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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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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464g | 120*188*27mm
ISBN13 9788932924328
ISBN10 893292432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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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남편을 사랑한다. 첫날에 그랬던 것처럼, 청소년기에 사랑하듯,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나는 마치 내가 열다섯 살인 것처럼 그를 사랑한다. (……) 마치 그가 첫 남자였던 것처럼, 마치 내가 일요일에 죽게 되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를 사랑한다.
--- p.9

나는 소리를 내지른다. 그러고는 마치 악몽을 꾸고 있는 척한다. 내 남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난다. 나는 짐짓 잠결에 내는 듯한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나쁜 꿈을 꾸었다고 더듬거리고는, 침대의 내 쪽으로 몸을 돌린다. (……) 중요한 것은 그가 스스로 이렇게 묻는 것이다. 어떻게 내 아내를 보잘것없는 귤의 지위로 떨어뜨릴 수 있었지? 내 아내가 바나나의 지위로 떨어져도 괜찮단 말인가?
--- p.94

결혼 생활이란 타협하며 사는 삶이야.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지만, 왜 맞춰 사는 것을 받아들인 쪽이 나였을까?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아닌 내가 양보했기 때문이다.
--- p.105

돌아오는 길에 나는 슬픔에 젖어 운다. 귤 때문에 울고, 라사냐 때문에 운다. 내 남편이 나에게 가한 그 모든 상처를 생각하며 운다. 내가 울면, 옆을 지나던 행인들이 나를 돌아다본다. 하기야 나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우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니까. 나는 운다. 더 고약한 것은 나의 확신이다. 눈물이 나에게 잘 어울린다는 확신.
--- p.126

내 남편을 만난 뒤로, 내 부모와 자매와 동료 들은 끊임없이 내가 행복하다고 한 마디씩 했다. 그들 모두가 확신을 갖고 단언하기를, 그런 점에서 내가 운이 좋다고 한다. 마치 내가 로또를 통해 남편을 얻기라도 한 것처럼 운이 좋다는 것이다. (……) 달리 말하면, 그가 나보다 더 나은 상대를 만날 수도 있었으리라는 것을 넌지시 일깨워 주는 것이다.
--- p.131

내 남편의 숨결은 이제 바닷물 소리를 닮아 간다. 숨의 파도가 높아지고, 밀고 들어왔다가 물러 나가기를 되풀이한다. 그 숨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치 눈앞에 수평선이 펼쳐져 있는 듯하다. 그런 기분에 젖은 채로 나는 그가 어떤 꿈을 꾸어야 하는지 계속 속삭여 준다. 나도 같은 꿈을 꿀 것이다. 오로지 밤만이 입회할 수 있는 꿈을.
--- p.169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내 살갗에서 막심의 냄새를 맡고 일종의 남성적 본능이 되살아난 것은 아닐까?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내 남편은 내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갖고 온 날이면 언제나 나랑 성행위를 했다.
(……) 내 남편은 내가 도달할 수 없는 존재다. 지금 여기에 나와 함께 있어도, 나는 그가 무척이나 그립다. 그가 내 몸에서 물러가면, 나에게 깊숙한 자상이, 무시무시한 허허로움이, 곪아 터질 상처가 남는다.
--- p.218

사랑에 빠지면, 나는 언제나 좀 사그라진 듯한 슬픈 상태를 맞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나는 엄하고 슬픈 사람으로 변하고 마음 쓰는 폭이 좁아진다. 내 사랑에 심각함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만큼 진지하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 사랑은 고단한 일로(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빠르게 변해 간다. 요컨대, 나는 불행한 사랑을 한다.
--- p.237

내 상상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가 수영장에 간 적이 없다는 것으로 뻗어 나간다. 수영은 이상적인 알리바이다. 한 시간 동안 전화를 받지 않고, 샤워를 해서 다른 여자의 냄새를 지우기 위한 마침맞은 핑계다. 그가 돌아오면 그의 가방에 든 수영복이 아직 축축한지 확인해 보리라.
--- p.266

결정은 내 몫이다. 내 남편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가? 그가 아래로 떨어졌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조금도 어렵지 않다. 의식을 잃은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 부서진 두개골, 뇌를 흥건히 적시는 피. 남편을 잃고 비탄에 빠져 버린 내 모습을 상상하기는 더 쉽다(검은 옷은 금발과 잘 어울리리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으나, 터무니없는 사고 때문에 삶의 흐름이 바뀌어 버린 여자 말이다.
--- p.312

그는 곧 내 목을 조를 것이다. 사실 나를 숨 막히게 하는 건 그인데, 그는 나를 사라지게 만들려 한다. 그가 더는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곧 죽을 것이다. 내 남편이 내 위쪽에서 다가든다. 그의 손이 내 목에 놓인다. 나는 버둥거리지 않으리라. 소리도 지르지 않고 몸부림치지도 않으리라.
내 남편이 내 얼굴로 아주 바싹 다가들더니 뺨에 입을 맞춘다.
「여보, 안 자?」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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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대범하고 잊기 어려운 데뷔작.
- 타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와 길리언 플린에 비견된다.
- 가디언
마지막에 숨겨 둔 마키아벨리적 반전이 너무 뜻밖이고 너무 성공적어서, 즉시 다시 읽고 싶어진다.
- 르 누벨 옵스
『내 남편』은 놀라게 하고, 궁금증을 갖게 하고, 미소를 짓다가 웃게 하고, 분노에 공감하게 하기도 하다가, 뜻밖의 결말을 보여 주면서 독자를 생각하게 만든다.
- 르 피가로
뒤틀린, 복잡한 심리를 담은 데뷔작. 이 매혹적인 감성 스릴러는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지 않을 수 없다.
- 오프라 데일리
끌리는, 스릴 넘치는, 대담하고 기억에 남는 첫 작품.
- 퍼블리셔스 위클리
『제인 에어』와 『나를 찾아 줘』를 잇는,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소설.
- 선데이 타임스
모드 방튀라는 마치 고무줄을 늘리듯 긴장감을 서서히 쌓아 올린다.
-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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