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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가 봄꽃처럼 찬란하다

옹이가 봄꽃처럼 찬란하다

구신자 | 현자 | 2024년 06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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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30*200*20mm
ISBN13 9788994820941
ISBN10 899482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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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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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커튼 사이로
아침이 한결 빨리 찾아오면
낮과 밤이 키를 재는 날

창밖에선 가벼운 선율 타고
왈츠를 추던 하얀 눈꽃이
어느새 진눈깨비 되고
봄비 되더니
겨울과 봄의 아쉬운 해후

겨울은 고된 시련으로 세운 왕국을
봄의 여왕에게 넘겨주며
신신당부 인사가 길어지고

찬란한 봄의 여왕이 등극하는 날
춘분 아침엔
하얀 축하 꽃 천지에 흩날리더라
--- p.14 「춘분 아침」

유월, 한낮 열 오른 아스팔트길
나들이 가는 병아리처럼 설렌
노란 금계국이 들길 따라 피어나면
여름이 온다네

산들바람 휘도는 연못에선
물가에 발 담그고 선
노란 아이리스가 수줍게 반기고
사방이 초록인데
낯선 이방인 금계국이
나비처럼 노란 꽃잎을 나풀거리면
여름이 온다네

이제 좀 한국살이 익숙해진
이웃집 아낙의 환한 웃음을 보듯
뜨건 해 고향에 두고 온 금계국이
눈길마다 온통 지천으로 피어나면
여름이 온다네
--- p.31 「여름이 온다네」

겨울, 나무들은 오직 맨몸으로
시린 바람 앞에 마주 선다
수줍은 듯, 당당하게
안으로만 품던 옹이가
환하게 드러나 봄꽃처럼 찬란하다

지난봄, 우듬지에 톱질을 강요당했던 일
여름, 광풍에 가지가 찢기던 아픔
피와 진물이 흐르던 상처에
수많은 눈물로 새살을 돋우고
겨울나무, 옹이가 봄꽃처럼 찬란하다

누구나 돌아보면 어이없이
큰 시련에 직면했던 때도 있었지
눈물이 마르고
다시 일어선 그 자리에 피어난
옹이가 봄꽃처럼 찬란하다
--- p.56 「옹이가 봄꽃처럼 찬란하다」

손만 뻗치면
단지, 손만 뻗친다면
내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더 넓어질 수 있을 텐데
나를 소외시키는 건
네가 아니고, 나라는 걸 알게 될 텐데

키 큰 느티나무 아래 빈 의자는
손을 내밀어 쉬었다 가라 하고
종일 울리지 않는 휴대폰엔
손을 뻗치면 받아 줄 친구가 있고
새소리, 물소리 귀 기울이면
정답게 놀아줄 친구가 되어주고
나이 들어 근육이 줄어들듯
내가 사는 세상도 점점 움츠러들고

용기를 내어 손만 뻗치면
내게 내민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시큰거리는 왼 무릎을 달래
가파른 계단을 천천히 오른다
--- p.86 「손만 뻗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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