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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에게 배우다

직박구리에게 배우다

시와사람 서정시선-10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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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86g | 125*200*8mm
ISBN13 9788956657219
ISBN10 8956657211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며칠째 폭설주의보가 내리고
신경을 곤두 선 초긴장 상태로
칼바람 사이 뚫고 출근한다

눈발은 바람에 어지럽고
외출한 가족의 안부가 불안하다

인생은 폭설의 연속이어서
늘 미끄러워 흔들리는 길,

천 번을 흔들려야 꽃이 피고
천 번을 흔들려야 엄마가 되고
천 번을 흔들려야 강을 건널 수 있다

푹푹 빠지는 발걸음 내딛으며
미끄럽고 흔들리는 길을 간다.
--- 「흔들리는 길」

마당에 직박구리 한 쌍 찾아왔다
늘 함께하는 부부이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대야에 받아 둔 물에서
날개를 펴고 어린아이 물장난치듯
건반 위 음표처럼 경쾌한 몸짓으로
서로의 악기가 되어 연주한다

허공에서 부리를 맞대기도 하고
날갯짓 맞장구 치며
길 없는 길 내며 온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는 나란히 가는 길
어느 순간도 같이하여
영원永遠이 된다는 것
직박구리 한 쌍이 가르쳐 주고 날아갔다.
--- 「직박구리에게 배우다」

두모악 갤러리*에
그가 있었네

주인 없는 그리움
생각할수록 그리움은 커지지만
내 내면과 마주한 날
생각하지 않으면 그 생각은 없어 편하고
생각도 한 생각
생각이 잠들어 버리네

자연은
가장 오래된 경전이라 했네
사진 속에서 일렁이는 용눈이 오름
오름마다 누워있는 나신의 여인들
육신이 죽어가도
여인들의 온기를 부활했네

오래된 친구처럼
연인처럼
내 마음 속에 살아있는
그가
그 섬에 있었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고 김영갑 작가의 오름 사진집 이름.
*두모악 갤러리 :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소재.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돌담에 기댄 벚꽃 핀 봄날,
정갈하게 비질한 듯
골목의 쓸쓸함을 지운다

바람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꽃이 피기까지
사람이 살아온 궤적과 같았으리
그러므로 그냥 꽃이 아니다

햇빛과 태풍과 눈보라가
피워낸 꽃이다
삶의 쓸쓸함이 깃든 사람이다

길에 떨어져 바람에 휩쓸리는 꽃은
그냥 꽃이 아니다
그 길을 걸어온 나는 꽃이었다

사월 첫 주
사람들은 꽃구경 나와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데
저 가녀린 꽃잎은 아픔이다
슬픔이다.
--- 「그냥 꽃이 아니다」

가을 언덕에
그녀가 서 있다

들녘은 배부르고 따뜻한 모습인데
소중한 기억들은 하나둘 지워지고
어깨에 짊어졌던 바위 같은 짐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저물면 내려놓을 수 있으려나
햇살은 짱짱한데

그녀의 시선 끝에 촉촉하게 젖어오는
쓸쓸하게 걸어가는 모습

모든 것이 꿈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생의 이면에 켜켜히 쌓인 것들
아이처럼 펑펑 울며 모두 쏟아내고 싶어도
소리죽여 속울음 우는

그녀의 손을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고
그 고생 잊지 않고 있다고
그녀는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 「홀로 걷는 가을 길」

초록 나뭇잎의 광휘가 황홀한 봄날
나무의 감정을 느껴본다

보드라운 팔로 바람의 속삭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뭇잎을 안고 보니
나도 한때는 푸른 청춘이었지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 보이고
듣지 못한 것들 들린다

“흰 것이 씻어서 된 것이 아니며
검은 것이 물들여 만든 것이 아니듯”*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이제사 깨닫는다

나중에 피는 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늦게 일어난 짱짱한 햇볕을 보듬는다.

*「능엄경언해」 출전
--- 「나이 들어가면서」

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 끝에서 떨던
가을바람이 창문을 두드리고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스미는

가을산은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햇볕 받은 일렁이는 억새의 몸짓이 가볍다

천지는 풍요로움으로 넉넉하고
계절은 저물어가는데
푸르렀던 마음은 이다지도 야위어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걷는 발걸음은 어디쯤일까
지상의 모든 生들이 흔들리며
아프게 아프게 피어났겠지만
오늘은, 이정표 잃은 길 정처없다

쓸쓸한 생의 길에서
한때 빛나던 초록빛 생각들 어지럽게 뒹구는 날
은발의 억새꽃처럼 흔들리고 있다.
--- 「가을 들녘에서」

한계절 울긋불긋 아름다웠던
단풍

절정을 끝으로
바람에 떨어져
무참히 짓밟혀
배수구가 막혔다

빗자루로 쓸어야 할 곳을 쓸고
단단하게 막혀버린 흙들을 파내야 하는데
동맥동화 환자의 혈관처럼
비가 오면 쓸려온 나뭇잎이 더 단단하게 막아
물이 길에 넘쳐 아수라장이다

나의 길은 오후를 지나
늦가을로 접어드는데,
길가에 뒹구는 낙엽의 최후를 보며
숨이 막혀온다.
--- 「숨이 막힌다」

산책길 묘지 하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승의 목소리를 듣는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것처럼
봉분은 낮아지고,
잔디도 사라지고
한겨울 마삭만이 푸르다

돌보는 흔적이 없던 이곳에
누군가가 작은 돌탑 하나 쌓아
죽은 자의 존재를 규명하려는 듯
生이 덧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평지로 되돌아가는
봉분이 풍화(風化)하고 있다.
---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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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시집의 미덕은 따뜻함에 있다. 자기 가족에 대한, 가까운 이웃에 대한, 우리 사회에 대한, 질곡의 현대사에 대한, 뭇 생명체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시를 살리고 있다. 지금 이 세상은 정보통신이 고도로 발달해 있지만 역설적으로 소통 불능과 관계 중단으로 말미암아 다들 무인도에 표류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도 이렇게 난해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염없이 길어지고 운문정신을 잃고 있다. 그래서 시를 읽다 보면 미로를 헤맬 때가 많다. 시류의 이런 어둠 속에서 김은아 시인의 시를 읽어보니 우선 마음이 따뜻해진다. 결국 이 세상을 밝게 하는 것은 유한한 생명체에 대한 연민의 정이나 소외된 이들에 대한 측은지심일 텐데, 김은아 시인의 시는 산소를 뿜어내는 키 큰 나무 같다. 그 나무에 맨발로 기대어 하늘을 보자. 새소리를 듣자. 땅의 기운을 느끼자. 시인의 손이 전해주는 따뜻한 체온을 느끼자.
- 이승하 (시인, 중앙대 교수)
김은아 시인의 시집 『직박구리에게 배우다』는 삶의 연륜이 더해지는 만큼 시적 의미가 깊어지고 삶에 대한 깨달음과 통찰이 더욱 진지해졌다. 이는 삶을 대하는 시인의 태도가 더욱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시집들이 보여주는 실존적 물음을 삶의 형식으로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를 실천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까닭이다. 일상과 자연에서 얻는 깨달음의 시편은 그의 삶에서 던져지는 질문을 그가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생명성을 탐구하는 시편들 또한 한층 견고해져 생명성의 본질을 묘파하는데 익숙해져 있어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더욱 과묵한 연민의 모습을 띠고 있어 그가 시를 단순한 언술행위로만 보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김은아 시인이 내면으로만 침착하지 않고 사회적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 강경호 (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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