪽, 〈1장_왜 골목길에 다시 사람이 모이는가〉
제이콥스가 막은 것은 듀플리케이션이었다. 제이콥스의 골목 보호운동이 없었다면, 정치인과 건설업계는 웨스트빌리지뿐 아니라 맨해튼 전체를 대로와 큰 블록으로 이뤄진 계획도시로 만들었을 것이다. 뉴욕은 도시 모델의 실험장이다. 끊임없이 도시 모델을 제공하는 세계의 수도 뉴욕이 처음 전파한 모델이 계획도시다. 마천루, 넓은 대로와 대형 블록, 그리드 구조, 도시 고속도로, 도시와 교외 공원 등으로 만들어진 글로벌 메가폴리스 뉴욕은 세계 모든 대도시가 벤치마크하고 싶어 하는 계획도시의 전형이다. 흥미로운 점은 계획도시와 도시 재개발뿐 아니라 도시재생도 뉴욕의 수출품이라는 사실이다.
112쪽, 〈3장_골목상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물리적 조건〉
개성과 차별성이 아쉬운 서울에서 2010년대 초반 새로운 성격의 골목상권이 부상했다. 100여 개의 소셜벤처가 모여 있어 소셜벤처밸리라 불리는 성수동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체인지 메이커와 소셜벤처들이 성수동에 정착한 것은 대략 2014년이다. 그해 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 루트임팩트가 성수동에 자리 잡았고, 소셜벤처 투자 기업 소풍이 바로 합류했다. 왜 성수동이었을까. 혹자는 입지 조건을 꼽을 것이다. 실제로 소셜벤처들이 새로운 장소를 찾던 2010년대 초반의 성수동은 저평가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입지 조건이 전부는 아니다. 지역 환경과 잠재력을 눈여겨본 ‘첫 기업’이 다른 기업들의 성수동 입주를 이끌어냈다. 그래서 성수동에서 선도적으로 소셜벤처를 오픈한 기업가에 주목해야 한다.
204쪽, 〈4장_골목을 골목답게 만드는 정체성과 문화〉
골목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다. 임대료 압력을 극복하고 골목상권의 강자로 떠오른 장인 가게는 장소와 관계없이 품질과 서비스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건물주도 장인이 되어야 한다. 과거와 같이 상권 전체의 경쟁력을 외면하고 세입자 관리만 하는 경영 방식으로는 건물과 상권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골목상권 성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고 앞으로 상권 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건물주들이 다양성, 정체성, 확장성, 접근성 등 상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체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미 연희동과 같은 골목상권에서는 상권 경쟁력 유지를 위해 상권 마스터플랜을 짜고 임대료 인상을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건물주가 활동하고 있다.
325쪽, 〈6장_젠트리피케이션의 신화와 대안〉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도시재생과 골목상권 재생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대상 지역은 대부분 골목길로 이루어진 구도심 지역이다. 낙후 도심을 살리는 도시재생 사업에서 골목상권 재생은 핵심 사업이다. 상권 활력 없는 도시재생은 불가능하다.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생산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성공 조건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골목길 경제학에서 검토한 국내외 사례를 종합하면, C-READI로 정리된다. 성공한 골목상권은 공통적으로 문화 인프라(Culture), 임대료(Rent),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접근성(Access), 도시 디자인(Design), 정체성(Identity) 등 6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328쪽, 〈7장_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골목길 정책〉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