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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오늘도 열심히 노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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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140*210*20mm
ISBN13 9791158773755
ISBN10 115877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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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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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존재는 ‘밥’으로 정리되는 걸까. 나의 엄마도 종종 “밥 먹었니?”라며 전화를 하고, 친정에 가면 먹는 게 정말 큰 행사다. “인생 뭐 있어? 넓은 세상에 맛있는 거 먹고사는 거지.” 맞는 말이지만 그게 다는 아닌 인생이다. 내가 병가 중일 때 아이는 5학년이었다. 아파서 집에 있다 보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때 저 프로그램을 보며 이다음에 아이가 내 나이가 되면 ‘아들에게 난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끼니마다 맛있는 밥을 해주고 깔끔하게 집을 정리하고 사는 주부 9단은 절대 아니다. 내가 평가를 해봐도 평균 미만의 주부다. 맛있게 만드는 것보다는 어디가 맛있더라에 훨씬 관심이 많은 불량주부다. 방송에서처럼 맛있는 된장찌개나 시원한 식혜나 그런 걸로 기억할 리는 만무하다. 그럼 어떻게 기억될까?

나는 밥으로
기억되기는 싫었다.
--- p.20

작년은 365일 글쓰기에 도전한 해였다. 365일을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360일 이상은 채운 것 같다. 올해는 지인들과 365일 글쓰기에 도전 중이다. 이번엔 내가 주가 되어 진행을 하는데 한 달씩 끊어서 열두 달 완주를 목표로 한다. 얼마 전 멤버 중 한 사람은 통 크게 토지 전집을 사놓고 같이 읽고 단상 쓰기를 제안했다. 동참한다며 자기도 전집을 샀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으샤으샤 하는 분위기는 나비효과가 되어 글쓰기 모임이 점점 범위가 커져 갔다.
우리들 모임은 늪이다. 발을 디딜수록 점점 깊이 들어가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즐거워서 들어가는 늪이다. 53세 영국 남성이 365일 마라톤에 성공해 기부를 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남을 위한 기부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기부에 대한 간절함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그의 투지가 부러웠다. 아들의 묵직한 한 방의 응원에 기운을 얻어볼까.

나는 얼마나 간절한 걸까.
내 간절함의 크기를 재어보며
그 간절함의 끝자락에 내 마음의 끈을 꽁꽁 매어본다.
--- p.146

사람들이 내려가는 산 끝자락의 야채밭 건너편에 할머니의 가게가 있다. 가게라고 해야, 아무 나무 판대기를 주워다가 얼기설기 작은 평상을 만들고 비비람이 안 들어오도록 파란 비닐로 사방을 씌운 초라한 것이다.
할머니는 솎아온 채소를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에 가득가득 담아서 평상 앞쪽에 한 줄로 진열해놓고 팔고 있다. 눈이 많이 나쁘신지 둔탁해 보이는 두꺼운 돋보기를 콧등에 걸고 종일 채소를 다듬고 있다. 할머니의 손은 마디마디가 모두 퉁겨져나와 있다. 그의 고된 삶을 말해주듯 참 거칠고 험한 손이다. 거기 놓인 채소들을 몽땅 팔아봐야 고작 만 원이나 조금 넘을까. 안 된 마음에 상추랑 쑥갓이랑 아욱을 한 무더기씩 사들고 벚꽃나무가 촘촘이 가로수로 늘어선 신작로로 나온다.
산은 사람들의 많은 것을 포용하고 보듬는다. 삶 속의 고난과 역경. 슬픔과 외로움, 저마다의 다른 모든 일들을 알고 있는 듯. 언제나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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