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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린스 엄브렐라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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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560g | 135*200*30mm
ISBN13 9791197866210
ISBN10 119786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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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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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잉글랜드의 왕이 저희 아버지에게 제안을 했더군요.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흡수하는 걸 도와주면, 잉글랜드에 의해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저희 집안의 지위를 더욱 높여주겠다고. 그렇게 되면 그때는 저와 제 집안이 귀족으로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거겠죠. 그러나, 계획이라는 건 그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더군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요. 스코틀랜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오래전에 이곳에 온 당신도 마음이 돌아섰고, 잉글랜드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거라면, 저도 그에 맞는 선택을 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 나라가 무너지지 않고 이대로 지속된다면 왕위에 오를 사람은 정해져 있을 테니까요.”
--- p.34

선왕이었던 아버지가 선종한 후, 빅터가 배다른 형이었던 선왕의 첫째 아들을 비밀리에 독살하고 어린 나이에 왕위를 차지했을 때, 그는 왕위에 앉는 것이 자신이 가장 원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선왕의 정부였던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항상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정신적 지주에 다름없었던 어머니는 그가 왕이 된 후 얼마 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떠난 후 왕위를 차지했다는 쾌감이 순식간에 희미해졌다. 그가 왕위에 앉으면서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고 다짐했던 일이 모두 의미 없게 느껴졌고, 왕위에 앉는 것이 정말로 자신이 원하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어머니가 원했기 때문에 자신도 원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그 공허함을 잊기 위해 자신은 왕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어떻게든 잊지 않으려고 했다. 무리한 일일수록 어떻게든 성공시키려 했고, 자신의 뜻에 반하는 신하들을 색출해 처단하며 일을 성사시켰다.
--- p.218

“그때, 12년 전 그 일로 이 일을 끝까지 해내려고 하는 건 좋은데, 너를 위험하게 만드는 일은 하지 마. 정보를 알아내는 일 자체가 항상 위험을 상정한 일이고, 정보를 알아내다가 우리도 언제 목숨을 잃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상으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스파이 스릴러 이야기와 달리, 실제 세계에서는 네가 위험할 때 너를 극적으로 구해 줄 누군가도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네가 해야 할 일과, 할 필요 없는 일을 구별해서 몸을 사리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너와 모두를 위하는 일이야. 너도 어쩔 수 없는 죄책감으로,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건이 아닌 이 일을 맡아 하고 있는 거겠지만, 이주호를 벌하는 일은 네가 굳이 하지 않아도 결국에는 이번 사건처럼 문제가 생기고 쌓이다 터져 나올 거고, 너를 희생하지 않아도 일어날 일은 일어날 거야. 영화에서 같은 그런 복수심, 그거 마음먹으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어떤 거야.”
--- p.319

우산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이 사로잡힌 코니는 언젠가 카메론에게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느냐고 물었다. 그는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들에서 얻는다고 했다. 그가 살고 있는 에든버러와 스코들랜드의 오래된 성들, 성 안의 공간과 구조, 진열된 오래전 소품, 거리와 건물, 숲과 나무 등에는 그 대상물이 거쳐 온 긴 시간이 깃들어 있고, 우산에 형이상학적으로 재현되는 각 대상물의 이미지에서 그 시간이 느껴지도록 디자인한다고 했다.
코니는 우산 하나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디자인은 마치 스코틀랜드 어딘가에 솟아 있는 성을 보는 듯했다. 우산에 그려진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시간의 흔적 속에서, 그 의미가 굳어지기를 반복하다 신비함으로 승화된 듯한 성을 연상케 했다. 우산을 계속 보고 있다 보면, 의미를 알 수 없는 모양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의미를 풀어내며 오래전의 어떤 지점에 도착할 것만 같았다.
--- p.321

코니가 그렇게 말하고 침대 위에서 제이를 향해 옆으로 누웠다. 코니가 눈을 감았다. 제이는 눈을 감는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침대에서 일어나려 몸을 움직였다. 코니가 다시 눈을 뜨며 제이의 손목을 잡았다.
“제가 잠들 때까지만 옆에 있어 주세요.”
코니가 졸린 눈을 천천히 깜박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이가 다시 코니 옆에 앉았다. 잠시 후 제이의 손목을 잡고 있는 코니의 손에서 힘이 빠지고 그녀가 잠이 들었다. 제이는 코니의 다리 쪽으로 밀려나 있는 이불을 당겨 그녀의 몸을 덮어주고, 침대 옆 스탠드를 껐다. 창밖의 가로등 불빛만이 캄캄한 방안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제이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코니의 손을 그대로 둔 채 그녀의 숨소리를 들으며 한참 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 p.374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많은 이유로 어려움을 동반한다고 생각해요. 각자만의 이상하고 특이한 면들부터, 각자만의 포기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매번 충돌하며 사는 일도 어렵고, 그렇다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도 한계가 있고요. 그럼에도, 그 끝이 보이면서도, 얼마나 힘들지를 알면서도 같이 하기로 하는 건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힘을 끌어내죠. 그 힘은 타협이 될 수도 있고, 인내가 될 수도 있고, 이해하려는 힘이 될 수도 있고요. 서로를 사랑하는 감정 속에서 그 힘이 지속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모든 힘은 강했다가도 언젠가는 다시 약해지잖아요. 모든 시작한 것에는 끝이 있으니까. 그 힘이 사라진 순간에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누군가와 같이 할 수 있을지, 그런 것들이 항상 두려움으로 남아 있어요. 제가 가진 이상하고 특이한, 저만의 어둡고 황폐한 무엇인가가 누군가와 같이 있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 제가 영국에 오기 전에 사귀었던 사람과도 비슷했어요. 한 번도 연애를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만난 제 첫 남자친구였고, 밝고 좋은 사람이었지만, 영국에 오고 싶은 마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만났고, 결국 몇 년간 사귀다가, 영국에 오게 된 저 때문에 헤어졌어요. 그 사람에게 상처만 주고.”

코니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서안이 말했다.
“코니씨 말대로, 사랑은 각자만의 이상하고 특이한 무엇인가가 섞여 들어가서 사랑의 감정들과 뒤범벅되고, 충돌하고, 그렇게 사랑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그 자체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아름다운 게 아닌 거죠. 사랑 자체의 어떤 것 때문이 아닌, 그 사랑을 하는 인간 때문이겠죠. 인간은 아름다우면서도 전혀 아름답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전혀 아름답지 않은 자신만의 어두운 것들이 흘러들어가 사랑이 오염되더라도, 그 오염된 세계에 서로 기꺼이 같이 있기로 하는 거겠죠. 힘들어도. 사랑하니까.”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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