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의도를 명확히 파악했다면, 다음은 답변력을 갖추어야 한다. ‘답변에도 무슨 힘 같은 것이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분명히 있다. 그 힘의 크기는 정량이 좌우한다. 우선, 정량화된 명사의 활용도가 높을수록 답변력이 우수하다. 직장에서는 비정량 명사나 형용사보다는 정량화된 명사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 정량화된 명사는 확실성을 끌어올리고, 답변력이 우수해지면 일을 시원시원하고 똑 부러지게 한다고 여긴다. 주변에 답변력이 우수한 동료, 선후배가 있지 않은가? 그들을 자세히 보면 예측형 동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 p.101
공장의 위기도 나에게는 기회였을까? 그렇다. 결론적으로 나는 2년 만에 공장을 깔끔하게 셋업하고, 그 공로로 1직급 특진과 함께 공장장(생산책임)에 부임했다. 정말이지 2년간 하루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 이후 차기 공장장에게 인수인계하고 짐을 챙기다가, 문득 공장 밖에 있는 누런 벼가 바람에 가르마를 타는 웅장한 석양의 모습을 봤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하도 일에 매진하다 보니 2년간 밖을 쳐다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위기의 공장은 내 경력의 배지 중 공장장을 안겨준 기회의 장소였다. 만일 영업에만 안주했다면, 이후 절대 기획, 인사에 가지 못했을 것이고, 영업임원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마음가짐으로 우리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도 내 마음을 안다. 누구도 가기 싫고 가서는 안 된다는 곳에 선뜻 나서는 인재. 그를 보면서 회사는 두고두고 보상한다. 만일 도전했는데 실패했어도 의지와 경력이 남는 것이다.
--- p.135
희소성을 가진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정식으로 공부할 것을 권한다. 이유는 성장할수록 내 역량보다 더 가혹한 난제들이 파생되기 때문이다. 조직은 시간이 없는 나에게 고도 역량의 일을 요구하는데, 일하려면 역량이 부족하고, 역량을 강화하려면 시간이 없는 ‘일-역량-시간’의 삼각관계에 내가 놓여진다. 자칫 악순환의 고리에 얽매이게 된다. 배움에는 끝이 없기에 직장과 학교의 병행을 권한다. 야간대학, 독학사, 디지털대학, 통신대학 등 불문한다. 필자도 회사를 다니면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새로운 것을 배우며 새롭게 써먹을 수 있고, 직장은 새로운 시각을 가진 자를 선호하기에 유리하다.
--- p.142
임원들은 공통점이 있다. 요점 보고를 잘한다. 요점을 정리 못 하는 사람이 임원인 경우를 필자는 본 적이 없다. 하나같이 시간에 쫓기며 동시다발적 일을 하다 보니, 요점들만 파악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숫자와 팩트는 입으로 되뇐다. 본인도 상위 보고를 하기 위해 한번 연습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임원은 입담이 부족한 사람은 있어도, 요약력이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항상 뭔가를 요약해서 머릿속에 암기하거나, 핸드폰에 사진을 저장해 놓는다. 생각해 보면 이런 임원들이 팀장들에게 무엇을 원하겠는가? 바로 요약이다. 요점 보고를 제대로 못 하는 팀장도 필자는 거의 본 적이 없다. 특히 핵심 보직의 수행팀장은 언제나 긴장감으로 요점이 A, B, C 툭툭 튀어나온다. 팀장들이 가장 아끼는 팀원은 누구인가? 역시 요약을 잘하는 팀원이다. 성과가 높은 팀원 중에 탄생하는 승진자는 특히 요점 보고가 능한 경우를 수없이 봤다.
--- p.187
여기서 도표란 여러 자료를 분석하여 정보의 관계를 그림이나 표로 나타낸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상사로부터 오더를 듣는 순간, 텍스트로 해석하는 것보다는 도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유리하다. 텍스트로 답을 하게 되면 글이 길고 복잡하게 보일 수 있다. 물론 1, 2, 3으로 정리한다면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한 발 더 앞서 도표로 표현하면 단번에 해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p.197
발표를 하기 전에 연습하는 과정에서 항상 〈So What, Why So〉를 자문해 보자. 결론이 맞는지 그에 따른 근거가 있는지를 자답하는 과정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의 한계도 발견하게 되고, 방어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발표 시 상대방이 지적하는 사항에 대하여 자신감 있게 답변할 수 있는 것은 애드리브가 아니라 미리 적응해 둔 대비 덕분이다. 이런 상황에 가장 심플한 논리도 역시 〈So What, Why So〉이다.
--- p.216
사장뿐만 아니라 부사장의 기분이 흡족했음은 말이 필요 없다. 부사장은 사장에게 잘 보였으니 대만족이고, 사장은 추가 네고로 1,000만 원을 벌었기에 직원들 한 달 식대 정도는 세이브했다고 여겼다. 필자도 이득을 봤는데, 부사장의 명분을 살리면서 향후 B프로젝트의 정가 유지를 위한 전략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상호 도장을 찍고 밀당 없이 헤어졌다면 깍쟁이 사장은 “뭐가 이렇게 싱겁지? 내가 이득을 보긴 한 건가? B프로젝트는 더 네고를 해!”라고 부사장을 압박했을 것이다. 필자는 사장의 이익을 부사장의 공로라고 명분을 제공했다. 상대의 상위자에게 칭찬을 요청했기 때문에 분위기는 한층 업그레이드되면서 상호 이득으로 종결되었다.
--- p.262
중요 업무에 있어서 “짧게”, “간단히”, “요약보고”, “용건만 간단히” 등 축약은 산업고도화에 좌충우돌 살아온 X세대에 적합한 단어이다. 근래 X세대의 팀장은 MZ에게 용건만 간단히 할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MZ은 X세대보다 더 모든 것을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는 세대다. 억텐(억지 텐션),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좋댓구알(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 설정), 군싹(군침이 싹도네), 점메추(점심 메뉴 추천) 등 언어조차도 절감을 원한다. 만일 실제로 업무를 압축한다면 MZ이 단연코 두각을 나타내면서, X세대는 무슨 말인지조차 모르게 될 것이다. 즉, 축약이 전부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사례와 같이 회사의 중요한 업무는 “용건만 간단히”로 정리되지 않는다. 모든 일이 영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팩트에 대한 상세 설명과 함께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특히 상대의 대화를 끊으면서 심플하게 요약해 줄 것을 다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넉넉하고 꼼꼼하게 들을 줄 알아야 한다.
--- p.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