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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문학 20

동서문학 20

: 그냥 가만히 옆에

조계향 등저 | 몽트 | 2024년 05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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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74쪽 | 153*224*20mm
ISBN13 9772671779004
ISBN10 2671779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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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꺼풀을 걷어내지 못하고
희미한 채로 사는 것이 편안했다
안에서 밖을 내다보거나
밖에서 안을 들여다본다 해도
한 꺼풀의 장막은 매우 유효하다

빛이 반사되어 캄캄해진 창은
나를 발견하지 못한다
바람은 바람끼리 놀고
대숲은 대숲끼리 논다
살과 살을 맞대며 살아온 나를
당신은 찾아내지 못한다
나는 또다시 정전이 되고
불을 밝히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맑은 창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한 꺼풀 또 빗장을 치며
촘촘한 구멍 사이로 세차게 떨어지는
비와 천둥소리와
오후로 나는 기울어지고 있다.
--- 정영미, 「방충망」

남자는 칼을 뽑아 날개부분을 내리쳤다. 피가 솟구치며 아기의 등에서 날개가 떨어져나갔다. 새카맣고 진득한 피고름이 흘러내렸다. 아기는 잠시 혼절을 하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 팔다리를 뻗었다. 다행히 아기는 가는 숨을 쉬었다. 들숨과 날숨이 코를 통해 이루어졌고 탯줄이 끊긴 배 윗부분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아기는 쌕쌕 숨을 이어갔다.
“아기가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어요. 날개를 멀리 떨어진 곳에 아무도 모르게 땅에 파묻으셔만 해요.”

해산어미는 남자의 귓가에 조그맣게 말하며 날개가 잘려나간 상처에 독초를 달인 연고를 살며시 발랐다. 입으로는 저항할 수 없는 흉액을 만났다는 듯 축문을 중얼거렸다. 진초록의 연고 때문일까 신기하게도 피로 얼룩진 상처는 붉고 가느다란 흉터만 남기며 순식간에 아물었다. 노파는 두려운 마음을 숨기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아기를 씻겼다. 그리곤 말갛고 뽀얀 아기를 두 손으로 공손히 들어올렸다. 아기가 노파를 보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 듯했다. 찬바람이 장지문을 세차게 흔들었지만 방안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남자는 자른 날개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두루마기 속에 감추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피에 젖은 날개는 축축하고 비릿했다. 날개를 어디에 묻어야 할까. 집안의 후미진 구석에 묻기에는 해산어미 말이 걸렸다. 마을 어귀의 나무를 생각했다. 不可近不可遠. 집과 적당히 떨어진 곳에 묻고 지켜본다면 아들에게 흉한 기운이 떨어져 나갈 듯 했다. 그리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자시가 훌쩍 넘은 고요한 시각이었다. 마을을 오가는 행인은 없었다.

남자는 괭이로 정신없이 땅을 파내려갔다. 입동이 며칠 전이니, 겨울 준비를 시작한 땅은 단단해지기 마련이었다. 구덩이가 반 장 깊이가 될 즈음, 몸과 옷은 한여름 소낙비를 맞은 듯 흥건했다. 날개가 쌓인 포대기를 구덩이에 깊숙이 던져 넣었다. 피로 얼룩진 두루마기도 벋어 함께 던졌다. 선겨울의 절기답게 쌀쌀한 기운이 몸으로 스며들었다. 옅은 노랑 빛이던 명주이불은 흙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검붉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쿵쿵 땅을 밟았다. 발에 힘을 주어 뛰어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오랜 시간동안 마을을 지키던 나무였다. 남자가 태어난 날도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겨울이 다가옴을 알리는 찬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마을을 지켜보았을 터였다. 남자는 자신이 소년이었을 때 일을 떠올렸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화가 잔뜩 났었다. 밑둥을 발로 거세게 걷어차고 목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한참을 나무와 힘겨루기를 하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풀리며 당당하고 평온한 도련님으로 되돌아온 기억이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높은 나뭇가지 하나가 자신을 위로하듯 휘잉 바람에 흔들렸다. 남자는 가슴을 내리누르며 옥죄던 커다란 돌을 하나 꺼내 놓은 듯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숨을 크게 내쉬고 허리를 곧게 폈다. 휘영청 달빛이 구름에 가린 보름밤이었다.
--- 구자인혜,「보름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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