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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남는 마음

그래도 남는 마음

: 황수연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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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89쪽 | 135*195*20mm
ISBN13 9791192828527
ISBN10 1192828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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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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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부엌에는 고추를 빻아 가루를 내는 체가 별도로 있었다. 고추를 빻는 체는 시간이 지나 자주 사용하지 않았지만, 곡식을 빻아 가루로 만드는데 쓰는 체는 명절 때 기계로 쌀을 빻아 떡을 만들 때 등, 큰일을 제외하곤 꾸준히 부엌에서 요긴하게 쓰였다. 빻을 양이 적을 때는 언제나 절구로 빻아 손쉽게 가루를 만드는 체를 이용했다. 빵을 만들 때 가루를 치는 일, 콩을 볶아 가루를 만들어 아이들의 밥을 비벼 줄 때, 나물 무칠 때, 채소에 생콩가루를 입혀 끓는 물에 넣어 국을 끓이는 일 등, 곡식을 가루로 만드는 일은 일일이 정미소에 갈 필요 없이 차고 넘쳤다. 주방에는 내가 사다 준 커터나 분쇄기가 있었지만 엄마는 늘 절구와 체를 사용했다. 나이가 들어 손목 힘이 약해졌을 때도 절구와 체를 포기하지 않았다.
--- 「그래도 남는 마음」중에서

영, 지금 나는 동해의 최북단 바닷가 막사 안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하얀 물보라가 검은 바위를 세차게 때리는 광경을 눈으로 보면서 부서지는 파도에 떠밀려 영이 있는 그곳으로 흘러가고 싶습니다. 이곳은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석처럼 포말을 일으키는 물보라와 쉼 없이 넓게 퍼진 짙푸른 바다뿐입니다. 혈기 넘치는 사내아이들을 몰아쳐 정신없이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보이는 건 끝없는 적막과 발가락 냄새나는 군인, 사람이라 칭하지도 않는 ‘군인’들 천지입니다.

문득 ‘나는 왜 여기 있을까’번쩍 정신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고많은 직업 중 하필이면 군인이 되어야만 하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어릴 때부터 집안의 보이지 않는 관례대로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고, 순차적으로 장교가 되었습니다. 나의 형들도 모두 한 치의 망설임이나 의심 없이 장교로 입대해 군 생활을 마쳤습니다. 부산의 사립고등학교 이사장이신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육자의 길로 들어선 아버지는 우리 삼 형제를 당시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던 육사에 입학하는 걸 강력하게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파도치는 한겨울 밤이면 인간사회에서 감성이 풍부하고 말이 통하는 여린 여자와 오손도손 책 이야기를 하며 평화롭게 살아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싹터 오릅니다.
--- 「만년필」중에서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올케가 곡괭이로 본채에 붙은 뒷방 벽을 부수고 있었다. 아버지는 거의 매일을 읍내에 출타 중이었고 어머니는 장에 간 후였다. 나는 깜짝 놀라
“형님아, 벽은 와 부수노?”
하고 물었지만 올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정해준 올케의 방은 안채의 큰방을 거쳐야만 갈 수 있는 겹집이었는데, 그건 어머니가 올케의 들고 남을 밤에도 감시하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올케가 무서웠다. 그렇게 상냥하고 친절하던 올케가 오빠가 입대를 한 지 6개월이 겨우 지나자, 어머니에게 반기를 들고 쪽문에서 바로 들어가는 비워 둔 뒷방 벽을 부수다니. 올케는 비워 둔 뒷방 벽을 헐어 아궁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 방은 쪽문을 통해 정미소와 바로 연결이 되는 방이지만 직접 불을 넣는 아궁이가 없어 추웠다.
--- 「두 여자」중에서

