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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한 시절이라 부르자

여기까지 한 시절이라 부르자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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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72g | 130*190*17mm
ISBN13 9791193790137
ISBN10 11937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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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가 그리던 포물선이, 살갗을 뚫는 화살이 되었고, 굉음을 내는 대포알이 되었다가, 이제는 쏜살같이 날아가는 총알에 이르렀다며, 모든 포물선이 직선으로 뻗어간다고 한탄하는 그의 표정은 거의 울음을 터트릴 지경이었다.
--- p.16 「포물선」중에서

그가 캠퍼스에서 신민희를 발견한 건 학교에 입학한 지 머지않아서였다. 교내 식당에서였는데, 저 멀리서도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그녀는 한층 더 해사해진 인상이었다. 그녀를 관측하자마자 한재하는 다시금 그녀의 중력 궤도에 포획되는 것을 느꼈다. 평평했던 발밑이 그녀에게 향하는 경사면으로 급격히 기울어졌다.
--- p.48 「천체물리학 궤도상의 사랑 좌표」중에서

구멍이야. 큰 구멍. 손가락이 가리킨 저 멀리, 거대한 심해어의 동공처럼 깊고 큰 구멍이. 어두운 풍경들과 비교도 안 되는 깊은 어둠으로 일별되는 커다란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다. 그것은 느리지만 아주 광대한 규모로 사막의 모래 수렁처럼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중이다.
--- p.85 「우리는 깊어서」중에서

그가 내게 말했던 ‘여유’라는 단어는 유독 기억에 깊게 남았다. 그래 그런 단어도 있었지. 그건 확실히 ‘빌어먹을’ 같은 단어랑은 다른 질감의 단어였다. 확실히 그 판사는 마음에 여유가 넉넉한 채 살겠지, 모르긴 몰라도 매일같이 자판기 잔돈을 채우고 그림을 지키는 일보단 훨씬 뿌듯하고 보람찬 일들을 하면서….
--- p.111 「빌어먹는 사람들을 위한 시선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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