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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1부 양자론의 수수께끼 제1장 양자는 우리 곁에 있다 모래알에서는 생명이 탄생하지 않는다 분자가 만드는 안정적인 구조 생명을 구동하는 정밀기계 생기론에서 양자론으로 원자핵과 전자의 유연한 시스템 가장 단순한 사례부터 시작한다 중력의 지배를 받는 행성계 행성계와 원자의 결정적인 차이 수소 원자가 보여주는 규칙성 원자론?이 기묘한 것 제2장 파동이 만들어 내는 질서 원자와 장(場) 수소 원자가 보여주는 수수께끼 슈뢰딩거의 해답 갇힌 파동은 형태를 만들어 낸다 현(弦)의 진동을 예로 생각해 보자 파동을 가두는 힘의 정체 수소 원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양자 효과의 본질을 파고들다 원자에서 분자로 물리학으로 화학을 설명하다 ‘전자는 파동이다’라는 아이디어 슈뢰딩거의 실수 제3장 ‘이해하기 쉬운 양자론’이란? 양자론의 타깃이 ‘입자’에서 ‘장’으로 ‘양자장론’은 어떤 이론일까? 전자에는 개성이 없다 어떻게 해서 파동이 입자가 되는가? ‘파동이면서 입자다’라는 모순 불확정성원리란 무엇인가? 파동을 위해 준비된 공간 양자장론에는 결함이 있었다 이해하기 쉬운 양자론과 그 적 제2부 양자론의 두 계보 제4장 보어 vs 아인슈타인 막스 플랑크, 에너지양자를 발견하다 아인슈타인이 일으킨 혁신 빛은 기체 분자와 닮았다 실패한 이론으로 생각됐던 광양자론 보어가 궁리 끝에 만들어 낸 원자모형 이론의 짜깁기 보어-아인슈타인 논쟁 논쟁의 승자는 누구? 제5장 하이젠베르크 vs 슈뢰딩거 새로운 역학을 모색한 보른 급진적인 하이젠베르크 하이젠베르크의 현미경 보어의 방법론을 계승한 하이젠베르크 이미지를 중시한 슈뢰딩거 슈뢰딩거를 향한 비판과 그 귀결 제6장 디랙 vs 요르단 진동하는 ‘무언가’ 전자와 광자는 입자다 천재 디랙의 화려한 테크닉 생성·소멸의 마법 ‘디랙의 바다’ 디랙의 방법이 가진 한계 전자와 광자는 파동이다 불확정성이란 무엇인가? 소립자는 장에서 생겨난다 파동은 어디에서 생겨나고 있는가? 양자장론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가? 저주받은 물리학자 요르단 제3부 양자론을 상식의 범위 안으로 되돌린다 제7장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양자 컴퓨터 슈뢰딩거의 고양이란? 살아있으면서 죽은 고양이는 없다 중첩이 유지되는 경우 실현 가능한 ‘고양이 상태’ 고전적 컴퓨터의 구조 양자 컴퓨터는 고양이 상태를 이용한다 정답률 0.2퍼센트로부터의 도전 또 하나의 양자 컴퓨터 제8장 역사는 분기하는가? ‘어느 쪽을 통과했는가?’ 실험 슬릿판이 움직이도록 하면…… 정말로 보어 진영이 승리했을까? 입자성과 파동성은 배타적인가? 인간의 관측은 필요한가? 실제로 어느 쪽을 통과했는가? 간섭하는 과정은 하나의 ‘역사’다 간섭하지 않는 역사라면 분기하는가? 양자론으로 ‘역사’를 이야기한다 제9장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얽혀있다? 양자 얽힘이란 무엇인가? 빛을 사용해서 양자 얽힘을 조사하다 관측 결과가 서로 영향을 끼친다? 집계했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 양자 얽힘은 텔레파시가 아니다 벨의 부등식 해답이 발견되지 않는 문제와 그 의미 후기_진정한 양자론 주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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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의 경우, 모든 행성계가 뉴턴의 법칙을 따름에도 공전궤도 반지름은 물질의 응집 방식에 좌우되며 특정 값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수소 원자의 경우는 쿨롱 퍼텐셜이 파동의 움직임에 일정한 작용을 하는 까닭에 어떤 수소 원자든 같은 정상파가 형성된다. 그래서 수소 원자의 에너지는 지구상에서든 안드로메다은하에서든 같은 값이 된다.