저수지에는 올여름 지독한 가뭄으로 녹조가 파랗게 끼어 물밑이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쏟아진 폭우로 물은 갈라진 바닥을 메우고 차올라 수문 반쯤 올라와 있었다. 물 한복판에 있는 깊이를 가늠하는 막대 위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새는 그림처럼 한가롭게 막대에 앉아 고여 있는 물 위에 내려앉은 녹조를 바라보다가 언뜻 사람의 기척을 느꼈는지 휙 날아 산을 향해 날아갔다. 저수지 반대편 입구에는 쓸려 내려온 모래로 언제부턴가 모래밭이 생겼다. 제법 넓은 면적의 밭에는 비닐하우스가 몇 동 있었다. 부지런한 사람인 듯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꼭두새벽 일하며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오래전 유행가가 흘러나왔다. 둑을 따라 간밤에 활짝 피었을 달맞이꽃이 노란 꽃망울을 닫고 손가락처럼 비죽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지난여름 지인의 전원주택에 갔을 때 빈 땅에 끝도 없이 피어 있던 꽃이었다. 이름처럼 달이 뜨는 밤에 잠깐 피었다가 아침이면 꽃잎을 오므린다는 꽃. 함께 간 여자 셋이 비닐에 거의 5㎏ 정도 꽃잎을 땄었다. 그녀들은 몸이 약한 영란에게 달맞이꽃 술을 담가 조금씩 먹으라며 몰아줬다.
--- 「저수지 가는 길」중에서

욕쟁이 아줌마는 키가 작았다. 옆으로 퍼진 몸매는 작은 키에 더욱 풍성해, 흡사 호박을 안고 있는 형국이었다. 작달막한 키에 검붉은 피부의 그녀는 외모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취미생활이 유별났다. 손톱만 한 피규어나 액세서리를 모아 붉은색 자개장에 넣어 장식하는 걸 즐겼다. 그런 자개장이 여러 개였다. 아줌마는 틈만 나면 언제나 작은 인형이나 장난감, 피규어, 등의 먼지를 가재 수건으로 일일이 닦았다. 평소의 거친 입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입만 열었다 하면 포복절도할 욕으로 좌중을 휘어잡던 배짱이 두둑한 여자. 그런 그녀가 손에 쥐어지지도 않을 손톱만 한 인형을 손바닥 위에 얌전히 올려놓고 정성스레 닦는 모습이라니. 평소의 행동으론 상상이 안 되었다. 피규어를 닦는 손길은 정갈하고 조심스러웠다. 거침없고 매사 직선적인 성격의 그녀가 어떻게 저런 섬세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장신구 수집에 열을 올리는지….
--- 「이웃들」중에서

남동생이 말했다.
-우리 아부지, 일본서 돈 벌어와 대구 땅을 사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독 안에 넣고 묻어 못 샀다고 하더구만.
처음 듣는 소리였다.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숨을 죽이고 가만히 듣고만 있는데 내용은 점점 부풀려졌다. 올케가 곁다리를 꼈다.
-그럼 그 많던 돈을 다 어떻게 했대요.
- 독에 묻어놓고 있는 사이에 화폐개혁이 된 거래. 그래서 휴지가 되어버린 게지. 그 돈으로 땅을 샀으면 군 전체를 몽땅 사고도 남는 돈이었대.
수연이 기억하기론 당시 고향마을의 온천을 사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일본 놈들이 다시 들어와 빼앗아 갈 거라고 못 사게 했다며, 죽을 때까지 할아버지를 원망하는 아버지를 보긴 했다.
- 내가 들은 건 온천을 못 산 것까지다.
수연이 말했다. 남동생은 누구에게서 독 안에 묻은 지폐 이야기를 들었을까. 그렇게 신화는 만들어지는가 보다.
--- 「둥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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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의 소설 거울은 거기에 비추어보는 작가나 독자로 하여금 ‘과연 나구나!’라고 감탄하게 하기보다는 ‘이게 나라고?’라며 당황하게 한다. 그게 나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이를 메타인지효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를 낯설게 비추어 보는 것. 자기를 낯설게 비추어보는 거울로서의 소설 자화상.

작품 속 인물들인 ‘우리’를 대상으로 이름할 때는 풍속화일 테지만, 작품 속 인물 중에서도 특히 ‘나’ 개인에 국한된 것이라면 자화상이(autobiography fiction)라고도 이름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닌 게 아니라 황수연의 소설들에는 무수히 동일한 ‘나’가 등장한다. 나의 어머니는 늘 그 어머니고 나의 남편은 언제나 그 남편이며 나의 자식들은 어느 이야기에서든 늦둥이 이란성 쌍둥이이니 당연히 딸이며 아내며 엄마라는 인물은 언제나 ‘나’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풍속화에서 ‘우리’를 그렇게 비추었던 것처럼 새로운 자화상에서도 그런 ‘나’를 낯설게 비춘다.
- 구효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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