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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 제46장
까마귀라고 불리는 소년 제47장 ~ 제49장 작품 해설: 무의식의 폭력과 삶에 대한 책임을 탐색한 대작 (권택영) 옮긴이의 말: 작가적 성숙을 실감케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탁월한 작품 (김춘미) |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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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호시노. 신이라는 건 인간의 의식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라네. 특히 이 일본에서는 좋건 나쁘건 간에 신은 어디까지나 융통무애한 것이네. 그 증거로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신이었던 천황이, 점령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게서 ‘이제 신 노릇은 그만두시오’라는 지시를 받자, ‘네, 이제 나는 보통 인간입니다’라고 하여, 1946년 이후부터는 신이 아니게 됐네. 일본의 신이라는 것은 그 정도로 조정이 가능한 것일세. 싸구려 파이프를 물고 선글라스를 낀 미국 군인의 몇 마디 지시에 존재 방식이 달라져 버리거든. 그만큼 초포스트모던한 존재지.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 걸세.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네.”
--- pp.119-120 그 대신 전쟁에 대해 생각한다. 나폴레옹의 전쟁에 대해 생각하고, 일본군 병사들이 싸워야만 했던 전쟁에 대해 생각한다. 손도끼의 확실한 무게를 손바닥에 느낀다. 새로 간 예리하고 하얀 날이 생생하게 내 눈을 쏘아본다. 나도 모르게 눈을 돌린다. 어째서 사람들은 싸우는 것일까? 왜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서로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그런 싸움은 분노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니면 공포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니면 공포와 분노는 한 영혼의 각기 다른 측면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 p.326 “우리는 모두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계속 잃고 있어.” 전화벨이 그친 다음에 그가 말한다. “소중한 기회와 가능성, 돌이킬 수 없는 감정. 그것이 살아가는 하나의 의미지.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아마 머릿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기억으로 남겨 두기 위한 작은 방이 있어. 아마 이 도서관의 서가 같은 방일 거야. 그리고 우리는 자기 마음의 정확한 현주소를 알기 위해, 그 방을 위한 검색 카드를 계속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지. 청소를 하거나 환기를 하거나 꽃의 물을 갈아 주거나 하는 일도 해야 하고. 바꿔 말하면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거야.” --- pp.488-489 비중이 있는 시간이 많은 의미를 지녔던 옛날의 꿈처럼 너에게 덮쳐온다. 너는 그 시간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이동한다. 설사 세계의 맨 끝까지 간다고 해도, 너는 그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너는 역시 세계의 맨 끝까지 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끝까지 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 --- p.495 |
한 세계의 끝으로 나아가는 열다섯 살 소년의 성장 서사
“하루키처럼 우리가 꿈을 꾸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작가는 드물다.” ―로라 밀러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가 지닌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며 지극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표현한 『해변의 카프카』의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가 15세 소년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15세 소년은 ‘아이의 종점’이자 ‘어른의 출발점’에 선 인간의 순수한 원형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원형이란 프란츠 카프카가 말한, 세상의 상식과 궤도에 맞춰진 ‘다스 만(das Man, 세상 사람)’이 아닌, 세상의 때가 묻지 않고 부조리에 물들지 않은 ‘다스 젤프스트(das Selbst)’, 즉 ‘본래의 자기’라고 볼 수 있다. 도쿄 나카노구에서 나고 자란 다무라 카프카는 열다섯 살이 되는 생일에 집을 나온다. 아버지를 죽이고 누나, 어머니와 육체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는 예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시코쿠로 향하는 여정에서 카프카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집을 떠난 누나 또래 여성 사쿠라를 만나고, 잡지에서 보았던 고무라 도서관을 찾아간다. 도서관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오시마와 우아하고 아름다운 관장 사에키가 있다. 나이를 속이고 호텔에 머무르며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체육관에 들러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던 평화로운 일상은 집을 떠나온 지 8일째 되던 새벽, 무너지게 된다. 의식을 잃고 피투성이가 된 채 깨어난 카프카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전후가 기억나지 않는 그날 밤 옷에 묻어 있던 피가 아버지의 것임을 의심한다. 