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들이 필요해서 만든 사람이야. 일반인의 아이도 마찬가지지. 그들은 달라. 뭐가 다른데? 그들은…… 사랑으로 태어난 애들이잖아. 이제 와서 그걸 믿는 거야? 사랑 때문에 애들을 낳았다고? 내가 말하는 사랑은 진심으로 그들이 사랑하고 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이 사랑의 결실이라는 개념을 믿고 유통한다는 의미야.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어. 이해하려고 하지 마. 그냥 받아들여. 우리는 질문하면 안 돼. 따지면 안 돼. 받아들여야 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고. --- pp.68~69
벵족의 신화 속에서 개체들은 제어가 불가능했다. 그들은 태곳적부터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벵족에게 문제는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존재하느냐였다. 그러나 현실에 우르그비 같은 장소는 없다. 저 세계에서 이 세계로 건너오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탯줄이 아니라 금속으로 만든 카테터다. --- p.85
아미는 가동을 대기하고 있는 휴머니즘 팜이 체외인이 아니라 합성인을 위한 것이라는 리젠쿠이와 사이프의 대화를 들으며 일련의 어두운 질문을 떠올렸다. 우리가 필요에 의해 창조되었다면 우리를 살아 있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죽음도 삶도 대체될 수 있다면 정신은 어디에 머무를 수 있을까. --- pp.139~140
끝이 보이는 저항이고 소요였다. 인명 피해는 있겠지만 죽음을 진정으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터였다. 삶과 죽음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생명을 경시하는 말을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제 삶은 하나의 제품에 불과했다. --- p.163
우리는 일종의 실험이었을까? 만약 실험이었다면 이 실험은 성공일까, 실패일까? 광장에 모여서 고개를 쳐들고 스크린을 바라보는 체외인들의 마음속에는 어쩔 수 없는 의문과 질문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