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균의 문학에 배어든 진한 서정성은 그의 수필 작법이 상상력에 기초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필요한 대목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글을 쓴다. 그리하여 화자인 내가 아닌 제삼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고 성격을 만들어낸다. 이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성균의 수필을 소설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 목성균 수필의 강점이 있다. 그가 섹슈얼한 문장을 쓸 수 있는 것도, 수필에 나타나는 인물의 성격을 소설 속의 인물처럼 창조해 내어 독창적인 통일된 세계를 창조하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목성균은 우리가 까맣게 잊어버린 과거를 새로운 해석으로 재현함으로써, 과거란 이미 형해화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의 원천으로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고향임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미래는 과거 속에 있다. 과거가 새롭다.
- 김종완 (문학평론가)
목성균 수필의 주제는 자연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삶이다. 곧 그것은 인간의 정 그리고 자기 정체성의 상징과 이미지다. 작가는 정을 중시한다. 그냥 있는 것들의 정, 잃어버리고 묻혀버린 것들에의 정, 현실적 삶의 정, 그것들은 목성균을 붙들고 있는 자기 정체성이다. 그래서 매 작품 속에선 어떤 원칙 같은 것이 은연중에 내비쳐지곤 한다. 그것이 자신의 경험을 통한 삶의 지혜이든, 그의 순전한 바람(소망)이건 그는 그것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그것은 그의 삶뿐 아니라 글쓰기의 원칙인 것이다.
- 최원현 (수필가, 문학평론가)
이 책을 만날 즈음 나는 내 삶에 있어 가장 힘든 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순박하고도 감동적인 수필들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아마 그 해 봄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달빛을 담뿍 받으며 방긋방긋 웃는 제 새끼를 업은 여자(아내)와의 동행’, 그것이 바로 행복이더라는 그의 소박한 구절이 내 가슴에 달빛처럼 비춰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내 마음은 어느새 흙처럼 순해져 있었으며 내 고통 위에는 가무스레한 딱지가 조금씩 내려앉고 있었다. 추억이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신산(辛酸)한 우리들의 삶을 떠받치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이 수필집으로 인해 알게 되었다.
- 정성화 (수필가)
공전의 히트작이나 문학사의 이정표가 된 작품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꼭 ‘내 마음의 서재’에 고이 모셔두고 싶다. 바로 목성균의 수필집 『누비처네』다. 시나 소설과는 또 다른, 수필만의 오롯한 매력이 담뿍 담겨 있는 작품집이다. 첫아이 포대기로 쓴 ‘누비처네’를 삼십 년 넘도록 버리지 못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은 「누비처네」부터, 의사의 금연 권고를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은밀한 맞담배질’을 허락하신 장모와의 달콤한 추억을 담은 「장모님과 끽연을」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넘어갈 수 있는 수필이 없다. 오직 사실과 경험에 뿌리를 둔 수필 문학의 진솔함이 다다를 수 있는 최고의 성취가 아닐까 싶다.
- 정여울 (작가, 문학평론가)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친구가 절필해야겠단다. 목성균이라는 사람의 수필집을 읽고 나니 글 좀 씁네 하며 여기저기 얼굴 내밀던 자신이 어찌나 초라하게 느껴지는지 한동안 글을 못 쓸 것 같단다. 그렇게 해서 만난 책이 『누비처네』라는 수필집이다. 표제작부터 찾아 읽던 나 역시 농밀한 문장과 조탁된 언어, 절절한 이야기에 매료당해 이 책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이 책에는 수필집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아버지의 강」, 「국화」, 「배필」, 「누비처네」 등 상당한 편수는 빼어난 소설이다. 인물이 등장하고, 기승전결의 구성이 촘촘하고, 게다가 작가는 종종 전지적 시점으로 글을 풀어나간다. 이 작품들을 읽으며 나는 이문구의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 시리즈, 황순원과 정채봉의 소설을 떠올렸다. 그리고 피천득의 수필을 추억했다. 이 책이 주는 충일감으로 나는 오늘 행복하다.
- 강옥순 (한국인문고전연구소 소장)
‘수필의 본보기’다운 몇 편만을 우리에게 깜짝 선물로 안기고, 그는 아쉽게도 이 세상을 떠났다. 글은 곧 자신의 얼굴, 삶은 곧 그 사람.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이듯, 속이 다 보이는 투명한 물고기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수필처럼 한 삶을 살다 갔다. 착하고 또 약했던 사람, 오직 애린한 마음으로 사람과 사물에 대한 빈틈없는 애정을 지닌 채, 사색의 물꼬를 따라 부단히 다듬고 연결하는 산고 끝에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그림을 우리에게 보여준 고마운 사람.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픔도,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하는 은근함도 있다. 탄탄한 구성은 아마도 그의 수줍으나 되새김질을 수없이 한 ‘속생각’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농부들의 정서 그리고 산생활 생업에서 느낀 생생한 체험들을, 감수성의 내공이 얼마나 깊기에 이렇게도 잘 묘사할 수 있었을까. 흙속의 진주. 오죽했으면 어느 평론가가 ‘수필계의 기형도’라 했을까. 「강아지똥」을 시작으로 동화의 새 장을 열었던 권정생 님의 깨끗한 삶과도 참 많이 닮아 있다. 「누비처네」를 비롯해 「명태에 관한 추억」, 「생명」,「돼지불알」, 「아버지의 강」, 「배필」, 「등잔」, 「부엌궁둥이에 등을 기대고」 등 그의 절창은 넘치도록 즐비하다.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까닭이다.
- 최영록 (전 한국고전번역원 홍보전문위원)
아, 글이 이렇게 가슴을 칠 수 있구나, 밀려오는 감동이란 이런 것이구나,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이토록 영롱하다는 말인가, 읽어낼수록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백미(白眉)는 선생이 겪어온 굽이 굽이가 숨이 턱 막히게 만드는 진정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오래전 수필이란 글 갈래(장르)를 두고 문학성이 있니 없니 다투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쓸데없는 말싸움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이 『누비처네』다.
- 이기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