--- p.62 결정의 모든 부분이 견고한 것은 아니다. 금속 결정의 경우, 외부에서 전압을 가하기만 해도 자유전자라고 불리는 일부 전자가 배열된 원자핵 사이를 마치 흐르듯이 이동한다(사실 자유전자는 열에 의한 고속 운동을 무작위적으로 하고 있으며, 전압이 가해지면 평균적인 위치가 아주 약간씩 어긋나는 방식으로 일정하게 움직인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전자가 있는 덕분에 금속 결정은 다이아몬드 결정 등에 비해 유연하며 쉽게 휘어지거나 늘어난다. --- p.29 나노 스케일로 가공한 반도체에서는 전자가 특정 영역에 갇혀 에너지가 일정한 상태가 되거나 터널 효과로 퍼텐셜의 장벽을 투과하는 등 파동적인 현상이 도처에서 나타난다. 한편 전도 경로가 되는 부분에서는 입자처럼 이동한다. 파동성과 입자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 p.212 보어나 하이젠베르크의 신봉자라면 ‘상자의 뚜껑을 열기 전까지 고양이는 양자론적인 중첩 상태에 있고, 뚜껑을 열어서 인간이 관측한 순간에 중첩이 붕괴되어 하나의 사실이 관측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주장은 물리학적으로 철저하지 못하다. 애초에 인간이 물체를 보는 것 자체가 양자론적인 과정이다. (…) 따라서 고양이가 양자론적인 중첩 상태에 있다면 인간도 살아있는 고양이를 본 관측자와 죽은 고양이를 본 관측자의 중첩이 될 것이다. --- p.221 |
물질이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는?
양자론의 등장 배경과 양자 효과의 결과 ‘양자’란 무엇일까? 사전적인 뜻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의 단위”로, 양자론이란 ‘양자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물리학 이론’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 양자론을 통해서야 비로소 설명 가능해지는 물리적인 효과, 즉 ‘양자 효과’는 물질과 관련된 온갖 물리현상에서 발견된다. 전자가 원자핵에 끌어당겨지지 않고 일정한 간격을 둔 채 그 주위를 도는 것, 그래서 원자가 붕괴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결정구조를 실현하는 것, 그 결정구조가 거시적인 물질을 형성하고 형태를 갖추는 것은 모두 이런 양자 효과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생물의 세포막이 구조적 안정성을 갖추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 열을 받은 금속이 금방 구부러지고 유리가 투명한 이유, 시간이 끊임없이 흐르는 이유, 태양계 행성들의 탄생 같은 우주적인 규모의 현상들도 다 양자 효과와 결부시켜 설명할 수 있다. 책의 1부 ‘양자론의 수수께끼’에서는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물리현상의 사례를 들면서 양자론의 등장 배경을 설명한다. 뉴턴역학을 바탕으로 하는 고전물리학에 따르면, 인접한 두 입자는 서로 끌어당기거나 멀어진다. 뉴턴 운동방정식에는 두 입자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메커니즘이 없으며, 따라서 원자핵과 이를 둘러싼 전자가 합체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가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전자기장과의 상호작용으로 에너지를 잃은 전자는, 대기와의 마찰로 에너지를 잃은 인공위성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추락하듯 원자핵을 향해 떨어진다. 원자핵과 전자가 달라붙으면 전기적으로 중성인 덩어리를 형성하면서 물질은 붕괴한다. 아예 형태라는 것을 갖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 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혹시 전자 같은 물질의 구성 요소는 입자와는 다른 게 아닐까?’라는 발상의 비약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양자론이다. 