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대 사회의 생태 위기를 초래한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생태 인식의 회복을 탐구하는 여정이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과학 기술에 대한 맹목적 집착과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사회의 위계 구조에서 만들어진 불평등과 위선 등의 문제는 지금의 생태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위기를 인식하고 지금의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바로 생태 인식을 갖추는 것이다. 생태 인식은 자연을 인간의 목적에 맞게 이용해야 할 도구적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의 본래 가치에 주목하고, 자연과 인간을 서로 공존해야 할 관계로 보는 사고방식이다. 생태 인식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거나 인간과 지구의 생물 종 전체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자아의 개념인 ‘생태적 자아’를 추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인간성을 회복시켜 생태적 삶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생태 위기의 현실에 직면하여 환경오염과 사회 부패가 절정에 달했던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1837~1901)를 재조명한다. 빅토리아 시대는 산업화와 도시화, 문명과 과학 기술의 부작용으로 역사상 전례 없는 환경 위기와 삶의 변화를 겪었던 시기였다. 물질적 진보를 향한 열망으로 그 당시 사람들은 자연을 기계처럼 분해하고 자원을 착취하게 되었다. 사회는 권력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 작동하고,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양극화되었다. 물질주의와 이기주의로 인한 인간 소외 현상, 위계적 사회 구조로 인한 성과 계층 간의 차별 등 빅토리아 사회의 다양한 병폐가 현재 우리 삶의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상황에서, 그 시대의 사회적 상황을 다룬 작품을 살펴보는 것은 지금의 우리가 직면한 생태 파괴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많은 작품 중 이 책은 찰스 킹즐리(Charles Kingsley, 1819~1875)가 1863년에 발표한 《물의 아이들: 육지 어린이를 위한 동화》(The Water-Babies: A Fairy Tale for a Land-Baby)에 주목한다. 이 소설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초래한 환경 파괴와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물을 소재로 하여 수질오염의 심각성과 물 부족 현실, 계층 간 불평등한 급수 공급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가뭄으로 인해 수자원이 고갈되고, 방사능 오염수로 인한 해양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재의 환경 위기 상황에서, 이 작품에 대한 생태학적 분석은 해양 생태계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태 인식을 갖추어야 하는가라는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물의 아이들》은 환상을 다룬 소설로서,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적인 사실주의 문학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물론 이 소설도 다른 사실주의 작품처럼 대도시의 환경오염, 아동 노동 착취, 노동자의 빈곤, 공리주의식 교육, 진화론의 논쟁으로 인한 종교적 가치관의 붕괴 등 빅토리아 사회가 처한 다변적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주의 문학이 당대의 정치적 갈등과 사회의 혼란을 가능한 한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며 비참한 현실을 상세히 묘사하는데 그쳤던 반면, 《물의 아이들》은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부정적 현실을 극복할 대안을 찾고자 했다. 다시 말해, 사실주의 작가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현실 극복의 대안을 찾는 데 있어 현실 공간의 한계와 제약에 부딪혔다면, 《물의 아이들》은 이러한 사실주의의 한계를 인식하고 위기의 현실을 극복할 수단으로 환상을 도입했다. 따라서 소설 속 환상 공간인 ‘물의 세계’는 독자에게 당시 수질오염과 각종 질병이 만연한 비참한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의 공간을 제공해주었다.
우리가 환상을 통해 현실을 바꾸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이성적 사고에 근거한 현실 인식에 의한 자각보다는 ‘생태적 상상력(ecological imagination)’의 힘에서 비롯된다. 이 책에서는 생태적 상상력을 인간과 자연, 그리고 모든 생명체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를 상상하고 그러한 세계를 구현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능력은 자연과학 연구나 기술적 접근보다는 문학적 체험을 통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을 분석 대상으로 바라보는 자연과학 연구는 자연 현상을 이론이나 법칙으로 증명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우리 스스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상하게 하는 과정은 소홀하게 치부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게 하고, 다양한 생명체와의 깊은 공감을 통해 삶의 가치와 행복을 느끼도록 해준다. 이런 관점에서 문학 텍스트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는 자연으로부터 멀어졌던 우리의 시선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 맺음의 방식에 대해 사색하게 만든다. 따라서 《물의 아이들》을 읽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는 깨끗한 물의 세계가 드넓게 펼쳐지며, 그 속에서 인간과 물속 생명체가 자유롭게 어울리는 풍경이 절제되지 않은 의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지게 된다.
생태적 상상력은 텍스트에 담긴 비유나 상징, 이미지 등의 언어적 요소를 통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우리가 자연을 찬미하는 노래 가사를 들을 때 그 즉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머릿속에 떠올리듯이, 감각적 언어를 사용하면 생태적 상상력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물의 아이들》의 환상 세계에서 들리는 물결의 일렁임, 파도의 사각거림, 물속 생명체의 파닥거림을 묘사하는 언어는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여 물속의 자연 세계를 더욱 생동감 있게 그려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언어가 현실을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능동적으로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언어가 우리의 생태적 사고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책은 생태학적 문학 분석이 생태적 상상력을 촉진하는 언어학적 연구와 함께 진행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융합적 견해를 기반으로 한다.
《물의 아이들》을 인지언어학으로 분석하는 이 책은 생태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생태 인식의 확장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적 방식을 종합적으로 탐구한다. 즉, 텍스트에서 관찰되는 생태적 주제와 그 의미를 전달하는 다양한 언어 표현 방식을 함께 다룬다. 이를 통해 생태학적 관점에서 문학과 언어학을 통섭하는 학제간 연구, 즉 생태인문학의 중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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