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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날 대신해

[ 양장 ] 소설, 잇다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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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374g | 115*183*25mm
ISBN13 9791160263442
ISBN10 116026344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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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원하여도 얻지 못하고, 자유를 원하여도 얻지 못하고, 이별을 청하여도 안 들어 의심받고, 학대받고 갇혀 비관하던 나머지 병든 몸을 일으켜 평양의 별장에서 자살하였다. 길바닥에 인마의 발에 밟힌 이름 없는 작은 풀까지 꽃 피는 4월 모일에 인세人世의 끝일 이십사 세의 젊은 부인은 단도로써 자처하였다. 가련한 부인의 서러운 죽음이 그때에는 원근에 전파되어 모든 사람이 느끼었더라.
--- pp.26~27 「김명순, 의심의 소녀」중에서

이때의 자유를 얻은 사람의 쾌활한 용감함이 무엇이라 대답할까?
‘너희는 무엇을 이름 짓고 어느 이름을 꺼리며 싫어하느냐. 그중 아름다운 것을 욕하진 않느냐’ 하지는 않을지? 누가 보증하랴. 누가 그 부르짖음을 막을 만치 깨끗하냐. 어떤 성인聖人이 그것을 재판하였더냐.
소련은 머리를 끄덕이며 보이지 않는 신 앞에 허락했다. 컴컴하던 하늘은 대동강 위에 동텄다.
--- p.82 「김명순, 돌아다볼 때」중에서

서로 잘 이해하는 두 연인이 모-든 관계를 끊고, 모-든 소식까지 서로 알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다른 곳에 사랑을 옮기지도 아니하였다면 세상은 그 연고도 모르고 웃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이 믿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운명의 위협을 받아가면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발자국마다 그들의 피를 흘리면서 그들의 꿈꾸는, 어떤 목표를 향하여 걸어나간다. 이런 일이 세상에는 흔히 없는 일이요, 사람들은 다- 모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
--- pp.117~118 「김명순, 외로운 사람들」중에서

차라리 죽어, 그건 로사에게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로사 같은 부류에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배덕이라는 건 도덕을 배반하는 것이었으므로. 죽어버리라는 생각은 애증으로 복잡하더라도 친밀한 관계,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었다. 왜 로사를 저주하지 않고 세윤을 저주했을까.
--- pp.274~275 「박민정, 천사가 날 대신해」중에서

살아내려고 이혼을 선택한 세윤에게 더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줄, 자꾸만 불행이 갱신될 줄은 세윤도 나도 미처 몰랐다. 만약 내 충고대로 로사를 멀리했다거나, 그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 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는 일도 어느새 지겨워졌다.
--- p.296 「박민정, 천사가 날 대신해」중에서

작가는 누구보다 ‘나’를 많이 말하지만, 가장 ‘나’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단 한명의 작가이지만 또한 오롯한 작가일 수 있으려면 끝없이 나르시시즘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쓰는 사람이 자기 생애까지 대상화해서 이루려는 문학 행위가 그저 소문으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 p.306 「박민정, 에세이_ 때가 이르면 굳은 바위도 가슴을 열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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