모래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저주와도 같은 예언이 소년을 조금씩 짓눌러온다. 소설의 주인공 다무라 카프카는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며 복합적인 형태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동안 이십대에서 삼십대에 이르는 젊은 남성을 주요 인물로 설정해 이야기를 써왔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해변의 카프카』에서 가치관이나 생활 방식이 굳어지지 않은 열다섯 살 소년을 화자로 내세워 삭막하면서도 근사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그려냈다. 체코어로 까마귀를 뜻하는 단어 카프카를 자신의 새 이름으로 정한 주인공은 까마귀처럼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강한 몸과 마음으로 삶을 마주하고 있다. 소설의 중간마다 독백 형태로 등장하는 ‘까마귀라고 불리는 소년’은 그의 조력자이자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또 다른 자아다. 소년과 노인을 중심축으로 시공간을 교차하며 서술되는 정신분석학적 매직 리얼리즘은 독자를 환상적인 모험의 길로 끌어들인다. 하루키 특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장과 세밀한 내면 묘사로 막힘없이 전개되는 서사에 동서양의 고전과 그리스 비극을 원형으로 한 메타포가 깊이를 더한다. 저주와 같은 예언을 따라 세계의 끝에 닿은 뒤 이전과는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소년 카프카는 하루키 자신이자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하나의 경계를 넘어본 이라면 누구나 현실과 맞닿은 꿈속에서 지독한 성장통을 겪는 소년의 여정에 완전히 빠져들 것이다. 꿈과 상상력의 가운데에서 시작되는 책임 “진정한 페이지터너이자 형이상학적 환각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네거티브 스페이스의 화가다.” ―존 업다이크 (소설가) 소설에는 시코쿠를 경유하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저주를 피해 가출한 열다섯 살 소년 다무라 카프카와 어릴 적 사고로 지능 장애를 갖게 되었으나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는 육십대 노인 나카타 사토루가 그 주인공이다. 표면상 아무런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둘은 본능적인 이끌림에 따라 각각 도쿄에서 다카마쓰로 이동한다. 카프카와 나카타는 미로처럼 복잡한 숲, 바다를 건너는 거대한 다리로 이어진 연결 통로를 거쳐 사에키에게 당도한다. 고무라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에키는 그들이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인물이자 이 묘한 여행의 종착지다. 비슷한 경로를 거쳤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들은 물리적 거리를 초월해 꿈을 통해 연결된다. 하루키의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해변의 카프카』 또한 꿈으로 표현된 환상성과 초현실성이 전개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꿈은 단순히 잠을 자는 동안 체험하는 정신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내면의 무의식이 반영된 사건이며, 현실 세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에 따른 책임도 부여되는 것이다. 나카타는 소년 시절 겪은 사고 이후 2주 동안 의식 상실을 경험하고 깨어나 ‘보통’의 자신을 잃어버렸다. 남들보다 짧은 그림자를 가진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고양이 살해범 조니 워커를 죽이고, 하늘에서 물고기와 거머리가 떨어지는 기현상을 일으킨다. 한편 카프카는 옷에 피가 묻은 채 깨어났던 날, 특별한 꿈의 회로를 통해 도쿄에 있던 아버지를 죽였을 거라는 가설을 세운다.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가운데에서 시작된다. 그 말을 예이츠는 이렇게 쓰고 있다. In dreams begin the responsibilities. 그 말대로다. 거꾸로 말하면, 상상력이 없는 곳에 책임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1권, 273쪽) 상상력이 결여된 인간에 대한 오시마의 비판은 공허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잊어가지만 ‘절대로 망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심코 저지른 폭력, 무감각과 몰이해, 비관용성은 현대 사회에서 형태를 바꿔 끝없이 되풀이된다. 인생을 바꿀 만큼 커다란 사건을 겪고도 어떤 이는 그것을 쉽게 잊고, 다른 이는 그에 얽매여 평생을 살아간다. 현재를 벗어날 수 있는 이상적 공간을 꿈꾸기도 한다.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일본을 배경으로 개인이 경험한 상실과 폭력을 그려내고 있다. 예술과 사랑, 시간의 경계에서 명확한 진실을 가늠하기 어렵게 하는 작품 속 환상성은 결국 현실과 이어진다. 꿈을 꾸는 것 같은 메타포의 힘을 빌려 우리는 상처를 입기 전 평화로운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카타와 호시노는 입구의 돌을 찾아 힘겹게 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눈앞에 보이는 세계는 변하지 않았다. 한 세계의 끝에 닿는다고 해도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럼에도 삶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돌이 사실은 비밀의 문을 여는 입구였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규칙들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달라지는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기억하며 살아갈 뿐이다. 고된 하루의 끝에서 우리는 눈을 감는다. “너는 이제 잠을 자는 것이 좋겠어” 하고 까마귀라고 불리는 소년이 말한다. “잠을 자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을 거야.” 이윽고 너는 잠이 든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다. (2권, 496-497쪽) 『해변의 카프카』를 집필한 뒤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몇 번 읽어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와 재미, 그리고 깊은 뜻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초고 마감 이후 6개월여에 걸쳐 퇴고를 이어갔다는 그의 열정만큼이나 작품에는 공들여 읽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요소들이 숨어 있다. 작가의 의도와 문체, 서술 기법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되살려낸 전면 개정판으로 하루키의 대표작을 다시 읽어야 할 이유다. |
