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40년 만의 악수

40년 만의 악수

: 4·3평화문학상 수상작가의 야심찬 4·3역사소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12
정가
13,000
판매가
11,7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국내배송만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140*210*20mm
ISBN13 9791192828541
ISBN10 119282854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한라산 기슭의 수많은 오름 봉우리에서 봉홧불이 올라감과 동시에 제주도 남로당 유격대의 무장봉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미군정의 부패와 폭력경찰의 만행을 규탄하며 ‘단독선거 결사반대’‘탄압이면 항거’ 등의 구호를 내걸고 기세등등한 폭력행사에 나섬으로써 섬 전체를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들은 경찰지서 등 관공서를 닥치는 대로 습격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냈고, 도처에서 도로와 교량을 파괴하고 전선을 절단하여 교통과 통신수단을 마비시킴으로써 국정의 정상적인 가동을 방해하였다. 5월 21일에는 모슬포 주둔 국방경비대 9연대 병사들 41명이 집단 탈영 후 입산함으로써 국군부대 내부에까지 침투한 좌익 프락치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남로당 프락치들의 탈영사건은 이후에도 그치지 않았고, 이들 탈영병 대부분이 제주지역 출신임은 제주도가 빨갱이섬이라는 풍문이 사실임을 증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열악한 장비의 남로당 인민유격대가 경찰과 대적한 전투에서 연달아 승리를 거두는 것도 빨갱이섬의 위력을 보여준다는 말이 나돌았다. 좌파 게릴라들은 5·10총선거를 전후하여 선거공무원들을 저격 암살하는 일이 빈번하였다. 투표 당일 마을사람들은 공무원들이 동원된 투표 독려에 등을 돌리고, 좌익 청년들이 시키는 대로 야산으로 올라가 불편한 풍찬노숙을 택함으로써 미군정이 강요하는 단독정부 구성에 대해 확실한 거부반응을 보여주었다. 북제주의 5·10총선은 투표자 정족수 미달로 무효처리 되었다.

부정태 소위는 제주지구 국방경비대 11연대 소속 장교로 복무를 시작하면서도 어수선한 마음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병영 내에서 장병들 얼굴을 바라볼 때에도 그의 심정은 착잡하였다. 제주지구 경비대의 존재이유는 공산주의 남로당 집단을 분쇄하는 것이오. 차명진 소위의 단호한 한마디 말이 아직도 그의 귓전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사병이 아닌 장교나 하사관들을 바라볼 때는 그래도 착잡한 마음이 덜한 편이었다. 소수집단인 그들은 모두가 육지사람들이었고, 장교나 하사관 되기 위한 사상검증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주지구 국방경비대의 창설요원으로 선정되어 경비대 본부에서 파견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선은 좌파 혐의에서 놓여날 수 있었다. 반면에 영내에서 일반 사병들을 바라볼 때에는 어수선한 마음이 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들은 체제 확립이 채 안된 미군정의 국방경비대원 모집 과정에서 사상검증이나 경력조사도 없이 입대한 사람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빨갱이 혐의가 있는 제주섬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약삭빠른 남로당 지도부에서 경비대를 좌익세력 확장의 거점으로 이용하기 위해 일찌감치 자기네 끄나풀을 심어놓았다는 소문을 부정태도 들은 적이 있었다. 좌경화된 섬사람들을 다스리기 위해 좌경화된 국방경비대의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도둑에게 도둑 잡는 일을 시킨 격이 아니냐고 비양거리는 말도 있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부 소위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부 소위 자신이 자기 휘하의 4중대 5소대 병사들을 볼 때마다 이 녀석은 좌파인지 우파인지 알 수가 없으니 뭐라고 말 한마디 건네기가 어려웠다. 이들 중에 어떤 녀석이 그가 분쇄해야 할 남로당 프락치인지를 알려줄 확실한 근거가 없었다. 겉으로는 멀쩡한 국군 사병처럼 보이는데, 언제 어떻게 그에게 등을 돌리고 탈영병이 될 것인지,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부정태는 신념에 찬 군복무를 하고 있는 차명진의 경우를 자신과 비교해 보았다. 군경토벌대의 존재 이유는 남로당 빨치산을 분쇄하는 것이라는 차명진의 신념은, 이 나라의 운명을 구하려면 공산주의 집단을 격멸해야 한다고 믿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음에 비하여, 부정태 자신은 이 같은 신념을 가질 수 없었다. 부정태가 제주 출신 국군장교로서 어떤 양심적인 신념을 가질 수 있으려면, 군경 토벌대의 강경 진압 방침에 따르면서도 제주사람들이 당하는 핍박과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공산주의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키울 정도로 인간역사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따라주지 않는 처지이면서도 반공정부의 정책에 충성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공산주의에 대해 찬성하든 반대하든 군경토벌대의 무자비한 진압방침이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였다. 만약에 제주지역 백성들과 빨치산 사이의 연결고리를 단절시켜서 일반 민간인은 유격대 활동과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토벌대의 무고한 양민 학살 방침은 무의미하게 될 것이었다.

