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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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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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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62g | 153*220*8mm
ISBN13 9788962472219
ISBN10 896247221X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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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삼 인 가족은 상남이네 집 앞에 서 있었다. 울타리 대문 앞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갑자기 땅속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생뚱맞았다. 세 명 모두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튀어나온 배우들처럼 외모가 빼어났다.
상남의 가족은 새로운 이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로 보이는 여자와 남자가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전에 살던 곳을 정리하고 오느라 늦었네요.”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지금 막 이곳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그럼 낮에 집 안에 숨었던 건 누구지?’
--- p.8, 10

지금 남자는 벌거벗은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극심한 고통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남자는 숨을 몰아쉬더니, 손을 얼굴까지 들어 올렸다.
“헉.”
상남은 숨을 멈췄다. 남자의 손에 칼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낮에 봤던 것처럼 둥글게 휘어진 작은 칼이었다.
‘뭘 하려는 거야?’
남자는 칼날을 얼굴에 갖다 댔다. 그리고 살을 깎아 냈다.
--- p.48

“좀비 사냥을 나가 봅시다!”
게임이라도 즐기는 양 눈을 번뜩이며 신이 나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쟁은 게임처럼 호락호락 흘러가지 않았다. 무거운 소금을 싣고 마을 곳곳을 뒤지고 다니며 비누 인간들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고, 찾는다 해도 그들이 가만히 앉아 당할 리 없었다. 물론 소금을 맞으면 좀비처럼 몸을 비틀며 힘을 못 쓰긴 했지만,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무엇보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비누 인간들이 살았다.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되었고 다친 사람들이 계속 생겼다.
--- p.89

‘그래도 넌 다를 거라고, 너를 걱정하고 살아 있길 바란 내가 바보지!’
상남은 새삼 배신감에 치가 떨렸다. 상남은 자신이 포로라는 사실도 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는 왜 잡아 온 거야?”
가일은 벽에 기댄 채 상남을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다.
“왜? 죽여 줘? 네가 우리한테 한 것처럼?”
아이들의 눈이 상남을 향했다. 눈빛이 소름 끼치도록 차가웠다. 상남은 방정맞은 자신의 입을 원망하며 벌벌 떨었다. 참으려 해도 눈물이 줄줄 흘렀다.
--- p.101

‘너희들은 누구야?’
그날 밤, 교실을 나오기 전 상남은 물었다.
‘사람.’
가일은 대답했다. 그들은 비누 인간이 되기 전의 기억은 없었다. 눈을 뜬 순간부터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었고, 인간의 사고를 하고 있었다.
‘나는 사람이 아닌 나를 몰라.’
그들은 자신을 사람이라고 느꼈다. 상남과는 그저 조금 다른 사람이라고.
‘너는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처음에도 사람이었고 지금도 사람이야.’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남을 향해 가일은 말했다.
‘너도 나를 사람으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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