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문제는요. 실제로는 아무도 몰라요. 도련님이 태어났을 때, 나리는 마음이 아파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대요. 아니, 정말 미쳐 버렸죠. 의사 선생님은 나리가 슬퍼서 죽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리는 한사코 아들을 안 보려고 했대요. 너무 작은 아기였어요. 너무 말라서 분명 살아남지 못할, 그런 아기요. 도련님은 너무 일찍 태어났던 거예요. 제가 보지는 못했어요. 엄마가 얘기해 준 거예요. 나리는 마님 돌아가시고 나서 도련님이 오래 못 살 거라고, 곧 죽게 될 거라고 굳게 믿었어요. 도련님이 살아남았을 때도, 나리는 여전히 아들을 안 보려고 했어요. 도련님이 짧은 생애 내내 불구자가 되어 아플 거라고 믿으면서 말예요.
-근데, 마사. 콜린은 몸이 삐뚤어지지 않았잖아, 안 그래?
-뭐, 아직까지는 그렇죠. 그치만 확실한 건, 그 작은 사내애 몸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거예요. 울 엄마 말이 어쨌든 도련님이 태어날 때 고통과 분노와 눈물이 너무 많아서 어떤 아이라도 병이 났을 거래요. 어느 날, 새 의사 선생님이 런던에서 왔어요. 그분 말이 도련님에겐 이제 약은 더 필요없다. 그 대신 나가서 바람을 쐬고 방 안의 벽 말고 다른 걸 봐야 한다고 했죠. 그러자 나리가 도련님을 데려가서 바다를 보여 주라는 지시를 내렸어요. 끔찍했죠. 도련님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한 발작을 일으키고, 엄청난 분노에 휩싸인 거예요. 너무 아파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 그 뒤로는, 아무도 도련님한테 뭐든 해 보라고 강요하질 않죠.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까요. 도련님의 화를 더 키울까 봐 다들 무서워해요.
-그러면 넌 정말 콜린이 죽을 거라고 생각해?
-제가 뭘 알겠어요? 울 엄마 말이 암튼 그건아이답게 사는 게 아니래요. 종일 햇빛도 못 보고 늘 혼자 지내면서, 불쑥불쑥 터져 나오는 화와 울음에 짓눌려 다음에 올 병을 기다리는 거 말이에요. 엄마 말로는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렇게 틀어박혀 지내다간, 분명 언젠가 열병이 더 심하게 도질 거래요.
-어쩌면……. 어쩌면 콜린한테도 정원이 필요하겠다. 나무 사이로 스치는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고, 내내 죽음을 생각하는 대신 뭔가 살아서 땅 위로 올라오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어쩌면 황무지 햇살과 바람이 그 앨 통통하게 만들지도 몰라. 네 남동생이랑 여동생처럼 말이야. 그러면 콜린도 훨씬 튼튼해지겠지. 내가 그 덕에 더 좋아진 것처럼…….
--- p.9-10
-거의 다 왔어, 콜린! 여기가 그 문을 찾느라 내가 사방으로 엄청 다녔던 길이야. 정원은 바로 담장 저쪽 편에 있어.
-담장 저쪽 편? 아니 어디 있단 거야, 메리?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문이 안 보여. 담쟁이덩굴밖에 없어!
-하하! 좀 기다려 봐! 저기가 붉은가슴울새가 처음 앉았던 나뭇가지야.
-걔가 나한테 알려 준 장소에 다 왔어.
-열쇠다! 바로 그 열쇠지? 너무 멋진걸! 근데, 문은?
-문……. 오랫동안 찾아 헤맸지, 그 문을……. 그걸 알려 준 건 바로 바람이야! 바로 여기야, 콜린. 문이야! 준비됐니?
-그 어느 때보다 더.
-됐어. 손 치워도 돼, 콜린.
- 아! 정말 멋져! 내 눈을 못 믿겠어, 메리. 이런 정원이라니! 마법 같아! 난 여기서 나을 거야! 나을 거야, 확실히! 틀림없이! 나을 거야, 난 영원히 살 거야. 이 정원 덕에 말이야!
--- p.54-56
-마사와 디콘이 항상 어머니 얘기를 하거든요! 아파서 누워 있을 때부터 늘 만나고 싶었어요. 요즘은 아프지 않은 데도 보고 싶었고요! 이제 내가 건강한 거 보고 놀랐나요?
-예, 맞아요! 근데 가장 놀란 건……. 마님을 쏙 빼닮은 모습이에요. 눈물이 핑 도는걸요. 메리 아가씨네요! 동글동글한 장밋빛 얼굴이 제일 예쁜 5월 꽃봉오리 같아요. 아가씨 엄마가 참 예뻤으니 나중에 아가씨도 그만큼…….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마법을 믿으세요? 우리는요, 메리한테 이 정원을 알려 준 게 마법이라고 믿어요. 또 메리를 나한테 데려와서 날 낫게 해 준 것도마법이라고 믿어요.
-마법, 아니면 메리 아가씨? 나는 두 분이 정말로 대단하고, 자신의 마법으로 가득 차 있다고 믿어요. 이 아름다운 봄 덕분에 두 분이 그걸 깨닫게 된 거죠. 두 분은 내가 꿈꾼 모습 그대로예요.
-아주머니가 내 어머니, 또 메리 어머니였으면 좋겠어요.
-근데 우리 아가들, 어머니가 이미 있잖아요. 이 정원에도요. 장미 한 송이 한 송이 속에, 이슬 한 방울 한 방울 속에 말이죠. 그런 거예요. 엄마들은 절대 제 자식 곁을 안 떠난답니다. 떠날 수밖에 없는 엄마라면, 언제나 작은 조각 하나라도 자기 흔적을 남겨 둘 거예요. 냄새, 크나큰 사랑, 별 같은 거요. 엄마들은 언제나 여기 두 사람 곁에, 나비의 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나뭇잎이 흔들릴 때마다 그 속에 있어요. 아마도 도련님이 말하는 마법이 바로 그런 걸 거예요. 그래, 우리 아가들……. 나리가 다시 돌아오실 때가 되었네요. 정말 바로 그때가 됐어요.
--- p.9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