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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천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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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25*190*8mm
ISBN13 9788989224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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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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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찾지 않는 산바람은 뿔이 났다
산 아랫동네 반까지 내려와
그늘 속으로 스며든다

눈치 없는 콩새는 콩잎 물고 나대고
보리밭의 산꿩은 하릴없이 꿩 꿩 울어댄다

이윽고 하루해가 저물어 가고
노을빛 산 그리메가 또 하나의 산을 낳는다

눈과 손발을 묶어놓고
세상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정지된다

더듬더듬 내리는 가을비가
온 세상에 가을 판화를 찍는다
--- p.11 「산이 그린 그림」

살면서 뭔가를 채워가는 일도
또 뭔가를 버리는 일도 끝이 없다

저 길바닥에 널브러진 하얀 목련
저절로 떨어진 게 아니듯
채우려다 그 무게에 짓눌려 떨어진 것이다

우리 인생도 욕심껏 채우다 보면
한 걸음 먼저 가는 이 있고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면
두어 걸음 늦게 다 버리고 가는 것이다

시도 그렇다

누군가 잘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목소리로
정성껏 다듬어 바느질해서
하얀 종이에 글로서 의미와 뜻을 심는 거다
--- p.20 「그건 그래」

철 지난 사랑처럼,

들판에
피어난 들꽃들이 바람과 내통하고

살이 통통 올라
풀 냄새까지 짙어지는 것 훔쳐보며

쉼 없이 출렁거리며
세상의 봄빛과 내통을 한다

그런 것 이미 다 안다는 듯
반쯤 찬 호수는 늘 눈감아준다
--- p.38 「바람의 내통」

오늘이 쬐끔 남아 산마루에 걸려 있다

시장기가 왔는지

늘어진 햇살이 게으름을 피운다

새 한 마리 날아 와

꽃잎에 부리만 닦고 날아간 후

그늘에 피는 꽃은

소리도 향기도 없이 지고 있다

내 생의 하루도 지고 있다
--- p.41 「그늘에 피는 꽃」

늘어진 햇살이 게으름 피운 오후 한나절

휑한 바람 타고 내려와 준 구름 떼들

그늘에 피는 꽃은 소리도 향기도 없이 지고 있다

맨발로 지는 저 해

소금 한두 섬 짊어졌는지 천근만근이다

쓰다 남은 편지지에 벌써 노을이 하늘 절반을 물들인다

어디에도 없는 그대에게 주름진 손 흔들어 준다

사람이 늙어지면 그림자도 늙어지나 보다

맥없이 앉아 있어도 마음은 늘 뛰고 있다

약봉지만 가득하다
--- p.50 「그 여자 사랑에는 묵은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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