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역학에서 주요 문제점 중 하나는 체계적인 과소보고(systematic underreporting)이다. 정신질환은 스티그마(stigma) 때문에 연구 참여자들이 자신의 질환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연구자가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우울증이나 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는 역학 연구에서의 보고 비율이 매우 낮다. 이는 정신과 의사의 인터뷰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정신역학에서 사례를 정의할 때는 항상 바이어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1장│정신역학의 발달 과정」중에서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재발하지 않지만, 재발하는 사람 중에서는 증상이 장기적이고 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질병의 자연사에서는 일생 중 가장 첫 질병 발병 시점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 만약 여러 번 재발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예를 들어 15차례 정도 재발했다면), 임상의사는 한 번만 질병이 발병한 사람보다 재발하는 사람을 더 자주 진료실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반 인구의 정신건강 상태와 달리, 해당 질환을 더 심각하게 인식하게 될 확률이 높다.
---「2장│정신병리현상의 자연사」중에서
정신질환의 유전적 원인 파악은 복잡한데, 이 때문에 ‘내인성 표현형(Endophenotype)’이라는 중간 표현형 또는 형질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늘어나게 되었다. 내인성 표현형은 건강한 집단에 비해 정신병 환자나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가족 구성원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정량적이거나 연속적인 특성을 의미한다. 이는 동일한 정신질환 진단 기준을 만족시키지 않는 가족 구성원들 간에 공유되는 형질을 뜻한다. 내인성 표현형은 질병의 발병 또는 임상 표현형의 선행 사항으로서, 장애의 근본이 되는 유전자의 발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추정된다.
---「3장│정신현상의 측정」중에서
예를 들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자주 커피를 마시는 상황에서, 담배 흡연은 커피 소비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흡연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커피 소비와도 연관되어 있으므로 교란 변수로 간주될 수 있다. 만약 이 교란 변수인 흡연을 통제하지 않고 연관성을 검토하면, 실제로 커피가 우울증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더라도 통계적으로는 커피 소비가 우울증을 증가시키는 것처럼 나타날 수 있다.
---「5장│정신역학의 인과적 추론」중에서
제기된 연구 질문과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에 따라 주산기 및 출생 코호트의 추적 기간이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 데이터 수집 방법은 참여자의 나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영유아기에는 참여자의 부모가 1차 응답자로서 참여할 수 있지만, 초기 아동기에는 아이에게 직접 질문하여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런 경우에 연구 동의 및 동의 절차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데이터 수집의 길이와 적절성, 면담자의 교육, 그리고 인간 피험자의 보호를 위한 연구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
---「6장│정신역학 연구의 생애주기적 관점」중에서
결국, 정신과 유전 연구는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발전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분석 방법으로 연결 분석(linkage analysis)이 사용된다. 연결 분석은 감수 분열 과정에서 두 개의 상동 염색체 사이에 발생하는 ‘교차(crossing over)’ 때문에 가능하다. 감수 분열 중에 염색체 쌍이 서로 교차하여 DNA의 일부를 교환한다. 여러 번의 교차 후에 형성된 염색체는 새롭고 고유한 유전자 조합을 가지게 된다.
---「8장│정신역학에서 유전체 정보의 이용」중에서
여성의 높은 주요우울장애 위험은 전체 문화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난다. 여성의 우울증 발생률이 증가한 것은 다양한 표집 방식과 측정 방법을 사용한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1980년대 후반의 연구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세대에서 성별 차이가 줄어들었다고 제시되었으나, 성별 간의 차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Klerman and Weissman, 1989). 더욱이, 우울증이 세계 질병 부담 연구에서 장애로 인한 연손실(years lost due to disability: YLD)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으나, 모든 우울증의 부담은 여성이 남성보다 50% 높았다(Lopez et al., 2006). 여성의 주요우울장애 위험 증가는 확실하게 인정받는 사실이나 그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다.
---「9장│우울증의 역학」중에서
인종분리정책이 있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 국가가 승인한 차별과 정치적 폭력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공공장소에서의 범죄적 폭행의 비율이 증가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아프리카에서는 신체적 폭력 및 다른 사람에게 발생하는 트라우마의 목격이 트라우마 경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Atwoli et al., 2013). 또한 북아일랜드의 응답자들은 전쟁이 트라우마 사건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는 북아일랜드의 오랜 내전의 역사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Ferry et al., 2014). (중략) 일본에서는 10% 정도가 사적인 사건을 트라우마로 보고하였는데, 이는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공유하지 않는 일본 문화의 특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Kawakami et al., 2014).
---「10장│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역학과 응용」중에서
원칙주의의 한 가지 명백한 한계는 갈등이 발생할 때 어느 원칙을 우선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Kessel, Crawford, 1997). 일부 사람들은 이 한계가 원칙주의가 의료 윤리를 단순히 의료 문제에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에 대한 대안적인 접근법은 생명윤리의 내부와 외부 양쪽에서 제시되고 있다. 내러티브의 사용은 생명윤리 내의 특정 사례를 깊게 파고들면서 문제를 제기한다. 여기서의 도덕적 통찰력은 원칙보다는 사례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도덕성의 본질을 특정 상황에 따라 해석하게 만들어 상황윤리를 도출하게 한다(Prince M. et al., 2003).
---「13장│정신역학의 연구 윤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