2부 ‘양자론의 두 계보’에서는 양자역학계의 주류로 평가받아 온 하이젠베르크나 보어의 이론과 달리 종종 이단으로 치부되었던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요르단의 파동장 개념을 이용해 양자 현상을 설명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물리현상의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양자역학이 이해하기 어려운 골치 아픈 학문이 된 이유 중 하나는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난해한 학설이 양자론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어차피 자연의 본질은 인간이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에 수식과 관측 결과에 이론을 끼워 맞추는 방법론을 채용했는데 이는 ‘일단 전자를 입자처럼 다루고, 그런 다음 불확정성원리를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슈뢰딩거와 요르단 등은 현상과 합치하는 수식을 얻는 데 만족하지 않고 진동이나 파동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지도 원리로 삼아서 현상의 근간에 무엇이 있는지를 고찰하고자 했다. 저자는 특히 뉴턴역학에 따르면 있을 수 없는 원자의 안정적인 상태를 파동으로 해결한 슈뢰딩거와, 전자 안에 널리 존재하는 ‘장(場)’이 파동을 만들어 낸다고 가정한 요르단의 업적을 부각한다. 살아있으면서 죽은 고양이가 있을 수 있을까? 진정한 양자론의 이해를 위하여 마지막으로 3부 ‘양자론을 상식의 범위 안으로 되돌린다’에서는 고양이가 살아있는 동시에 죽었다거나 관측 자체가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등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들과 현상들을 파동의 움직임으로 해명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자는 파동이며, 외부로부터의 작용으로 정상파가 흐트러지지 않을 때에 한해 입자처럼 움직인다. 전자의 장에 갇힌 파동은 특정하게 배열되었을 때 안정적인 공명 상태를 형성한다. 이러한 공명 패턴은 모두 같은 에너지를 가지며 마치 하나의 입자처럼 움직인다. 이것이 전자가 이따금 입자처럼 보이는 이유다. 즉 파동성과 입자성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며, 공명 패턴을 이루는 정상파가 질서를 형성하고 생명현상 같은 복잡한 사건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양자론의 핵심이다. 저자는 매우 확고하게 말한다.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의 파동이 실제로 중첩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독가스가 들어있는 플라스크를 깨뜨려서 고양이를 죽일 수 있는 중성자의 베타붕괴는 50퍼센트의 확률로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는다. 베타붕괴가 일어나는 사례에서는 초보다 몇 자리는 짧은 순간마다 다른 역사로 분기하게 된다. 화학반응의 경우도 반응 전후의 상태는 서로 간섭하지 않으므로, 세계 어딘가에서 분자 1개가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마다 별개의 역사가 탄생한다. 이런 무수한 역사가 전부 평행 우주로 실존한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베타붕괴나 화학반응 같은 간섭하지 않는 상태로의 변화(탈간섭)에 따라 구별되는 역사는 식으로 표현될 뿐인 가상적인 것으로, 실제로는 그중 하나가 실현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220쪽) 그러나 파동의 겹침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수면에 퍼지는 잔물결이 겹치거나 현악기 줄을 튕겼을 때 그 파동이 겹치듯 원자 층위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양자론적인 파동의 겹침, 즉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태가 어떻게 양자 컴퓨터에 활용되는지를 살펴본다. 양자론은 ‘살아있으면서 죽은 고양이’나 ‘파동 입자 이중성’으로 이야기되는 그 유명한 이중 슬릿 실험이 대표하는 것처럼 결코 상식을 벗어난, 이해할 수 없는 이론이 아니다. 저자가 생각하는바 양자론은 물질의 “근간에 존재하는 미세한 파동이 서로 간섭함으로써 이 세상이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는 이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