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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큰글자책)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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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210*290*20mm
ISBN13 9791191029994
ISBN10 119102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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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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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주의 취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세상의 흔하디흔한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이상하고 진상을 쉽게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자신이 본정本町에서 경영하는 작은 다방 ‘흑조’에 앉아, 종종 찾아오는 손님들이 가져오는 온갖 기이한 이야기를 즐겨 들었다.
--- p.4

그걸 묻는 여인의 얼굴은 창백하고 스산하여 금방이라도 산산이 가루로 흩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눈빛만큼은 너무 강렬해서 사물의 숨은 면까지 모두 파헤쳐낼 것처럼 빛났다.
“천연주. 분명 천연주라고 했었지.”
손 선생은 손님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조선 최고의 갑부를 논하면 첫머리에 반드시 거론되는 자의 외동딸이라는 그녀는, 그런 집안 배경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 p.16

잿더미. 연주 양을 보며 느낀 인상이었다. 생기 없는 창백한 흰 얼굴과 까만 실내복은 지극히 대비되면서도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보였다. 햇빛이 잘 들고 온돌이 따스하게 데워진 밝은 방 가운데에 무채색들이 그림자처럼 어른거렸다. 낮의 밝음이 비춰도 생기는 전혀 더해지지 않았다.
--- p.19

갑자기 온몸이 오싹해졌다.
검은 긴 머리 아래 창백한 얼굴, 나를 바라보는 깊고 공허한 두 눈. 그 눈은 시야에 담은 모든 걸 하나도 남김없이 집어삼킬 것처럼 아득하기만 했다. 영안실에서 본 시체가 떠올랐다. 마치 죽은 사람이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센다 아카네라고 합니다.”
나직하고 힘없는, 금방이라도 사그라질 것 같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 p.119

“당신은 탐정입니까?”
내 물음에 센다 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나는 이야기를 듣길 좋아하고 이야기의 진짜 모습을 탐구하길 즐기는 사람일 뿐입니다.”
--- p.153

정말로 탐정이란 마음을 들여다보는 요괴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속마음을 꼭꼭 숨기고 살아야만 하는 이런 세상에서는 정말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 p.179

"모순의 정체를 알려면, 뒤섞여버린 이야기의 조각을 잘 나누어 바른 곳에 놓아야 합니다. 그러니 들려주십시오. 언니가 최근 겪은 일 전부를 말입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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