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그들은 전설로만 들었을 뿐, 용광검의 위력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가운데 용광검은 검기를 형성하며 스스로 움직이다가 어느새 검집과 함께 붉은 섬광을 내뿜으며 위로 솟구쳐 담덕의 머리를 빙빙 돌더니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방향은 평양성을 향하고 있었다.
평양성을 향해 얼마동안 섬광을 내뿜으며 날아간 용광검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순간 용광검이 사라진 평양성 쪽에서 밝은 빛이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했지만 점차 붉게 밝아왔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른 사이에 ‘와-와-와’ 함성을 내질렀다. 그것은 용광검의 주인으로서 천손의 나라를 세울 담덕에 대한 환호였고, 그의 뜻을 받들어 천손의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결의의 외침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그 소리는 끊어질 줄 몰랐다.
담덕은 함성을 들으면서 하늘을 울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천손의 백성과 천손의 나라는 영원토록 무궁할 것이다. 자! 천손의 성지인 평양성으로 달려나가자!”
다시 한 번 하늘을 진동하는 울림이 퍼져서 나왔다. 담덕은 함성 속에 말을 타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태자를 비롯한 혈맹장군과 조정대신들이 그 뒤를 이으면서 수십만의 대오도 그 뒤를 따랐다.
담덕이 나아간 그 길은 평양성에 비친 빛에 의해 환하게 밝았고, 수십만의 대오가 달리는 그 말발굽 소리에 천지가 고개를 숙였다.

위대한 인간의 웅혼한 삶과 접속한다! 『광개토호태왕』<br/><br/> 담덕(광개토호태왕의 어릴 때 이름)은 374년에 태어나 18세에 왕위에 오르고 22년간 나라를 통치하다 412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가 벌인 전쟁만 해도 수십 차례에 이르며 벌이는 전쟁마다 그가 승리를 거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담덕 이전의 고구려 상황은 처참했다. 전연에게 국성까지 침탈당해 미천왕(담덕의 증조부)의 릉이 파헤쳐지고 황태후가 잡혀가는 수모를 겪는가 하면 백제와의 전쟁에서 고국원왕(담덕의 할아버지)이 전사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br/> 이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광개토호태왕은 역경을 딛고 고구려 최고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것이다. 고구려를 침략하여 백성에게 온갖 해를 입혔던 후연과 거란을 응징하였으며, 백제의 사주를 받아 침략한 왜마저 단숨에 격멸해 버렸다. 게다가 백제 아신왕의 항복, 동부여의 통합, 신라의 구원군 파병 등을 통해 단군족을 통합하고 홍익인간의 이념이 실현되는 천손의 나라를 건설해 가는 과정은 그의 삶과 업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br/> 소설은 이러한 과정을 그려내며 대왕의 웅혼한 삶과 업적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적에게는 무서울 정도로 단호했지만 백성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웠던 대왕의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소설은 알렉산더나 징기스칸 등의 부류와 비교할 수 없는 대왕의 위대함이 바로 나라와 자신의 존엄을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정복하며 패권을 추구하는 것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찾았다는 것을 시종일관 그려주고 있다. 우리는 그의 꿈과 이상에 매료될 수밖에 없으며 진정한 위대성을 그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br/><br/> 사실과 창조적 환상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스펙타클! 『광개토호태왕』<br/><br/> fact. 문자로 표기된 기록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아닌가 싶고 대왕의 삶과 업적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쓴 것이 있을까 싶다. 광개토호태왕릉비문. 세계사적으로도 그 유래가 없는 이 기록물은 모두 1,775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버지인 대왕의 업적을 기려 아들인 장수왕이 415년, 대왕이 죽은 지 3년이 지나 세운 것이다. 이 소설은 고구려인에 의해 만들어진 이 비문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br/> fiction. 사실만 있다면 위인전과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는가. 어디까지나 소설이기에 당연히 허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허구는 사실에 덧칠하여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도구에 지나질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그 진정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왕의 삶과 업적을 가장 위대한 지점에서 잡아내기 위한 저자의 노력에 우리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br/> 열두 살의 어린나이로 참전한 후연과 백제의 전쟁에서 보여주는 절묘한 전략전술, 백제 아신왕이 무릎 꿇고 항복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신라에 5만 대군을 구원병으로 보내는 그 담대함, 즉위식에서 용광검을 치켜들며 천손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사해에 떨친 그 장대함 등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장면들은 우리 모두를 그 시대 대왕의 곁으로 안내한다. 이상과 꿈을 향해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한걸음 한걸음 나가는 장면들과 선두에서 적진을 휘젓는 청년장수들의 모습, 용광검을 치켜들며 천손의 나라를 향해 빛을 뿜어내는 대왕의 위용은 그 어디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진정한 감동을 선사해 줄 것이다. <br/><br/> 그의 고뇌와 사색이 깊숙이 전해진다! 『광개토호태왕』 <br/><br/> 비록 왕자라는 신분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는 여건을 만들어 줄 수도 있었겠지만 귀족에 의해 언제든지 살해당하고 쫓겨나던 일이 비일비재하던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욱이 부왕인 고국양왕이 지병으로 국정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귀족층의 득세가 대단했을 거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소설은 담덕이 어린 나이부터 전장을 전전하며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것으로 그려낸다. <br/> 그는 단순히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에 그치지 않고 두 번 다시는 외세의 위협과 내부분열로 인해 백성들이 고통을 받지 않도록 홍익인간의 이념이 실현되는 천손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이상과 꿈을 키우며 서서히 그의 역량을 키워나간다. 스스로는 단군검법을 익힐 뿐만 아니라 단군족의 역사와 문화, 사상을 습득하고 밖으로는 자신을 도와 함께 할 동지인 청년장수들을 그의 두리로 모으는 과정을 크게 그려내고 있다. <br/> 그러면서도 소설은 깊은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그의 투철한 신념을 쫓아가려 애를 쓰고 있다. 백제군 출신 장수인 선길, 신라의 사신 이찬대서지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진정으로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접할 수가 있게 된다. 또한 어느 승려와의 대화를 통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갖고 있는 담덕의 통치철학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퍼즐을 따라가듯이 하나하나 조각들을 주워가며 마지막에는 담덕의 고뇌와 사색과 맞닥뜨리고 이를 통해 보다 진실한 그의 모습을 대면하게 된다. <br/>