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를 부적절하게 남용하는 개인이나 사회는 병폐의 길을 걷게 됩니다. 물론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자책하고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정말 내 문제는 없는지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는 거지요. 타인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힘들 때 그 원인을 오롯이 남 탓으로 돌린다면, 남이 바뀌기 전에는 내 인생도 바뀌지 않습니다. 내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이는 ‘타인 의존적 삶’이지 ‘자기 주체적 삶’은 아닙니다.
사실 정신치료도 자기 문제를 남이나 외부로 투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비추어보게 해주는 것입니다. ‘자기 주체적 삶’은 투사를 없애고 자심반조(自心返照)하는 것입니다. 남 탓하지 않는 ‘자기 주체적 삶’을 통해, 오늘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 p.61-62
과소유 증후군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마음과 더해지면 욕망과 집착, 그리고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는 더욱 증폭됩니다. 또한, 한 치 앞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세상을 보며 불안에 빠지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분노하며 우울에 빠집니다. 원래 세상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고 누구라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인데, 미래와 과거를 내 마음대로 통제하고자 하는 마음도 일종의 ‘과소유’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 앎을 우리의 삶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움켜쥔 ‘과소유’가 자신의 삶에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항변하며 이를 굳이 탐욕이라고 하지 않지요. 제3자가 되어보면 알 수 있지만, 그러기 전까지 당사자는 바로 그 움켜쥔 손 때문에 더 중요하고 더 좋은 것을 놓친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합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불안과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 때문인지 모릅니다.
--- p.65
우울증은 다른 여러 질병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병일뿐입니다.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처럼 치료가 필요하고, 또 치료가 가능한 병이지요. 하지만 우울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의지가 약해 생기는 것’이며, ‘힘을 내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의지를 강하게 하면’ 또는 ‘정신을 차려서 기운을 내면’ 된다는 것입니다. 당뇨나 고혈압을 의지나 정신력으로 고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하지요.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을 보면 우울증 환자들의 뇌 안에 있는 신경전달물질, 특히 세로토닌의 변화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울증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뇌의 질병임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신체 질환과 정신 질환을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뇌도 신체의 일부입니다. 다리가 골절된 사람을 보고 “의지를 강하게 하고 정신을 차려서 걸으면 돼.”라고 말하지 않죠. 제대로 치료를 해야만 걸을 수 있습니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입니다.
--- p.73
대체로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보다 익숙한 것을, 불편한 것보다 편안한 것을 좋아합니다. 익숙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불편하면 고통을 느끼지요. 그러나 ‘반복강박’의 ‘익숙한 편안함’은 그 순간에는 편할지 몰라도, 우리 삶을 더 큰 고통과 불행으로 내몹니다.
‘반복강박’을 겪는 사람은 고통과 불행을 겪어도 그것이 자신이 반복하는 고통과 불행인지 모릅니다. 고통과 불행을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익숙한 편안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들은 미래의 더 큰 고통보다 당장의 작은 고통을 더 싫어하고, 미래의 더 큰 불행보다 당장의 작은 불행을 더 싫어하기 때문이지요.
--- p.79
미국 유타대학교 티모시 스미스 박사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부부싸움을 할 때에도 화를 많이 낼수록, 적대감이 높을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이 현격히 증가한다고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부부싸움을 할 때 갑자기 혈압이 오르거나 심장에 부담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겁니다. .
화를 많이 내면, 혹은 적대감이 높으면 우리 몸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적개심이 높은 사람들은 정신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에피네프린, 코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높아져서 신체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메이어 프리드먼과 레이 로잰만에 의하면 적개심은 특히 관상동맥, 고혈압, 심혈관계 질병이나 요절과 높은 연관성이 있다고 합니다.
--- 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