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경이: 한국 현대 사진》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사진이 갖는 기록의 능력을 전제하면서도 현실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 해석을 통해 보는 이에게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 사진들은 공통적으로 어떤 거리감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현대 사회의 면면을 보여 주지만 명시적 주장과 결론에 직접적으로 도달하지는 않는다. 작품들은 눈앞의 대상과 장면에 대한 시점의 제시이자 표현, 해석, 비평의 성격을 취한다. 한편 이와 같은 표현과 해석의 과정은 보다 복합적으로 변모하는데, 기계적 속성에 의거한 사진은 눈앞의 것을 모조리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도와 우연성이 공존하는 순간의 기록은 보는 이의 상상과 해석을 강력하게 끌어당기며 기록의 힘과 순간의 경이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 p.17, 「김남인, 「기획의 글: 기록과 경이의 장면들」」중에서
사진을 보는 일은, 미처 몰랐던 존재를 새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진가는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어떤 비경(?境)을 찍어 관객들에게 내민다. 혹은,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일상의 아름다움이나 모순을 포착해서 확대하기도 한다. 그런 사진 덕분에 관객들은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삼 분명히 인지하고 의식하게 된다. 그러나 극도로 예민한 사진가조차도 자신이 찍는 모든 것을 파악하지는 못한다. 사진의 특성은 촬영 범위 내에 있는 모든 것을 가차 없이 담는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사진사가 주목하지 못했던 것조차 사진에 담긴다. 사진가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관객들이 나중에 발견해 내기도 한다.
요컨대, 사진은 거기 무엇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기록이자, 우리가 무엇을 (주목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는지에 대한 보고이다. 이 글은 이번에 전시된 네 장의 사진을 통해 현대 한국에 무엇이 존재했는지 살피고, 그것을 매개로 해서 한국이란 정치 공동체 속의 개인, 젠더, 권력, 노동, 여가의 일면을 조명하고자 한다.
--- p.19, 「김영민, 「네 장의 사진을 통해서 본 한국」」중에서
이 글은 해방 이후 한국 사진의 전개 과정에 대한 개괄적 요약이다. 그 과정을 압축하여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은 몇 단계로 구분된다. 첫째, 해방 이후 1950년대까지는 일제강점기 예술사진과의 차별성을 주장하며 등장한 이른바 ‘리얼리즘’ 사진의 시대다. 특히 임응식의 주도로 전개된 ‘생활주의’는 사진의 기록성을 강조하며 1960년대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60년대에는 모더니즘 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졌으나 제도의 장벽에 막혀 연속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둘째, 1970-80년대는 ‘기록 패러다임’이 지배하던 시대다. 한편으로는 공모전을 통해 생활주의의 연장에서 펼쳐진 아마추어 집단의 사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잡지를 중심으로 발표된 작가주의 방식의 다큐멘터리 사진이 있다. 셋째, 1990년대 이후부터는 현대미술이 사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다. 미술과 사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사진 창작의 방법론도 대폭 확장된다. 그 과정에서 사진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한 축이 됐다.
--- p.129, 「박평종, 「해방 이후 한국 현대 사진의 여정」」중에서
한국전쟁 사진이 1950년대 미국 대중들에게 각인된 한국의 대표적인 이미지라면 그 이전과 이후 한국의 사진들은 미국 내 미술관이나 학교 도서관을 비롯한 각 기관에 어떻게 소장, 수집되어 있을까? 미국 내 기관들에 소장된 한국 사진은 대체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선교사업이나 제국주의적 팽창을 목적으로 한반도를 방문한 서양인들이 기록한 사진들을 시작으로 한국전쟁기 사진들이 주를 이룬다. 한국전쟁기 이후 제작된 사진들의 수집은 수적으로 현저하게 적고, 작품의 성격도 작위적이다. 미국 내 기관들의 ‘한국 사진’ 소장을 논할 때 이산의 역사도 꼭 살펴봐야 하는 만큼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시켜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어떻게 시각화되고 상상되었는지를 미국 내 주요 미술관과 대학 도서관 내 한국 사진의 소장 현황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 p.135, 「김지혜, 「제국주의와 냉전 그 이후: 미국 내 한국 사진 소장 현황」」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