민 하사의 대꾸하는 말이 채 나오기 전에 난데없는 총성이 들림과 함께 부정태 소위가 허리를 꺾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민 하사가 들고 있던 엠원소총을 재빨리 치켜들고 총성이 울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범인을 따라잡기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총을 쏜 범인으로 보이는 청년 하나가 오른쪽 대나무숲에서 뛰쳐 나와 저멀리 한라산 쪽으로 황급히 달아나고 있었다. 민 하사는 달아나는 범인을 몇 발자국 따라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누구를 따라가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 출혈이 낭자한 부정태 소대장을 신속하게 들쳐업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일이었다.

부정태는 한동안 고심한 끝에 가상적인 죄책감에서는 벗어나는 방향으로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손바닥 총상을 입지 않았을 경우에 공비토벌대 소대장으로 범했으리라고 생각되는 잔혹한 학살만행을 놓고 고민하지 말자는 결심이었는데, 그렇게 마음을 다지게 되자 부정태는 어려운 사고의 미로를 겨우 벗어나는 기분이 되었다. 옳은 일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옳지 못한 일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이 상처가 생긴 내력을 따져보면, 그 자신이 공비토벌 작전에 충성을 다해 참여했기 때문에 얻은 것이기는 하지만, 뜻밖에 당한 이 상처가 지난 겨울의 그 잔혹한 초토화작전에 불참하게 만들어 준 것도 사실이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손바닥을 뚫고 나간 총알 하나가 토벌대의 가공할 학살 만행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부정태로 하여금 부끄러운 국군장교의 이력을 쌓는 불행을 다소나마 피하게 해준 셈이었다. 생각할수록 의미심장한 총알 한 방이었다.

그러나, 밀항선을 타는 허만호의 심정으로 말하면, 이런 부분적인 것보다도 4·3난리 전체가 허무하게 끝나는 것이 그의 마음을 비통하게 만들었을 것 같았다. 그가 일본으로 도피한 시점은, 초토화작전의 위세가 한창이어서 빨치산의 투쟁 여력이 거의 소진될 때라고 했던 것이다. 목숨 붙은 최후의 순간까지 군경토벌대와 사투를 벌였던 이덕구하고, 마지막 항전의 의미를 부인하고 초지관철의 민주항쟁 투사가 되기를 포기한 허만호는 어떻게 다를까. 이덕구는 그가 생각하는 민주항쟁의 의미를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 항쟁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반독재 투쟁가로 역사에 기록되는 것을 보람과 영광으로 생각한 것 같지만, 허만호는 4·3 민주항쟁에 대해 부여하던 정당성의 의미를 단념한 것으로 보였다. 4·3 무장봉기가 정의로운 역사와 민족의 양심을 살리는 길이 아니고, 오히려 민족사의 피폐와 국력의 낭비를 초래할 뿐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비겁한 변절자의 오명을 불사한 것이 아닌가. 두 사람 모두 비범한 용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덕구 쪽은 초반의 신념을 지키는 데에 용감했던 반면에, 허만호 쪽은 초반의 신념을 버리는 데에 용감했다고 할까. 남로당이 내세웠던 평등사회나 민족통일 이념에 대해 이제까지 품었던 신념이 무너지든가, 빨치산 운동의 무자비한 폭력성이나 무모한 모험주의에 대해 실망하게 되든가, 이런 이유라면 변절자 낙인이나 일신상의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해외도피의 길을 택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저는 40년 전에 빨갱이 친구 허만호, 이 사람을 잡으러 다니던 제주 출신 토벌대 장교 부정태입니다. 저희들은 제주읍내에서 소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니던 단짝친구 사이였습니다. 4·3사태라고 하는 슬픈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빨치산과 토벌대 양쪽으로 갈라져 싸우던 저희 두 사람은 오늘 이 뜻깊은 4월 총선 선거유세장에서 재회하는 장면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저희들 두 사람은 이제 다시 옛날의 우정어린 친구로 되돌아갑니다. 대한민국 국민들도 왼쪽 오른쪽 갈라져서 싸우던 분열의 역사를 끝내고 화합과 협력의 역사로 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저희들이 오늘 이 뜻깊은 재회의 악수를 나누는 것을 이 자리에 만장하신 여러분들이 큰 박수로 칭찬해 주실 것을 바랍니다. 그러면 이제 마이크를 박 후보님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박 후보님 장시간 하시고 싶은 말씀 못하신 거 대단히 미안합니다.

서로 굳은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연단을 내려왔다. 유세장에 가득 모인 청중들이 보내오는 박수 소리가 아주 먼 나라의 일인 듯 은은하게 들려왔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1,7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