“진정한 페이지터너이자 형이상학적 환각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네거티브 스페이스의 화가다.” - 존 업다이크 (소설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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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처럼 우리가 꿈을 꾸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작가는 드물다.” - 로라 밀러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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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는 웃음이 터져나올 만큼 하루키 특유의 익살과 유머가 깔려 있어 재미있다. 때론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오이같이 쿨하고, 카프카처럼 신비스런 분위기에 싸여 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독파하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 공허하고 부조리에 찬 세상에서 값진 삶의 길을 찾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 누마노 미쓰요시 (도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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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5세 소년의 눈을 통해서 세상이 공허함과 부조리로 가득 차 있지만 한편으로는 살 만한 가치와 보람이 있음을 주제로, 현대인 전체의 문제를 읽을 수 있다.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확인하는, 현대인 누구나가 체험하지 않으면 안 될 통과의례 같은 것을 말해 주는 훌륭한 작품이다.” - 가와이 하야오 (일본 문화청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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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세계문학의 수준에 도달한 작품이라는 압도적인 감회를 금할 수 없었다. 하루키가 작가로서의 성숙을 감지하며, 도스토예프스키에 있어서의 ‘민중의 발견’을 연상케 한 거작이다.” - 가토 노리히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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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라캉은 삶을 지배하는 것은 우리의 믿음과 달리,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라고 말한다. 무의식이 삶을 지배한다. 그 위력은 카산드라의 예언만큼 정확하고 운명적이다. 이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풀어내는 하나의 실마리다. … 무의식은 다무라와 나카타를 비롯해 양성성의 오시마, 비극적인 사에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까지 하나로 묶는다. 무의식은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하나로 용해돼 숨 쉬는 거대한 바다였다. 카프카의 해변이었다. 만일 인간이 무의식의 폭력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삶에 대한 책임감을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가. 이것이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궁극적인 탐색이다.” - 권택영 (문학평론가,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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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는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은 설렘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의 전작들에 등장한 작은 조각들을 복사, 확대, 재해석하여 새로 엮어 내는 것은 물론, 하루키 문학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음악과 음식, 패션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표현은 더욱 섬세해졌고, 일본의 고전과 그리스 신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소스를 풍부하게 다루고 있다. 하루키가 이 작품의 출간 이후 가진 어느 인터뷰를 통해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고, 내가 지닌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며, 지극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나는 백 퍼센트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 김춘미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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